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슈의 현장에선 한국타이어 공장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100명이 넘는 근로자가 사망해 '죽음의 공장'으로 불리고 있는 데도 사망에 이른 원인 파악과 해결에 대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아 여전히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공장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니 어찌된 영문인지 [TF비즈토크]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모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 기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습니다. 경영 방향과 일자리 창출 등을 비롯해 민감한 사안인 이마트 중국 철수와 사내 성추행 사건 등에도 솔직하게 말했다고 합니다. 국세청 고발 소식이 전해진 코오롱그룹의 이웅열 회장과 애연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아이코스 열풍에 대해서도 좀 더 짚어보도록 하지요.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이철영·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로·이성락·서민지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장병문 기자] - '죽음의 공장'이라 불리는 한국타이어 공장의 사망자 수가 100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타이어 대전, 금산공장과 중앙연구소에선 무려 93명의 직원이 세상을 떠났고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진 최소 36명의 근로자가 사망했습니다. 하청업체 직원, 질병으로 퇴사 후 사망한 사람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인원까지 고려하면 지난 20년 동안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사망자 수는 최소 139명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목숨을 잃은 이들은 유해물질로 인한 암, 순환기질환 등으로 세상을 떠났는데도 산업재해 보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왜'가 궁금합니다.
◆ '계속된 산재 사망' 한국타이어 측 "피해자들 주장은 허황된 이야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산업재해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사회보험인데요. 타이어산업 특성상 근로자들은 유해물질을 피할 수 없는 형편인데 왜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하나요?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에 따르면 1997년부터 현재까지 한국타이어 산재 신청 승인 비율은 채 1%도 안 된다고 합니다. 주요 원인은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피복됐다는 이유인데요. 지난 2007년 12월 산재보상보험법이 전면개정됐으나 이후에도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산재 승인율은 사실상 0%대(약 0.9%)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유기용제(시너·솔벤트 등 어떤 물질을 녹일 수 있는 액체상태의 유기화합물질로 휘발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공기 중에 유해가스의 형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중독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환과 인과관계가 불분명해 의학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적 개선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업 환경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질병을 얻은 직원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하나같이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질병을 얻었다고 주장 합니다. 2009년 타카야수 동맥염 판정을 받은 박응용 산재협의회 위원장은 "한국타이어 공장 내 근무 환경은 말도 할 것 없이 열악하고, 노동탄압도 엄청나다"라면서 "근무를 하다 다치면 권고사직을 권유하고, 설령 산재를 신청해도 불승인 결과가 나와 패배주의가 팽배하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 3월 다발성신경병증 확진을 받은 김운학 씨 역시 "대전공장의 근무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유해물질에 대한 사전 교육은 전혀 없었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고, 환기 시설이 없어 유해물질(흄)을 그대로 흡입하며 일한다.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산소마스크는 노후가 심해 효과가 전혀 없어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를 하고 있다. 대부분 근로자가 일반 마스크를 사용해도 회사에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질병이 생겨 산재를 신청하면 공장 내에서 따돌림을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한국타이어 공장 측 반응이 정말 궁금한데요.
-20년 동안 끊임없는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떳떳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관계자는 취재진이 해당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미간을 찌푸리며 반응하더라고요. 우선, 보안을 이유로 공장 내 취재는 거절했고, 산업재해 피해에 대해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공장 관계자는 "작업 환경에 대해 법적으로나 내구 규정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안전 교육은 물론 안전 장비(마스크) 역시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법적 기준보다 훨씬 강도 높게 준수하고 진행하고 있다"며 얼굴을 붉히더군요. 그러면서 "'저희가 잘못이 있다면 왜 지금까지 법적으로 아무런 재제를 받지않았겠냐'라며 피해자들의 주장은 허황된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한국타이어 직원으로서 사측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게 맞지만, 전현직 근무자 100명이 넘게 죽어간 상황에서 참 어이가 없고 슬픈 현실로 느껴졌습니다. 노동자 작업 환경에 문제가 없는지, 없다하더라도 더는 이런 불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시설을 개선하는 게 필요할 텐데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은 "아쉽다"는 말로 대신했습니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한국타이어 측이 '정말 유감이다. 앞으론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단지 바람으로 끝났습니다.
