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울중앙지법=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재판에서 '엘리엇의 저격수'로 불리는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해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하 양사 합병) 비율 산정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일각의 의혹을 전면으로 부정했다.
17일 오전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의 40번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 교수는 "양사 합병 건은 '반재벌 정서'로써 판단돼야 하는 것이 아니라 냉철한 이성을 바탕으로 생각해야 한다"라며 "특히, '최순실 사태'와 관련, 양사 합병에 대한 공정성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합리적인 논의와 증거를 토대로 다뤄져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증인 출석을 결심하게 된 경위에 관해 설명했다.
신 교수는 앞서 지난 2015년 양사 합병 당시 '벌처 펀드'인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합병 비율을 문제 삼고 '경영 승계 프레임'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주장하며 '엘리엇의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때문에 법조계와 재계 안팎에서는 이날 신문이 14일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 저격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논리 싸움 양상이 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실제로 그는 '양사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불합리하게 추진된 것'이라는 김 위원장이 주장과 180도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특검의 공소내용에 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신 교수는 "특검이 내세우는 논리 근거의 전제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양사 합병이 구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한 결정이었다는 것과 둘째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국민연금)이 이를 알고도 (청와대와 삼성의) 로비로 찬성을 강행했다는 것"이라며 "특검의 주장대로라면, 국민연금은 당시 반대표를 던지던지, (삼성물산) 주식을 팔아 손실을 줄였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지난 2015년 6월 11일부터 같은 해 7월 17일 사이 구 삼성물산의 지분율 변화 현황 자료를 제시했다. 이 기간은 주주 명부 확정기로 투자자들이 주식 거래를 하면서도 투표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투자자들의 투자판단이 '찬반투표'와 무관하게 수익률만 고려해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신 교수는 "만일 양사 합병이 주주들에게 불리한 결정이라면, 당시 외국인들은 구 삼성물산 주식을 팔아야 하지만, 이들은 물론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율은 줄어들지 않았다"라며 "국내외 투자자들 모두 투표성향에 따른 매매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합병에 따른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이 포트폴리오 투자자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합병 결정 직후 양사 주가는 15~20%가량 급증했다. 국민연금은 구 삼성물산뿐만 아니라 제일모직에 대한 지분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합병이 무산되면 제일모직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각 사에서 15% 이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양사 합병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 옳다는 일각의 주장에 관해 "양사 합병의 목적이 경영권 승계인지, 사업 시너지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삼성에서 투자자들과 그룹이 '윈윈'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만큼은 분명하다"라며 "공정거래위원회조차 (재벌의) 경영 승계를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경영 승계는 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며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주식을 사는 것 아니라 외부에서 사회운동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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