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미래에셋증권 고위 관계자가 일성신약 측에게 삼성물산 주식 매각 희망가격을 묻는 등 '물밑 거래'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진술이 나오면서 이번 재판은 물론 일성신약과 삼성 간 민사 소송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성신약 윤석근 대표이사(부회장)는 최근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서 미래에셋증권 측이 일성신약이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을 얼마면 팔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이 왜 이 같은 제안을 했는지, 삼성 측의 대리인 역할을 한 것인지 등이 또 다른 논란의 쟁점으로 부상할 소지가 커 눈길을 끈다.
지난 19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16번째 재판에서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은 윤 부회장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일성신약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구 삼성물산 지분 2.05%(330만2070주) 보유하고 있던 제약업체로 현재 삼성을 상대로 합병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번 신문에서도 회사 대표인 윤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라는 특정 주주의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 주식 가치를 떨어뜨렸다"라며 삼성에서 자신에게 합병 찬성을 대가로 신사옥 건립안을 제시하고, 이를 거절하자 일성신약이 보유한 주식을 주당 7만5000원에 매수하겠다는 제안을 들이밀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윤 부회장의 '깜짝 발언'으로 그간 특검과 일성신약 측의 주장에 대한 신빙성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윤 부회장은 삼성 측과 접촉 과정에 대해 진술하는 과정에서 "처음 하는 얘기"라며 "2015년 6월 모 증권사 고위 임원으로부터 '삼성에 중요한 분을 알고 있다. 원하는 매도가격이 얼마냐'는 제안을 받았다"라고 진술했다.
이에 변호인 측이 "어떤 증권사의 누구로부터 제안을 받았는지 밝혀줄 수 있느냐"라고 묻자 윤 부회장은 "그럴 수 없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변호인단이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하는 만큼 질문에 답하라"라고 지시하자 그는 "미래에셋의 모 임원이 이 같은 제안을 해 9만 원이라고 말했고, 이후 김신 삼성물산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9만 원은 힘들고, 일성신약이 보유한 주식을 KCC에 매각한 가격과 같은 주당 7만5000원에 매수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윤 부회장의 진술에 재판부는 "(미래에셋증권의 제시 이후인) 2015년 7월 김신 사장 등 삼성 측 관계자를 만난 자리는 '설득'이 아닌 '협상'하는 자리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윤 부회장과 삼성 인사와의 회동을 주식매매 협상의 과정으로 풀이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17번째 재판은 오는 24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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