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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기억 흐릿한' 안종범 수첩 증거 효력 '물음표'

  • 경제 | 2017-07-05 16:5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변호인단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변호인단은 "안 전 수석의 진술내용과 그가 작성한 업무수첩이 증거로써 효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문제 제기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울중앙지법=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불분명한 진술을 이어가면서, 그가 작성한 업무수첩이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로써 효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35번째 재판에서는 안 전 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안 전 수석은 '삼성→청와대→최순실'로 이어지는 뇌물죄 연결고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실상 '대변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때문에 특검은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 메모와 경제수석실에서 작성한 대통령 말씀자료, 더 나아가 재판정에서의 진술 내용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개별 면담 때 실제 청탁이 있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날(4일) 안 전 수석에 대한 신문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두 사람이 실제 독대 때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증거나 진술은 나오지 않았다. 안 전 수석이 명확하게 진술한 부분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서원(최순실)', '정유라', '장시호'에 관한 얘기를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다"라는 것과 "미르·K스포츠재단과 영재센터의 배후에 최순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지 못했다"라는 것이 전부다.

특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1차 독대를 포함해 2015년 7월 2차 독대, 2016년 2월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단독 면담을 했다. 특검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적힌 메모 내용이 실제 독대 때 나왔던 대화 내용을 옮겨적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독대 준비용으로 경제수석실에서 작성한 '말씀자료'의 내용과 업무수첩의 내용이 일치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메모를 작성한 장본인인 안 전 수석은 업무수첩의 내용과 관련해 "실제 독대 때 어떤 얘기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며 말씀자료에 대해서도 단순한 '참고자료'에 불과하다고 진술했다. 이는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적힌 메모는 독대 이후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를 옮겨 적은 것이라 해도 실제 독대 때 어떤 얘기가 오갔으며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없다"라는 변호인단 측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안종범 전 수석은 업무수첩 내용과 관련해
안종범 전 수석은 업무수첩 내용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게 들은 얘기를 옮겨 놓은 것일 뿐이며 독대 때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모른다"고 진술했다.

안 전 수석의 진술 내용에 대한 신빙성도 도마에 올랐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살펴보면, 2015년 7월 25일 'SS'(삼성)라고 표기한 페이지에 '재단'이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안 전 수석은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은 기업 총수들과 독대를 마치고 저에게 '재단설립 추진과 관련한 얘기를 했다'고 말씀하셨다"라며 "모든 말씀자료에 재단 관련 내용이 있었고, 해당 내용을 말씀자료에 넣도록 지시한 것도 대통령이었다"라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2차 독대에 나서기 하루 전인 2015년 7월 24일 현대자동차와 CJ, SK그룹 총수와 먼저 독대했다. 안 전 수석의 진술대로라면 가장 먼저 독대한 이들 기업에 대한 메모에서도 '독대'라는 글귀가 적혀 있어야 하지만, 삼성 부분을 제외한 수첩 어디에도 '재단'이라는 표기는 없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김창근 전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박 전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독대한 그룹 총수들 역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을 당시 "박 전 대통령이 문화 및 체육 분야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은 했지만, 재단 설립과 관련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외에도 3차 독대 당시 기재한 업무수첩에는 삼성과 관련한 페이지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메르스' 등 모두 12개 항목이 적혀있다. 변호인단은 "30~40분의 시간 동안 그 많은 항목에 대해 실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문제 제기했지만,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한 얘기를 옮겨 적었을 뿐"이라며 실제 독대 때 언급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이어가지 못했다.

한편, 이날 36번째 재판에서는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 신문을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이 전 본부장의 신문을 마치는 대로 안 전 수석에 대한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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