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1심 선고 공판 기일(25일)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이라는 위기 속에서 수개월째 '숨죽이기'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이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새 리더'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하는 것은 물론 굵직한 경영 현안들이 청사진도 제시하지 못한 채 제자리에 머무를 수 있는 만큼 안팎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해있다.
◆ "지켜보는 것 외에는…" 삼성, 사건의 본질 벗어난 '여론 재판'될까 노심초사
지난 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12년을 구형하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비롯해 그룹 계열사 안팎에서는 하나같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전실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전직 수뇌부에 대해서도 징역 7~10년의 중형을 구형하자 "다른 재벌 총수들의 경제범죄 혐의 재판과 비교하더라도 (특검의 구형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일부 임직원은 특검의 구형 기준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진 '뇌물죄' 부분이 아닌 '재산국외도피죄' 쪽으로 기울고, 본건 재판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장 전 사장의 과거 문자 메시지가 언론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조명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계열사 관계자는 "기업과 정부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에 대해 재판부가 객관적인 시각으로 공정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라면서 "그러나 최근 재판에서 다뤄진 핵심 쟁점과 무관한 이슈들이 되레 주목을 받고 있어, 자칫 이런 분위기가 재판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닐지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 '이재용 선고' 삼성전자, 브랜드 이미지 '빨간불' 신규투자·M&A '실종'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수개월째 지속하면서 주요 그룹 계열사의 경영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는 오는 24일과 25일 향후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늠하는 중대사를 앞두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공판 하루 전인 24일 자정 미국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갤럭시노트8'을 공개하는 언팩 행사를 진행한다.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작심하고 내놓는 '갤러시노트8'은 단순히 신제품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지난해 발화 문제로 조기 단종이라는 뼈아픈 과오를 남긴 '갤럭시노트7'의 후속 모델이라는 점에서 흥행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갤럭시노트8'이 첫 선을 보이는 다음 날 이 부회장의 선고 공판이 예고돼있어 삼성전자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이재용'이라는 경영인은 물론 '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 이후 초대형 리콜 등 기민한 대응에 나서면서 가까스로 브랜드 이미지를 지켜낸 삼성전자지만, 이 부회장의 뇌물죄가 확정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도를 잃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등의 국가에서 적용하고 있는 해외부패방지법(FCPA)에 발목을 잡힐 경우 계약해지 및 과징금 등 막대한 경제적 손실도 떠안을 수 있어 갈 길 바쁜 삼성전자로서는 이번 선고 공판 결과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꽉 막힌' 투자심리 역시 고민거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가 개최한 경영위원회는 지난 4월과 6월 단 두차례 뿐이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경영위원회에서 처리된 안건 내용에서도 신규투자나 인수·합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총수 구속에 따른 징후는 다른 계열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달 신청한 발행 어음 사업인가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이 부회장의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심사보류 통보를 받기도 했다.
한 삼성 계열사 고위 관계자는 "재판부의 결정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거대 글로벌 자본이 앞다퉈 신성장 동력 발굴에 열을 올리는 것은 물론 자국 기업 및 산업 보호 체제를 구축해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안팎의 불안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서울 서초 서울회생법원 제1호 법정(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제3별관 209호 법정)에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전직 경영진의 1심 선고 공판 방청권 응모를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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