◆ 파격 발언 쏟아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솔직담백’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31일 모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용섭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최성 고양시장 등과 함께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 박람회’에 참석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속 시원한’ 발언들을 쏟아냈다고요?
-네. 정용진 부회장은 당시 오프닝 세리머니, 박람회 현장 점검 등 공식 일정을 끝내고 비공식적으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시간에 제약을 두지 않고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하며 궁금증을 풀어줬습니다.
-재계 오너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네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우선 당초 상반기에 개장할 예정이었던 ‘스타필드 고양’이 올해 8월로 지연된 이유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는 “스타필드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늦었다”며 “처음에 생각했던 것을 뒤엎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고객의 동선, 점포 콘셉트, 전문점 역할 등 다방면에서 고민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고객 관점에서 ‘완벽한 스타필드’를 만들겠다는 욕심이 있었다는 얘기군요? 특별히 스타필드 고양에만 있는 새로운 시설이 있나요?
-안 그래도 취재진은 “새로운 시설이 들어오나?” “하나만 알려달라”며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이에 정용진 부회장은 “그건 비밀”이라며 귀여운 대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단, “아동·유아에 특화된 획기적인 시설이 들어올 것”이라는 힌트를 주기도 했습니다.
-다소 예민한 얘기가 오갔다고도 하던데요?
-네, 이날 정용진 부회장의 발언 중 가장 뜨거웠던 내용은 “이마트 중국 사업 전면 철수”였습니다. 사실 업계 내에서는 공공연하게 이마트가 중국 사업을 철수할 것이라는 내용이 알려져 있었는데, 오너가 직접 밝힌 것은 처음입니다.
-이마트는 현재 중국 내에서 몇 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에는 44억 원, 2015년 351억 원, 지난해에는 216억 원의 손실을 각각 기록했고, 최근 4년간 누적된 영업적자만 1500억 원이 넘습니다. 게다가 사드 보복 영향으로 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가 많았죠.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철수하겠다”고 밝힌 만큼 철수 작업이 빠르게 이뤄지겠군요?
-정확한 철수 시점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남아 있는 6개 점포의 임차 계약이 종료되면 마무리 될 것”이라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철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내용은 없었나요?
-최근 신세계면세점 사내 여직원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라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소 예민한 질문도 피하지 않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군요. 문재인 정부의 복합쇼핑몰 등 유통업계 규제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한마디 했나요?
-네. 그는 “실제 규제사례가 아직 없으므로 지켜봐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부천 신세계백화점 복합쇼핑몰 추진에 대한 지역 소상공인들의 반발에 대해서 “기다리겠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렇군요. 다양한 질문에도 최선을 다해 답하는 모습을 보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게다가 ‘빅 이슈’를 예고하기도 했는데요, 정용진 부회장은 편의점 이마트위드미에 대해 “진짜 깜짝 놀랄만한 발표가 한 달 안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마트위드미를 두고 내부적으로 획기적인 전략을 기획했다는 내용인데요, “M&A(인수합병)인가?”라는 질문에 “M&A는 아니다”고 답했습니다.
-궁금해지는군요. 정용진 부회장은 채용 박람회 하루 전날인 지난달 30일 자신이 병원에서 링거 맞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하지 않았나요?
-네. 그 부분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습니다. 그는 “건강 상태가 썩 좋지는 않다. 고열에 오한, 몸살을 앓아 병원에서 하루 쉬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모습이 대단합니다. 이번 채용박람회에서 뽑는 인원은 어느정도인가요?
-이번 박람회에서는 1만5000명 이상 채용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는 지난 2015년 처음 개최한 후 올해로 3년째, 횟수로는 5회째를 맞았습니다. 앞서 신세계는 2015년 박람회에서 1만4000명, 지난해 박람회에서 1만500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 필립모리스, 아이코스 열풍에도 불구 BAT '글로' 출시 '긴장'
-궐련형 전자담배가 처음으로 한국에 상륙했죠?
