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재판에서 삼성 측 변호인단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의 증거 효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관해 이미 재판부가 '직접증거'가 아닌 '정황증거'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그에 앞서 특검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던 만큼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로써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19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이 부회장의 42번째 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는 김건훈 전 청와대 정책조성수석실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행정관은 본건 '뇌물죄' 사건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보관하다 특검과 검찰에 제출한 인물이다.
지난해 11월 특검은 김 전 행정관을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고, 그가 보관하고 있던 안 전 수석의 업무일지 11권을 압수했다. 이후 김 전 행정관은 특검 조사과정에서 39권의 업무수첩을 추가로 제출했는데 변호인단은 앞서 압수된 11권의 획득과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김 전 행정관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전달받은 업무수첩에 관해 '파기를 해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라며 "업무수첩은 당연히 작성자인 안 전 수석에게 전달돼야 했지만, 특검은 엉뚱하게도 김 전 행정관에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압수 수색을 발부하는 방식으로 수첩을 확보했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은 위법하게 수집된 것으로 증거로써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당시 특검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을 살펴보면, 혐의 란에는 '증거인멸교사'라고 기재돼 있다.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역시 '김 전 행정관이 김필승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에게 수첩을 파기하거나 대신 보관하도록 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날 신문에서 김 전 행정관은 "증인이 김필승에게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파기하거나 대신 보관하라고 지시한 적 있느냐"라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라고 대답했다.
김 전 행정관이 지난 2016년 청와대 국정감사 및 국회 상임위에 대비하기 위해 작성한 문건에 대한 신빙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특검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같은 해 11월 안 전 수석의 지시로 지난 2015년 5월부터 2016년 8월까지 K스포츠재단 관련 이슈를 시간순으로 정리한 일지를 작성했다.
해당 문건에는 'K스포츠재단 관련 주요일지'란에 '(2015년) 10월 22일 승마 관련 SS보고', '11월 독일 전지훈련 파견 위한 마장마술 선수 3배수 추천 예정', '정유라 선수용 마필, 58만 유로, 보험 66천 유로'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아울러 2015년 7월 24일과 25일 박 전 대통령이 7대 그룹 총수들과 독대한 일정과 함께 '재단 관련 언급 시점'이라는 설명도 달았다.
특검은 이 같은 문건의 내용에 대해 "삼성과 청와대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정확한 보고 과정은 확인되지 않지만, 최소한 삼성 측에서 보고했거나 삼성으로부터 요청을 받은 다른 누군가가 청와대에 승마지원 정보를 보고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변호인단은 "'SS'라는 표기는 김 전 행정관 스스로 삼성에서 작성한 것이라는 자의적 판단으로 기재했다고 인정하고 있고, 그가 문건을 작성했을 때 참고한 자료가 삼성에서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다른 증인 진술이나 증거자료에서도 입증된 것 없다"라며 "특히, 김 전 행정관은 이날 증언에서 박 전 대통령과 기업 총수 간 독대와 관련한 얘기를 방기선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서 들었는지, 안 전 수석에게서 들었는지 조차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증인신문에 예정돼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5일에 이어 이번 재판에서도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특검은 "오늘 오전 서울구치소를 통해 증인신문을 위한 구인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로 재차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영장 집행에 불응해 결국 구인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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