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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롯데 민자역사 '배짱 계약' 후 '모르쇠', 政 "법적 검토"

  • 경제 | 2017-09-26 00:00

롯데가 영등포역(사진) 롯데백화점, 서울역 롯데마트 입점상인들에게 올해 말 점용 허가 기간을 넘어선'배짱 계약'을 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영등포=안옥희 기자
롯데가 영등포역(사진) 롯데백화점, 서울역 롯데마트 입점상인들에게 올해 말 점용 허가 기간을 넘어선'배짱 계약'을 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영등포=안옥희 기자

[더팩트ㅣ영등포=안옥희 기자] 롯데가 정부의 민자역사 국가 귀속 방침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영등포역 및 서울역 소상공인들과 '배짱 계약'한 것으로 드러나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이익만을 위해 임차 상인들을 상대로 뒤통수를 쳤다는 도덕적 비난이 일자 정부도 법적 검토에 나섰다.

25일 정찬우 국토교통부 철도정책과 사무관은 <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서울역과 영등포역 민자역사 초과계약 문제에 대해 "(롯데역사 등) 사업자측 임차 상인들과 초과 계약 부분이 확인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 사무관은 "사업자측(롯데역사, 한화역사 등)과는 2014년도부터 연구용역을 하면서 관련 논의를 여러번 했었고 사업자 측도 이런 (초과계약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알고 있었다"며 "지난주 진행했던 간담회 때 보니 소상공인들은 이런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다. 2017년 12월에 점용기간이 끝날 수도 있기 때문에 롯데가 관련 내용을 임차인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고지한 후 계약을 했어야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연구용역 발표가 늦어지는 것도 사업자측이 초과계약을 한 영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영등포역 롯데백화점, 서울역 롯데마트 등이 입점한 민자역사를 관리해온 롯데역사와 한화역사는 올해까지 한정된 점용 기간을 넘어 소상공인과 입점 계약을 맺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철도시설공단 용역자료에 따르면 영등포점은 123개 입점업체 중 17개 업체가 최소 1년에서 최대 4년 정도까지 만료 기간인 올해를 넘어선 초과계약을 했다. 서울역을 점용해 온 한화역사도 9개 입점업체 중 롯데마트와는 2024년까지, 롯데아울렛 서울역점과는 2033년까지 각각 7년과 16년을 초과해 계약했다.

정부는
정부는 "2017년 12월에 점용 허가 기간이 끝날 수도 있기 때문에 롯데가 관련 내용을 임차인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고지한 후 계약을 했어야했다"며, 사업자측에 초과계약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법적 검토 중이다. /서울역=안옥희 기자

논란이 일자 국토부는 초과계약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 역사가 내년부터 국유재산으로 환원되더라도 안정적인 사업정리를 위해 1~2년 정도 임시 사용허가 기간을 두기로 했다. 점용 기간 만료에 따라 입점 상인들의 피해와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사태 등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롯데 측은 현재까지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영등포역 롯데백화점과 서울역 롯데마트 입점 상인들은 생존권을 내세우면서 민자역사 국가귀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상인들은 정부가 민자역사 환수 결정을 만료 기간 3개월을 앞두고 했다며 졸속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이미 사업자(롯데역사, 한화역사 등)측에 관련 내용을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 통보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의 '수수방관'으로 인해 상인들의 성토가 정부로 향하자 국토부는 초과계약을 한 롯데역사 등 사업자 측에 초과계약 관련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

업계는 롯데가 올해까지인 점용 만료 기간을 알고도 소상공인들과 권한을 넘어선 초과계약을 했다는 사실에 무책임한 운영 행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상인들의 정부를 향한 분노도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또 롯데가 이미 30년 동안 역세권 장점을 누리며 영업해온 데 따라 정부가 재연장해주는 것은 특정기업에 대한 지나친 특혜라는 시각도 있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토부의 점용허가 연장 문제에 관한 '2차 연구용역'은 기존 사업자인 롯데에게 유리한 평가 구조를 제시했다며, 영등포 역사를 국가에 귀속시키고 새로운 경쟁체제로 새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자역사 국가 귀속 방침을 둘러싸고 초과계약을 맺은 소상공인들 피해와 각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사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영등포역 롯데백화점, 서울역 롯데마트 입점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롯데는 대책과 관련해 묵묵부답 중이다.

'배짱 계약'과 관련 롯데의 입장을 듣고자 <더팩트>는 25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롯데 관계자는 "회의 중"이라는 답변만을 되풀이하며 의도적으로 답을 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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