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특검과 변호인단의 신문 내용을) 정리해서 질문하겠습니다. 삼성의 지주사 전환 추진이 청와대의 영향력을 기대고 추진된 것으로 생각했나요?" (김진동 부장판사)
"애초부터 이 같은 취지로 물어봤었다면, 대답은 너무도 간단합니다. 청와대 개입, 절대 아닙니다."(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그럼 삼성이 추진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과 관련한 전반적인 진행 과정이 일반적인 것인가요?"(김진동 부장판사)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건에 관해 특검의 공소내용과 상반되는 진술이 나왔다.
1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29번째 재판에서 정은보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부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검은 지난 2016년 2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과정에서 삼성생명 지주사전환 추진 과정에서 힘을 실어줄 것을 청탁했고, 청와대의 영향력을 등에 업은 삼성이 소관 부처인 금융위의 지주사 전환 불가 통보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원안추진을 고수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 부위원장은 "지난 2016년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삼성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금융위의 검토 내용을 보고했는데 이 과정에서 안 전 수석을 비롯해 청와대 측에서 해당 이슈에 대해 먼저 구체적으로 보고해달라는 요구 및 요청은 전혀 없었다"라고 진술했다.
이어 "오히려 보고과정에서 안 전 수석은 특별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고, 되려 관심이 너무 없다고 느껴져 서운한 감정까지 들었다"라며 "보고를 받은 이후에도 지주사 전환에 대한 기술적 언급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승인 여부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이나 지시도 전혀 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정 부위원장의 이 같은 진술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된 24~26회차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금융위 전현직 관계자들의 진술과도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김정주 금융위 사무관과 김연준 금융위 전자금융과장, 손병도 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등도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이나 압력행사는 없었다'는 일관된 진술을 했다. (2017년 6월 9일 자 <이재용 재판, 금융위 증인 3인 "청와대 압력없어"…특검 '빨간불'> 기사 내용 참조)
특검의 공소내용과 상반되는 진술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정 부위원장은 삼성이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목적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있는 것 아니냐는 특검의 질문에 "금융위에서는 법리적 문제에 관해 검토할 뿐이며 지주사 전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유불리 문제, 반사적 이익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고려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이날 정 부위원장은 삼성에서 2016년 4월 지주사 전환 계획을 전면 보류하기 직전까지 금융위를 상대로 지주사 전환 승인을 요구한 경위에 대해 첨예한 견해차를 보였다. 정 부위원장은 "소관 부처에서 확고하게 불허 견해을 밝혔음에도 삼성이 원안 추진을 고수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 아니냐"고 묻는 질문에 "감독 당국의 견해에 (기업이) 즉각적인 수용을 하지 않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비공식 협의 과정에서 감독 당국과 기업 양측이 견해를 달리하는 것은 오히려 일상적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사안에 대해 기업 측이 끝까지 고집을 피우는 경우도 있고, 이 역시 이례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며 "다만, 굳이 '이례적'인 요소를 찾자면, 삼성에서 금융위가 문제 제기한 부분에 대해 다른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부분은 일반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호인단 역시 "정 부위원장의 신문을 통해 삼성에서 추진한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검토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이 없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라며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된 사안을 청와대를 상대로 한 부정청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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