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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 대전 월평동 '부글부글' 이유는?

  • 경제 | 2017-08-31 05:00
대전광역시 서구 월평동 화상경마장이 지난 27일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 결정으로 지역민들이 정부와 한국마사회에 시급한 조치를 해 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화상경마장이 들어선 이후 유흥주점 등이 급격하게 많아지면서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한국마사회의 이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전 월평동=임세준 기자
대전광역시 서구 월평동 화상경마장이 지난 27일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 결정으로 지역민들이 정부와 한국마사회에 시급한 조치를 해 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화상경마장이 들어선 이후 유흥주점 등이 급격하게 많아지면서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한국마사회의 이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전 월평동=임세준 기자

[더팩트ㅣ대전 월평동=이철영 기자] "보세요, 여기 화상경마장 주변으로 유흥주점 등으로 가득합니다.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요." "서울 용산 화상 경마장은 비교도 안됩니다."

대전광역시 월평동 화상경마장 주변 학부모와 주민, 식당 상인들은 하나같이 조속한 폐쇄와 이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7일 논란이 일었던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이 1500여 일 만에 폐쇄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월평동 주민들도 이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9일 오후 취재진이 찾은 월평동 화상경기장 주변은 술집, 마사지, 모텔 등 간판으로 가득했다. 거리를 지나는 저학년 초등학생들은 익숙한 듯 웃으며 거리를 걸었다. 월평동 화상경마장 주변으로는 초등학교, 중학교 등이 있다. 경마장과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직선거리로 300여 미터에 불과할 정도다. 학교보건법은 학교 200m 이내에는 학습권을 침해할 시설이 들어설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즉, 학교보건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월평동 화상경마장 사거리 인근 상가에는 성인 채팅방, 주점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월평동 화상경마장 사거리 인근 상가에는 성인 채팅방, 주점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경마장+술집+모텔' 교육권 침해 심각…젊은 부부 이탈

이양호 한국마사회장은 지난 27일 논란의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를 결정했다. 개장 2년 만에 묻을 닫기로 한 것이다. 학부모와 시민들이 학습권과 생활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길거리에 나선 지 1580여 일 만에 달콤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월평동 주민들은 용산 소식에 '혹시 우리도'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021년까지 대체부지를 선정해 이전하겠다고 약속한 화상경마장이 이르게 폐쇄되거나 이전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거리에서 만난 주민들은 화상경마장의 이른 이전과 폐쇄에 입을 모으며 용산 소식에 축하하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용산은 연내 폐쇄인 반면 월평동은 아직도 수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용산은 개장한 지 2년이고, 월평동은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용산은 연내 묻 닫고 월평동은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경마장 맞은편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40대 중반의 A 씨는 이어 "여기 경마장 때문에 말도 못 한다. 학생들도 줄고. 용산도 연내 폐쇄가 된다는데 여기도 빨리 조치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힘주어 말했다.

완연한 가을 날씨를 만끽하며 거리를 걷던 6070대 노인들도 시급히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노인들은 "환경이 너무 나쁜 것 같다. 우리야 늙어서 별로 그렇게 신경 쓰지 않지만, 엄마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나쁘지 않겠나 생각한다. 시내 중심에 이렇게 있다는 게 말이 되나요?"라며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반응을 나타냈다.

월평동 화상경마장에서 직선거리로 약 300m 거리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다. 주민들은 학생들이 등하교 시 화상경마장과 인근 유흥주점 등으로 인해 피해가 상당하다고 주장하며 시급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월평동 화상경마장에서 직선거리로 약 300m 거리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다. 주민들은 학생들이 등하교 시 화상경마장과 인근 유흥주점 등으로 인해 피해가 상당하다고 주장하며 시급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월평동 경마장은 (구)계룡사옥 건물에 있다. 마권발매는 7~12층에서 이뤄진다. 한국마사회는 1999년부터 매주 금·토·일요일에 걸쳐 영업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2000여 명 이상이 이용하는 곳으로 지난해 매출은 2648억 원에 달한다.

겉으로 보기엔 별문제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경마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의 '교육'이었고, 교통체증, 유흥상가 급증과 함께 지역 상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화상경마장이 들어선 지역은 애초 학원가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화상경마장이 들어서면서부터 유흥가가 급격하게 증가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주민들은 화상경마장이 들어서고 주변이 변하면서 젊은 부부는 아이들의 교육 등의 문제로 월평동을 대거 이탈했다고 했다.

월평화상경마장(시작점 위치) 반경 500m 안에 있는 ㄱ초등학교(오른쪽부터), ㄴ중학교, ㄷ초등학교. /네이버 위성지도 갈무리
월평화상경마장(시작점 위치) 반경 500m 안에 있는 ㄱ초등학교(오른쪽부터), ㄴ중학교, ㄷ초등학교. /네이버 위성지도 갈무리

화상경마장에서 직선으로 5분여를 걸으면 ㄱ초등학교와 옆에는 ㄴ중학교가 있다. 반대 길로 15분여를 다시 걸으면 ㄷ초등학교가 나온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젊은 층의 이탈로 학생 수가 급감했다.

