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울중앙지법=서재근 기자] "제 말도 아닌데, 그것도 제가 아들까지 데리고 독일에서 덴마크까지 건너간 상황에서 말 다리 아픈 것까지 신경 쓰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38번째 재판이 12일 열린 가운데 이날 증인 신문에 불출석 의사를 밝혔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돌연 증인으로 출석, 독일과 덴마크 등에서 자신이 탄 말들의 소유권과 관련해 '삼성 소유'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삼성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 씨에게 뇌물 목적으로 말 소유권을 넘겨줬다는 특검의 주장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서 정 씨는 "'비타나V'와 '살시도'가 삼성 소유의 말인 것은 맞냐"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면서 이후 해당 말들을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교환했다면 이들 역시 삼성의 소유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말들의 소유권이 삼성에 있다는 그의 진술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정 씨는 앞서 검찰 조사 당시 지난 2016년 1월 최 씨에게 "우리가 (삼성으로부터) '살시도'를 우리가 사면 안되느냐고 묻자 최 씨가 '그럴 것 없이 내것처럼 타면 된다"라고 대답했다"라고 진술했다.
당시 이 같은 진술을 한 경위에 대해 정 씨는 "2015년 말 '살시도'의 이름을 '살바토르'로 바꿨을 때 어머니(최순실)에게 그 이유를 묻자 '삼성 말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니 토 달지 말아라'고 해서 그때 삼성 소유라는 것 알았다"라며 "'살시도'가 삼성 소유의 말이라는 사실을 알고 삼성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말을 넘길까 봐 사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정 씨는 삼성에서는 애초 '말 교환' 사실을 몰랐고, 최 씨가 자의적으로 '비타나'와 '살시도'를 '블라디미르', '스타샤' 등으로 바꾸려 했다는 변호인단의 설명에 격앙된 어조로 "애초 '비타나'와 '살시도'가 삼성 말이었는데 (삼성에서) 몰랐을 리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말 세탁' 의혹의 핵심 쟁점인 소유권 문제의 명확한 답변은 특검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나왔다. 정 씨는 "'블라디미르', '스타샤' 등이 삼성 소유라고 답변했는데, 그렇게 생각한 근거가 무엇이냐"는 특검의 질문에 "저에게 말의 소유가 코어스포츠에 있는지 삼성에 있는 것인지를 묻는 것 같은데 코어스포츠는 아니다. 저희 쪽 누구도 말의 행방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말의 소유 관계를 구분 짓는 기준은 누가 말을 보살피고, 그 비용을 내느냐에 있다"라며 말을 소유하는 사람들이 말의 건강상태나 부상 여부 등을 살피지 않은 것은 비정상적인 것은 맞지만, 말 주인도 이 부분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고, 저로서도 어차피 제 말도 아닌데 어린 아들까지 데리고 덴마크까지 가서 말 상태까지 신경 쓰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정 씨의 진술은 지금까지 '독일에서 정 씨의 훈련용으로 사용한 말의 소유권은 삼성에 있었다'는 삼성 측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변호인단은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이 부회장의 34번째 재판 당시 '말 세탁' 의혹이 불거진 '비타나V'와 '라우싱'의 소유권 해제 확인서를 증거로 제출하며 특검의 공소내용을 반박한 바 있다.
한편, 지난 8일 변호인을 통해 "(이 부회장의 재판이) 자신의 형사사건과 직결된 만큼 출석할 수 없는 상황이며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자신을 방어하는 최소한의 길"이라며 전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정 씨는 이날 오전 돌연 법정에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 씨는 증인 출석을 결정하게 된 경위에 관해 "여러 가지 만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특검에서 저에 대해 증인 신청을 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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