[더팩트│황원영 기자] 정부가 면세점 심사 제도를 전면 손 본 '1차 개선안'을 발표한 가운데 면세점 업계가 한 목소리로 불만을 나타냈다. 개선안이 특허심사 투명성·공정성 제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사실상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면세점 업계에 필요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단, 정부가 1차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현행 특허제도를 경매제와 등록제 등을 포함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업계는 향후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한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에 대해 "실질적으로 면세점 업계에 필요한 정책, 개선해야 하는 문제점은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면세점 업계가 그간 꾸준히 어려움을 토로했음에도 투명성에 대한 문제만 다룬 점이 아쉽다. 사드 보복이 국가적 문제임에도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면세점 지원책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 역시 "피부에 와 닿는 개선안이 없다는 게 아쉽다"며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코엑스를 중점으로 한 개선안만 나온 것 같다. 최근 간담회 자리에서 사드 보복, 시내 면세점 포화상태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전달했는데 업계가 요구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면세점 업계는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간담회를 갖고 중국 사드보복에 따른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이 자리에서 업계는 특허수수료 인하,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인하, 특허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당시 김동연 부총리가 "면세점 업계의 어려운 점을 충분히 이해했고 고민을 같이 검토하겠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TF의 1차 개선안은 올해 말 특허 만료를 앞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재심사 일정을 감안해 우선 추진한 것이다. TF는 현행 사업자 선정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후 추후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면세점 업계는 최종 개선안에 담길 내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면세점 특허 기간 연장이나 등록제 전환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면세점 특허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 또한, 면세점 갱신제도도 폐지돼 업계는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다시 경쟁입찰에 나서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은 '면세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확정한 면세점 제도개선 1차 개선안을 27일 발표했다. 면세점 특허심사위원이 전원 민간위원으로 꾸려지고 심사위원 명단과 심사 평가기준·배점이 모두 공개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또한, 외부인사가 심사 과정에 참관하는 '청렴 옴부즈만' 제도가 도입된다.
하지만 면세점 업계가 그간 요구해왔던 특허기간 연장 또는 갱신제 부활, 송객수수료 및 입점수수료 인하 등은 반영되지 않아 업계의 불만을 샀다. 업계는 현실성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홈쇼핑이나 카지노 특허권은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경우 연장되는 반면 면세점만 유독 특허권 만료에 따라 다시 경쟁에 나서야 한다"며 "면세점 소속 직원들 고용 문제는 물론 업황 악화에 따른 수익 문제 등이 심각하므로 정부가 나서야한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은 1차이므로 향후 면세점 업계가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면세점 특허 기간이 끝나는 내년과 내후년 전까지 특허기간 연장이나 제도 변경 안을 해결해야 할 것"고 말했다. 이어 "면세점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제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박근혜 정부 때 면세점 선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특허심사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 관세청은 2015년 11월 이후 총 3차례 이뤄진 신규 면세사업자 특허 심사에서 일부 사업자의 계량항목 수치를 조작하거나 누락하고, 기초 자료를 왜곡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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