-네 필립모리스가 지난달 27일 '신개념 전자담배'인 아이코스의 사전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아이코스는 히팅 방식의 신개념 전자담배입니다. 연초 고형물을 이용해 특수 제작된 담배 제품인 히츠(HEETS)를 불에 태우지 않고 가열합니다. 담배 연기나 재가 없고,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죠.
-아이코스에서 발생하는 증기에는 일반 담배 연기에 비해 국제기관들이 정한 유해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물질이 평균 90% 적게 포함되어 있다는 게 필립모리스 측의 설명입니다.
-반응이 상상 이상으로 뜨겁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네. 신개념 전자담배의 등장에 한국 흡연자들은 평일 주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이코스 스토어(광화문점, 가로수길점)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사전 판매가 시작된 지난달 27일(토요일)엔 5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매장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요. 평일 오전에도 만만치 않은 인원이 스토어에 몰렸습니다. 지난달 31일(화요일) 오전 10시쯤 가로수길점을 직접 찾았는데요. 매장 밖에는 약 50명의 대기 인원이 있더군요. 최소 40분부터 많게는 2시간을 기다려야 아이코스를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기나긴 대기행렬을 보고 발걸음을 돌리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방문객, 판매량, 목표 수치는 비공개지만, 주말, 평일을 가리지 않고 광화문, 가로수길 매장에 많은 인원이 몰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내부적으로도 뜨거운 반응에 놀라는 눈치라고 합니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코리아도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를 앞두고 있죠?
-네, '글로(GLO)'라는 제품인데요. 이미 일본 센다이시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좋은 반응을 보여 7월에는 도쿄, 오사카 등에 확대 판매하고 빠르면 8월엔 한국에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국필립모리스가 '글로' 출시에 긴장하고 있다는데요.
-네, 지난달 30일 'BAT 가열 전자담배 '글로', 빠르면 8월 한국 출시될 듯' 기사를 출고하자마자 곧바로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8월 출시가 맞냐?", "확실한 정보냐", "글로를 사용해봤냐", "어떠냐?"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지더라고요. 제가 "아이코스 반응이 좋은데 왜 그렇게 긴장하느냐"고 반문하자 한국필림모리스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신흥 시장이다. 경쟁사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와 BAT 코리아의 '글고'가 펼치는 '신개념 전자담배 열전'이 기대됩니다.
◆코오롱, 롯데처럼 대대적인 검찰 수사 받을까?
-국세청이 최근 코오롱그룹의 이웅열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웅열 회장이 고발된 혐의는 지난해 6개월 동안 진행된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한 결과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룹 최고경영진의 사법처리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파다한데요. 코오롱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네. 지난해 국세청은 코오롱 그룹의 세무조사를 3개월 연장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높았습니다. 국세청이 코오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명백한 조세탈루 혐의를 발견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었습니다. 결국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10월 740억 원대 추징금을 부과받았고 올해 이웅열 회장이 고발됐다는 소식이 더해졌습니다.
-코오롱 측은 이웅열 회장의 고발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함구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재계 안팎에서는 코오롱에 대한 세무조사가 검찰 수사를 받은 롯데그룹과 맥락이 비슷하다는 해석을 내놓는데요.
-코오롱과 롯데는 모두 MB정부 시절 수혜를 받은 기업으로 꼽혔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지난 정권과의 유착 의혹으로 사정 대상 기업이 됐습니다. 실제로 2013년 2월 국세청은 호텔롯데를 시작으로 롯데쇼핑 등 주력 계열사 세무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이듬해 2월 롯데쇼핑에 약 600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하면서 조사를 마무리했죠.
-이후 롯데는 지난해 검철의 강도 높은 비자금 수사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 또는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은 임직원은 500여 명에 달했습니다. 검찰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습니다. 당시 재계 관계자들은 코오롱그룹도 롯데그룹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죠. 결국 이웅열 회장의 검찰 고발 소식이 전해졌고 곧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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