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19일 증인으로 출석한 구 삼성물산 주주였던 제약업체 일성신약의 윤석근 대표이사(부회장)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의 매수 희망가를 삼성에서 주당 9만 원으로 제시했다면 개인적으로는 보유주식을 매도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증언은 해당 주식 관련 삼성과 일성신약 사이에서 애초부터 '일방적 제안'이 없었다는 해석을 낳는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6번째 재판이 진행됐다. 이날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은 윤석근 부회장과 조모 채권관리팀장(과장)에 대해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특검과 변호인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 합병의 목적이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는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재판 초기 조 팀장이 "윤 부회장의 아버지인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으로부터 '삼성 측 관계자로부터 (일성신약에서) 합병을 찬성해 주면 그 대가로 회사 사옥을 삼성물산 측에서 공짜로 지워주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진술하면서 재판의 분위기는 특검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했다.
윤 부회장 역시 삼성에서 '뒷거래'에 나섰다는 취지의 진술을 이어갔다. 윤 부회장에 따르면 합병 성사를 위한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 김신 삼성물산 사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사장 등은 수차례 윤 부회장을 만나 합병 찬성을 권유했다. 그의 진술대로라면 당시 삼성 측이 제시한 청탁의 대가는 신사옥 건립안과 일성신약이 보유한 주식을 주당 7만5000원에 매수하겠다는 제안 등 크게 두 가지다.
재판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윤 부회장이 합병 반대 경위에 대한 진술에 나서면서부터다.
윤 부회장은 신문 초기 "당시 삼성 측이 제시한 합병비율(1대 0.35)은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조건이었다"라며 "'경영권 승계'라는 특정 주주의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 주식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추진된 합병을 반대하지 않는 것은 일성신약의 대표이사로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 말미 재판부가 "만약 삼성에서 (일성신약 보유분) 주식을 주당 9만 원에 사준다고 제안했다면 증인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묻자 그는 "개인적으로는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재판부가 "그렇다면, 2015년 7월 김신 사장 등 삼성 측 관계자를 만난 자리는 '설득'이 아닌 '협상'하는 자리라고 받아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질문하자 윤 부회장은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증인의 설명대로라면 김신 사장 등 삼성 관계자들이 합병의 목적이 계열사 시너지, 지배구조 단순화 등에 있다며 공식적으로 IR 활동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합병을 반대하는 증인을 만나 '합병이 경영 승계를 위한 것이다'라고 얘기하면서 회유했다는 얘기냐"며 재판부가 질문을 던지자 "많은 사람이 정황상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삼성에서 합병 성사가 그만큼 급박했다는 것 아니겠냐"고 진술했다.
변호인 측은 "일성신약이 합병과 관련 '대의명분'을 따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다. 일성신약은 연매출액이 600억 원, 영업이익이 30억 원 수준인데, 삼성물산 보유주식 규모는 2000억 원에 달하고 그간 관련 주식 투자로 남긴 이익도 2000억 원에 달한다"라면서 "그러나 영업이익에 수십배에 달하는 규모의 투자를 할 때 이사회 결의 등 투명한 절차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총수 개인 의사로만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부회장의 부친인 윤병강 회장은 합병 발표 이후 삼성 물산 주식이 급등하자 개인 보유 주식을 바로 매도했고, 회사 보유분은 할인 없이 매도하기 위해 주식매수권을 활용하는 등 오직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주식 가격을 올리려 했다"라며 "현재 삼성물산을 상대로 수백억 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당사자의 발언이 증거로서 효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성신약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구 삼성물산 지분 2.05%(330만2070주) 보유하고 있던 제약업체로 현재 삼성을 상대로 합병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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