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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추적] 여수산단 GS칼텍스 화재와 전어 집단 폐사 미스터리

  • 경제 | 2017-09-03 05:15
 여수산업단지 GS칼텍스 2공장에서 지난달 10일 화재가 발생했다. 다음날 여수 앞바다에 죽은 전어 수백 마리가 발견돼 국립수산과학원이 조사하고 있다. /여수=장병문 기자
여수산업단지 GS칼텍스 2공장에서 지난달 10일 화재가 발생했다. 다음날 여수 앞바다에 죽은 전어 수백 마리가 발견돼 국립수산과학원이 조사하고 있다. /여수=장병문 기자

[더팩트ㅣ여수=장병문 기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을까. 지난달 10일 전남 여수산업단지 GS칼텍스 2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큰 폭발음과 함께 시작된 화재는 여수 소방서 119화학소방대 소방차 등 장비 10여 대가 현장에 도착해 3시간 가량 진화 작업을 벌인 끝에 불길을 잡았다. GS칼텍스 화재 사고 다음 날인 11일 여수산단 앞바다에는 전어가 떼로 죽은 채로 떠올랐다. 어민들과 환경단체 등은 전어 떼죽음이 GS칼텍스 화재 사고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GS칼텍스는 화재 사고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어부·시민단체 "GS칼텍스 공장 화재 이후 전어 떼죽음"

지난달 11일 여수산단의 맞은편 여수시 묘도동 창촌마을 해안가에 전어 수백 마리가 죽은 채 밀려왔다. 창촌마을 어부들은 전날 GS칼텍스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독성이 있는 소화 물질이 바다에 흘러들어와 전어가 폐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달 11일 여수산단 GS칼텍스 2공장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 여수 앞바다에 죽은 전어가 떠올랐다. /서남해환경센터 제공
지난달 11일 여수산단 GS칼텍스 2공장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 여수 앞바다에 죽은 전어가 떠올랐다. /서남해환경센터 제공

한 창촌마을 주민은 "한창 전어철인데 갑자기 떼로 죽은 채 떠올라 깜짝 놀랐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산업단지에서 사고가 있어서 유해물질이 바다에 흘러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다. 9월 전어 축제를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져 참 난감하다.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양시 망덕포구 어촌계장인 이용호 씨는 "여수산단 화재 진압 중 흘러나온 소방용수가 전어를 죽게 한 것 같다"고 추청하면서 "소방용수에 독성이 강한 화학 약품이 들어간 것 같다.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호 어촌계장은 "여수산단 사고 직후 전어가 잡히지 않고 있다가 최근 들어 다시 잡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조업량은 크게 줄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GS칼텍스 화재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지 못 하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해광 서남해환경센터장도 여수 전어 떼죽음의 원인을 GS칼텍스 2공장 화재 진압 후 발생한 폐수로 꼽았다. 한해광 센터장은 "전어가 갑자기 죽은 것은 해수에 변동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GS칼텍스 공장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약품을 썼다면 바다를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망덕포구와 묘도동 일대의 일부 어민들은 최근 전어 떼죽음으로 시름이 깊다. 어민들은 최근 10여 일간 출하를 못 하다가 얼마 전부터 조업을 시작했지만 수확량은 예년만 못한 수준이다. 평소 같으면 그물 하나에 전어 100여 마리가 잡혔지만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게 현지 어민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광양시 망덕포구의 한 식당에 전어가 판매되고 있다. 이 식당 주인은
광양시 망덕포구의 한 식당에 전어가 판매되고 있다. 이 식당 주인은 "전어 수천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아직 전어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9월 중순 전어축제를 앞두고 어민들은 전어 수확이 크게 줄어든 탓에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이곳의 횟집과 식당들은 다른 해안에서 잡힌 전어를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어 어민들과 달리 고민은 적은 편이다.

망덕포구의 한 선착장에는 한창 바다에 나가 있어야 할 어선들이 정박해 있었다. 선착장 부근에서 만난 망덕포구의 한 어부는 "요새 전어가 잘 잡히지 않아 하루 쉬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여수시 묘도동 창촌마을 해안가에 폐사한 전어 수백 마리가 밀려왔으며, 같은 날 망덕포구 어민들도 앞바다에서 죽은 전어를 발견했다. /다음 스카이뷰
지난달 11일 여수시 묘도동 창촌마을 해안가에 폐사한 전어 수백 마리가 밀려왔으며, 같은 날 망덕포구 어민들도 앞바다에서 죽은 전어를 발견했다. /다음 스카이뷰

◆여수소방서·GS칼텍스 "화재 진압 후 발생한 폐수, 정화 장치 거쳤다"

이에 대해 여수소방서 측은 약품이 들어간 소방수를 사용한 것을 인정했지만 바다를 오염시킬 정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여수소방서 관계자는 "당시 GS칼텍스 2공장 사고는 가스 폭발로 인한 화재였다. 화재진압 초기 소화약제가 들어간 용수를 일부 사용했지만, 곧바로 소화약제가 들어가지 않은 일반 소방수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름으로 발생한 화재였다면 소화약제가 들어간 소방수를 사용한다. 소화약제를 소방수에 섞으면 거품이 발생해 화재가 난 곳의 산소를 차단한다. 소화약제는 비눗물로 이해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소방수의 약 3% 비율로 소화약제를 넣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GS칼텍스 2공장 화재는 기름 화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소화약제가 들어간 용수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진압 초기 일부 사용했지만 공장 측에서 전량 수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망덕포구에 전어잡이 선박이 정박해 있다. 이용호 망덕포구 어촌계장은
망덕포구에 전어잡이 선박이 정박해 있다. 이용호 망덕포구 어촌계장은 "평년보다 전어 조업량이 크게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GS칼텍스도 사고로 인한 바다 오염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화재에 진압으로 발생한 폐수는 전량 수거해 적법하게 처리했다. 사고 당일 자체 조사결과 바다 오염 물질은 발견하지 못했고, 해경이 실시한 해양 오염 조사에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여수해양경찰은 일부 어민들을 상대로 여수 바다에 폐사 전어 무단 투기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수해경은 어민들이 싣고 갈 양보다 많은 양의 전어를 잡아 죽은 전어를 바다에 버린 것으로 보고 조사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해 한해광 센터장은 "지난달 11일 폐사한 전어는 뼈가 앙상하게 남아 있었고, 당시 어부들은 이구동성으로 전어가 녹았다고 말했다. 지느러미와 꼬리 등이 녹아있는 것으로 봤을 때 화학물질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폐사한 전어를 수거해 조사한 국립수산과학원의 남해수산연구소 관계자는 <더팩트>에 "(전어 폐사 원인이 GS칼텍스 2공장 화재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는) 좀 더 조사해봐야 한다. 아직은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4일쯤 정확한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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