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24일 열린 가운데 변호인단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하 기업지배구조원)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대해 "수치 산정에 오류가 많고, 전문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7번째 재판이 진행됐다. 이날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은 기업지배구조원 윤 모 팀장에 대해 증인신문을 진행,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 합병의 정당성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합병의 목적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합병을 통해 구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그룹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 지분 4.06%를 자연스럽게 손에 넣으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보고있다.
이를 성사하기 위해 삼성에서 청와대에 2015년 당시 삼성물산 최대주주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국민연금)을 상대로 합병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행사해 달라고 청탁했고, 그 대가가 본 건 재판에서 다뤄지는 '비선' 최순실에 대한 삼성의 각종 지원이라는 게 특검 측의 논리다.
이날 윤 팀장의 진술 내용 역시 특검의 주장과 일맥상통했다. 2015년 기업지배구조원 프록시팀장을 맡았던 윤 팀장은 국민연금으로부터 합병 찬반 의결권 행사 자문을 의뢰받고 '2015년 국내 상장회사 의안보고서'를 작성했다. 윤 팀장은 보고서에서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현저히 불리하다'는 이유로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윤 팀장은 "합병비율을 결정한 시점의 타당성을 살펴본 결과 구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가장 불리한 시점에 추진됐다고 판단했다"라며 "기업지배구조원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산정한 양사 합병 비율은 1 :0.42로 삼성 측이 제시한 비율 1 : 0.35와 비교해 22.64%가 차이가 나는데 그만큼 공단에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각대상 회사 이사들은 해당 회사 가치를 최대한 높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구 삼성물산 이사진은 이 같은 노력을 하지 않았다"라며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이번 합병은 사업 시너지 제고보다 지배주주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초점을 둔 것으로 판단했고, (국민연금에)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변호인은 "기업지배구조원의 분석은 전문성이 떨어지고, 관점 자체가 모호하다"며 특검과 윤 팀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보고서에서 명시된 삼성물산의 적정 주가 등 수치에 관한 부분과 관련해 "보고서에 명시된 삼성물산의 적정 주가 주당 6만8000원은 5000억 원에 달하는 비지배지분을 전혀 적용하지 않은 수치로 이를 적용하면 적정 주가는 되레 5만1000원으로 실제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가 5만5000원보다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성 부분을 문제삼았다. 변호인은 "보고서 작성 때 실무를 담당한 회계사는 실제 기업 실사 업무를 한 경험이 있는지조차 불분명하고, 팀장을 맡았던 증인 역시 회계사가 산출한 자료의 오류를 검증할 능력이 없다"라며 "평가라는 것이 과연 시장의 주가를 극복할 수 없다. 평가는 단순 계산상의 수치일 뿐이다. 특히, 일부 수치 하나에만 오류가 있어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또 "보고서에서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동일주주의 실질적 지배하에 있는 회사'라고 명시했다"라며 "구 삼성물산에서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도 결국에는 이 부회장 지배력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정작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전자 지배력을 새로 확보했다고 결론짓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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