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틀에 걸쳐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비선 실세인 최순실에게 경제적 지원을 했다'는 특검의 공소내용에 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이 부회장의 51번째 재판이 열렸다. 전날(2일) 특검 측이 이 부회장을 상대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 데 이어 이날 재판에서는 변호인과 재판부의 순서로 신문을 진행했다.
지난 4월 첫 공판기일 이후 4개월여 만에 치러진 피고인 신문의 주된 화두는 지난 2014년 9월 박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 때 최 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을 지시받았는지, 재판에서 다뤄진 그룹 주요 경영 현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물밑 지원'을 받았는지 여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순환출자고리 해소 등 일련의 그룹 경영 현안들이 모두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이며, 삼성은 '비선 실세'의 승마지원의 대가로 정부의 조력을 받았다는 게 특검 공소내용의 핵심이다.
특검이 주장하는 '청와대→삼성→최순실'로 이어지는 뇌물죄 연결고리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대가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단독면담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최순실', '정유라'라는 말을 듣지 못했고, 대통령이 언급한 승마지원이 특정 개인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라며 특검 공소내용의 전제 자체를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또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주면, 승계 작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대통령과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 아니냐"는 특검의 물음에 "그런 생각 해본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외에도 삼성물산 합병,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그룹 현안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그룹 경영과 관련된 그 어떤 것도 부탁하지도, 할 생각도 없었다"라며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의 경우 애초부터 계획에 없었고, 이 같은 현안들이 경영 승계와 관련성이 없다"라고 진술했다.
다시 말해 특검이 뇌물공여죄 성립을 위해 전제로 삼은 '청와대(박 전 대통령)와 삼성(이 부회장) 간 부정한 청탁'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설명한 삼성그룹의 의사결정 체계 역시 특검의 공소내용과 달랐다.
우선 이 부회장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이하)과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는 "저는 삼성전자 소속으로 미전실 업무는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전실장이 주관한다"라며 "미전실 관계자들과 따로 회의하거나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해 왔던 수요 사장단회의에 참석한 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지시받은 승마 종목 지원 역시 자신은 최 전 부회장에게 전달만 했을 뿐, 일련의 모든 과정은 최 전 부회장이 컨트롤 했다는 것이다.
또한,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 업무에 관해서도 "전자, IT 분야를 제외한 각 계열사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의사를 표현할 만큼 지식도 없었고 자신도 없었기 때문에 각사 사장들과 미전실을 믿고 일을 잘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목적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에 있었고, 삼성과 결탁한 청와대가 국민연금을 상대로 합병에 찬성하도록 강요했다는 특검의 의견과 상반된 설명이다.
한편, 이 부회장을 끝으로 최 전 부회장, 장충기 전 미전실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모두 마친 특검과 변호인단은 오후 재판에서 지금까지 다뤄진 쟁점에 관해 마지막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점검하는 '공방기일'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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