화상경마장 인근 한 초등학교 교사는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화상경마장으로 인해 학생 수가 급감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경마장 주변으로 유흥주점과 적나라한 전단지와 마샤지숍, 모텔 등 환경이 좋지 않다. 사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 처지에서 볼 때 경마장, 유흥주점 등 문제가 상당하다. 아이들이 보고 뭘 배울지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손자를 둔 60대 B 씨도 아이들 교육 문제를 지적하며 흥분했다. 그는 "엄마들 입장에서 이런 환경에서 누가 여기서 학교 보내고 싶겠나. 술집도 많고 도박장도 있는데"라며 "공기업인 마사회니까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 같은데, 그래도 사람이 우선인 거 아니에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월평동 화상경마장 바로 앞 상가 건물 외벽에는 '성인 채팅' '섹시바' 등 학생들이 등하굣길에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의 큰 간판이 걸려있다.
월평동 화상경마장 바로 앞 상가 건물 외벽에는 '성인 채팅' '섹시바' 등 학생들이 등하굣길에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의 큰 간판이 걸려있다.

◆지역 상권 침체 주범...교통체증도 심각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경마가 있는 날이면 평균 2000명이 찾는 곳이다 보니 화상경마장 주변 도로나 주택가는 밀려든 차들로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원주민들은 밀려든 차량으로 주변이 주차장으로 변해, 주말에는 차량 이용을 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 호소했다.

화상경마장 인근 주택에 사는 50대의 한 여성은 경마장 문제를 묻가 "주차할 수가 없다"며 짜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경마가 있는 날이면 여기 주변에 차들이 인근 주차장은 물론 도로, 주택가까지 다 주차를 해서 여기 사는 사람들이 엄청 피해를 보고 있다. 질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면서 "여기 오는 사람들이 똑바른 사람들입니까. 주말에는 나갈 수가 없어요. 이거는 빨리 외곽으로 가야 합니다. 엄청나게 피해를 보고 있어요"라고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이야기했다.

월평1동 자율방범대 관계자도 교통난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아이고~. 그냥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경마장 오는 차량 때문에 문제가 많다"라며 "(경마장 주변으로) 식당이 안 되는 게 주말이면 다른 동네 사람들이 와야 하는 데 주차 때문에 오질 않는다. 이걸 동네 가운데에 두면 안 된다"며 조속한 조치를 요구했다.

주말이면 몰려드는 경마인들 수를 고려하면 지역 상권에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지역 상인들과 주민들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했다. 사람은 몰려들지만, 상권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화상경마장 주변 상인은 "여기 오는 사람들은 대전시에 사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그리고 이 사람들은 김밥처럼 바로 먹을 수 있는 거를 먹지 다른 건 먹지도 않는다. 그리고 끝나면 대부분이 떠난다. 그런데 상권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지방에서 사람들이 많이 온다. 그 사람들은 끝나면 그냥 가는 사람들이다. 이 동네에서 돈을 쓰지 않는다. 상권이 살려면 인근 동네 사람이라도 와야 하는데 이 화상경마장 때문에 오지도 않는다. 이것 때문에 월평1동뿐만 아니라 인근 동네까지 상권이 다 죽어가고 있다"라며 "경마장 오는 사람들이 이 동네에서 술 같은 것은 마시지도 않는다. 이거 때문에 이상한 가게만 늘어나고 상권은 다 죽고, 이전이든 폐쇄든 어떻게든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마사회는 월평동 화상경마장 이전과 관련해 대체 부지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마사회는 월평동 화상경마장 이전과 관련해 대체 부지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마사회, 대체부지 선정 후 이전…"대체 부지 선정 걱정"

용산이 폐쇄를 결정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월평동 화상경마장의 이른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마사회는 2021년까지 이전하겠다는 기존 계획 외에 다른 논의가 없는 상태다. 월평동 화상경마장 이전이나 폐쇄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시절 대전 지역 공약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정부 국정기획자문운영위는 지난 7월 국정계획 5개년 계획으로 지역공약에 포함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용산 폐쇄의 영향으로 이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이다. 마사회도 문재인정부 국정계획에 맞춰 이전을 추진 중이지만, 대체 부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경기도 김포, 충남 홍성 등이 화상경마장 유치를 추진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했다.

김병춘 마사회 홍보부장은 <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월평동 화상경마장을 2021년까지 이전한다는 기본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대체 부지 선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다. 저희도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상경마장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월평동 화상경마장도 1인 지정 좌석을 시행하면서 인원이 많이 줄었다. 대체 부지가 선정되는 대로 이르게 이전을 추진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약 5년여의 주민 투쟁으로 결국 '폐쇄'를 결정했다. 마사회가 폐쇄를 결정한 이유는 문재인정부의 출범과 함께 '교육권 침해'가 결정적 이유였다. 월평동 화상경마장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이전'을 공약했고, 이를 추진 중이다. 분명한 건 '교육권 침해'로 용산이 폐쇄를 결정한 만큼 월평동 화상경마장 또한 같은 이유로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권 침해'라는 공통점을 볼 때 이전 계획 추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따가워질 수밖에 없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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