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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프리즘] 맥도날드 '햄버거병' 파문…"어디 먹이겠어요"

  • 경제 | 2017-07-08 05:00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아이가 신장의 90%가까이 손상된 사연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햄버거 포비아(햄버거공포증)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더팩트 DB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아이가 신장의 90%가까이 손상된 사연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햄버거 포비아(햄버거공포증)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솔직히 불안해서 아이한테 햄버거 먹이겠습니까? 빨리 원인이 밝혀졌으면 좋겠어요." 엄마들 사이에 햄버거 공포증이 확산하고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아이가 신장의 90%가까이 손상된 사연이 알려지면서다.

6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앞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지난해 9월 한국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은 후 용혈성요독증후군(HUS, 햄버거병)에 걸린 아이 사건을 이야기하며 두려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일 A양의 어머니가 한국맥도날드를 식품안전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면서 확산했다. A양 어머니는 아이가 고기패티가 덜 익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HUS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가족에 따르면 A양(당시 4세)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기 전까지 건강했다. 그러나 A양은 햄버거를 먹은 뒤 HUS에 걸렸고, 병원에 입원했다. A양은 2달 뒤 퇴원했지만, 신장이 90% 가까이 손상돼 배에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하루 10시간씩 복막투석을 하고 있다.

피해자 측은 "HUS는 주로 고기를 갈아서 덜 익혀 조리한 음식을 먹었을 때 발병한다"며 "미국에서 1982년 햄버거에 의한 집단 발병 사례가 보고됐고, 햄버거 속 덜 익힌 패티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앞서 조리과정 등 해당 매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펼쳤고, 패티 문제가 불거져 패티 생산 공정까지 조사했다. 관공서에서도 두 차례 조사를 나왔는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A양 어머니는 아이가 고기패티가 덜 익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HUS에 걸렸다고 주장했지만, 맥도날드는
A양 어머니는 아이가 고기패티가 덜 익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HUS에 걸렸다고 주장했지만, 맥도날드는 "해당 고객은 발병 원인으로 수입 쇠고기를 언급했지만, 사건 당일 고객이 먹은 제품에 사용된 패티의 원재료는 국산 돈육이고 내장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더팩트DB

맥도날드는 사고 발생 당시 같은 제품이 300개 이상 판매됐으나 HUS에 걸린 사례는 피해자를 제외하고 한 건도 없었다 것이다. 맥도날드는 "해당 고객은 발병 원인으로 수입 쇠고기를 언급했지만, 사건 당일 고객이 먹은 제품에 사용된 패티의 원재료는 국산 돈육이고 내장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당일 같은 제품이 300여개 판매됐지만, 제품 이상이나 건강 이상 사례가 없다"라고 피해자 측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당사는 식품을 취급하는 회사인 만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다"며 "향후 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A양 사건은 온라인을 통해 일파만파 확산했고,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맥도날드의 대응을 비난하는 동시에 햄버거를 먹이기 불안하다는 태도를 보인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른바 '햄버거 포비아(햄버거 공포증)'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양천구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맥도날드가 바로 학교 근처에 있어 종종 갔는데 이번 사건을 알게 된 후부터 아이를 달래고 있다"면서 "솔직히 불안하지 않은 학부모가 있겠어요? 아이 친구 학부모들 대부분은 앞으로 햄버거를 먹이지 않겠다는 분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7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7일 "식약처는 각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 패티의 실태조사·성분공개와 이를 토대로 한 축산가공식품(분쇄가공육)의 위기대응관리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관계당국에 요구했다. /더팩트DB

또 다른 학부모는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서는 안타까움이 먼저 든다. 부모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나"라며 "맥도날드는 제품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인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맥도날드는 물론, 다른 햄버거도 별로 먹이고 싶지 않다"라고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도 7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맥도날드는 해당 사건에 대해 햄버거 조리 시 문제는 없었는지 철저하고 정확한 진상규명과 동시에 진정성 있는 피해대책 마련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각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 패티의 실태조사·성분공개와 이를 토대로 한 축산가공식품(분쇄가공육)의 위기대응관리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패스트푸드점 대표의 경우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고 있으나 관리자인 종업원에 대해서도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법령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국에 요구했다.

협의회는 또, "관계 당국 및 업계는 이번 사건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통해 피해를 입증하지 못해 소비자에게 2차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햄버거병 논란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확산하자 식약처도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에 주의를 당부했다. 식약처는 6일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11곳에 '본사가 위생 기준과 철저한 검사를 거쳐 적합하다고 판정된 패티만을 가맹점에 공급하고, 가맹점은 패티를 충분히 가열·조리한 후 제공하라'고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햄버거병 논란은 당분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에 관련 업계는 매출감소 등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글로벌기업이다. 이번 사건의 원이 패티 문제인지 아닌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법의 판단에 앞서 맥도날드가 신장의 90%가 손상된 A양과 가족에게 도의적인 사과가 먼저였다면 어땠을까.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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