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로 기자] GS리테일 대표이사직에 오른 뒤 공격적인 행보를 걸어온 허연수 사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허연수 사장은 주력 사업인 GS25 편의점 점포 수를 빠르게 확대하는 동시에 드러그스토어 왓슨스를 인수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믿었던 편의점 사업은 부진하고, 헬스앤뷰티(H&B) 사업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허연수 사장은 지난 2015년 말 허승조 전 부회장에 이어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업계에 이목을 끌었다. 주력 사업인 편의점 GS25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지난해에만 1443개의 점포를 추가로 늘렸다.
문제는 효과가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GS리테일 영업이익은 79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1%나 줄었다. 무엇보다 믿었던 편의점 사업 부진이 뼈아프다. GS리테일 편의점부문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2조9833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59억 원으로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어닝쇼크를 맞은 올 2분기 부진이 컸다. 영업이익이 642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5.8% 줄어들었다. 무려 10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이다.
◆ GS리테일 상반기 영업이익, 지난해 같은 기간 비교해 뚝
설상가상 향후 전망도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GS25는 공격적인 점포수 늘리기로 외형적으로 몸집을 불렸지만, 현재 한국 편의점 사업은 포화상태에 다다른 모양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편의점 수(상위 6개사 기준)는 약 3만4376개다. 한국 인구(약 5125만 명)를 생각하면 인구 1491명당 1곳이 편의점인 셈이다. '편의점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2226명당 1곳)보다 1.5배 많은 수치다.
정부 정책도 걸림돌이다. 당장 내년부터 17년 만에 최대폭인 16.4% 인상된 최저임금(7530원)이 시행된다. 정부의 계획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 원까지 올라간다면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레드오션인 편의점 사업에서 단순히 매장수를 늘리는 전략보단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허연수 사장은 취임 이후 신사업에도 적지 않은 노력을 했다. 지난 2월 헬스앤뷰티(H&B)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4년 홍콩에 본사를 둔 AS 왓슨과 제휴를 맺고 50% 지분 투자로 '왓슨스코리아'를 설립했던 GS리테일은 왓슨스홀딩스 보유의 H&B(Health & Beauty)숍 '왓슨스코리아'를 완전한 자회사로 편입하고, 지분 50%를 119억 원에 인수해 단독 경영권을 확보했다.
2011년 3000억 원대였던 시장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3000억 원대까지 급성장했다. 허 대표가 왓슨스코리아 지분 100%를 확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헬스앤뷰티 시장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심산이었다.
지난해 말 128곳이던 왓슨스 점포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58곳으로 늘어났다. 앞으로 20여 개의 매장을 더 확보할 것이라는 게 GS리테일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드러그스토어 시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국내 드러그스토어는 최근 5년 동안 급성장한 시장이지만 왓슨스코리아는 반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2년 27억 원을 시작으로 2013년 116억 원, 2014년 84억 원, 2015년 76억 원, 2016년 86억 원의 적자(당기순이익)를 냈다.
우선 업계 1위 '올리브영'의 파워가 워낙 막강하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83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충성 고객 많은 올리브영에 한참 밀리는 왓슨스
소비자들 역시 '올리브영'에 대한 충성도도 강한 편이다. 취재진이 20~30대 여성 10명을 상대로 '어떤 드러그스토어를 찾나'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모두 '올리브영'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올리브영을 찾는 이유에 대해 하나 같이 '어디를 가도 보이는 많은 매장', 'CJ포인트'로 꼽았다.
일주일에 최소 1회 이상 드러그스토어(올리브영)를 찾는다고 밝힌 한 30대 여성 소비자는 "우선 올리브영은 눈에 보이는 매장이 많아 근접성이 좋다. 굳이 매장을 찾아가면서까지 왓슨스를 갈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차별화된 상품이 있지 않다면 쉽게 매장을 찾을 수 있는 올리브영을 찾게 된다"면서 "또한, CJ 포인트도 큰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올리브영을 자주 찾는다는 20대 여성은 "다양한 상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고, CJ 멥버십도 잘 돼있다. 영화, 카페 등 다양한 계열사에서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올리브영을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여성 소비자는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진 않지만, 올리브영은 매장이 많아 찾기도 쉽다. 이곳에서 쌓은 CJ 포인트로 여러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트렌드에 맞는 차별화 된 상품을 보여드리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유명 중소기업의 우수 제품 등도 발굴하며 각 시즌에 맞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면서 "CJ 연계성도 고객들이 많이 찾는 이유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소비자들 사이에서 '왓슨스'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취재진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왓슨스점을 찾았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지만 왓슨스 매장은 썰렁하기만 했다. 1시간 동안 매장을 찾은 소비자는 7명도 채 되지 않았다. 이마저도 한국 화장품에 관심을 보인 외국인 관광객 3명을 포함한 수치다.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대는 아니었지만,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매장치고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왓슨스 매장 직원은 "왓슨스도 올리브영과 같은 드러그스토어다. GS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왓슨스는 다소 생소하다"는 취재진의 말엔 "국내에 들어온 지 오래됐다…"며 말끝을 흐렸다. 왓슨스 매장을 찾은 한 여성 소비자는 "특별히 왓슨스를 선호하진 않는다. 당장 구입해야 할 품목(화장품)이 있어 찾게 됐다"며 "평소 올리브영을 애용한다. 집 근처에 매장이 있어 많이 찾게 되고, 포인트도 계속 쌓이게 돼 계속 가게 된다"고 말했다.
◆ 허연수 사장, GS리테일 '만년 2위' 꼬리표 뗄 수 있을까
왓슨스 역시 GS&POINT 통합 회원제를 도입했지만, 드러그스토어 주 타깃층인 여성들의 마음을 잡진 못했다. 왓슨스 멤버십 카드를 등록하면 편의점인 GS25를 비롯해 GS슈퍼마켓,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롯데월드, 교보문고, 아시아나항공, GS칼텍스 등 33곳 제휴처에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을 뿐 아니라 매장 자체도 찾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외식, 쇼핑, 통신, 유통 등 우리 생활에 가까이 자리한 CJ 브랜드 파워도 왓슨스를 외면하는 이유이다.
롯데쇼핑의 롭스, 신세계그룹의 부츠 등 후발주자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롭스는 현재 92개의 점포를 운영하며 왓슨스를 추격하고 있다. 롯데는 올해 안으로 롭스의 점포수를 122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신세계그룹은 영국 1위 드러그스토어와 손을 잡고 '부츠'를 출점했다. 5월 스타필드하남점을 시작으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고속버스터미널점, 명동점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부츠 명동점은 4층, 388평 규모로 업계 1위 '올리브영'의 명동 본점(360평)을 제치고 국내 최대 헬스앤뷰티숍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허 연수 대표는 특별히 어느 부문에 집중하기보단 편의점, 슈퍼마켓, 드러그스토어 등 모든 사업을 종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비롯해 드러그스토어, 편의점 모두 상생해야 멀리 간다고 생각한다"면서 왓슨스에 대해선 "1인 가구 상품, 데일리 코너를 강화하는 등 차별화를 통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은 주력 사업인 편의점과 H&B 시장에서 각각 CU와 올리브영에 뒤진 2위에 머물러 있다.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GS리테일의 구원 투수로 등판한 허연수 대표.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로 재신임을 받은 만큼 이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5년 동안 4배 이상 커진 드러그스토어 시장은 유통 업체에선 놓치지 말아야 할 블루오션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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