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로 기자] 지난해 창립 120주년을 맞은 두산그룹은 4세 경영에 첫발을 내디뎠다. 박정원(55) 회장은 박용만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으며 그룹 회장직에 올라 강화된 재무 건전성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성장에 재시동을 걸었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초대 회장인 고 박두병 회장의 맏손자인 박정원 회장은 1985년 두산산업(현 두산 글로넷BU)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1999년 ㈜두산 부사장으로 상사BG를 맡으며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익 사업 위주로 과감하게 정리하며 취임 이듬해인 2000년 매출액을 30% 이상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이후 두산건설 부회장과 대표이사 회장, 두산모터스 대표이사, ㈜두산 부회장직을 거치며 두루 경험을 쌓았다. 2014년엔 연료전지 사업, 2015년 면세점 사업 진출 등 그룹 주요 결정 및 사업 추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09년부터는 야구단인 두산 베어스 구단주를 맡았다. 묵묵히 지원을 아끼지 않은 끝에 2015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의 쾌거를 달성하는 등 그룹 내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2016년 3월, 박용만 전 회장에 이어 지주사인 ㈜두산의 이사회 의장을 승계하며 '박정원 시대' 개막을 알렸다. 박정원 회장은 취임식에서 "올해로 창립 120주년을 맞는 두산의 혁신과 성장의 역사에 또 다른 성장의 페이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라며 "두려움 없이 도전해 또 다른 100년의 성장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하며 그룹 재무구조 개선 마무리, 신규사업 조기 정착 및 미래 성장동력 발굴, 현장 중시 기업문화 구축 등 세 가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로 닻을 올렸다.
취임 후 1년, 박정원 회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공격적인 경영으로 현장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정착시켰다. 짧은 기간이지만, 재무 건전성을 바탕으로 전 계열사 흑자전화에 성공하며 그룹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녹록지 않았던 취임 시기
사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박정원 회장의 취임 직전 두산은 그룹 주력 사업인 발전·건설 장비 등이 세계 경제 침체와 중국 건설경기 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은 시점이었다. 당시 두산중공업·인프라코어·건설·엔진 및 종속회사는 1조700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 2015년 말 기준 두산그룹의 부채비율이 273%에 달했다. 일각에선 '두산이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두산은 곧바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2014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인프라코어와 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는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을 진행했는데 신입사원까지 압박이 가해지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그룹 슬로건이 무색했던 시기에 수장직에 오른 박정원 회장이었다.
◆ 재무 건전성 바탕으로 성장 기반 구축
박정원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논란이 됐던 구조조정을 원만하게 진행했고, 자산매각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 결과. 재무구조 안정을 되찾으며 그룹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전 계열사가 흑자로 전환하며 턴어라운드를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두산은 2014년부터 강도높은 재무구조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KFC를 시작으로 지난해 초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 두산DST, 두산건설 HRSG 사업 등의 매각을 끝으로 사실상의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했다. 2년간 3조 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며 그룹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주회사인 ㈜두산의 경우 2016년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16조4000억 원, 영업이익 9172억 원, 당기순이익 504억 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2.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99% 급증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흑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률도 전년 0.4%에서 5.6%로 증가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매출 5조7000억 원에 4908억 원의 영업이익, 116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상장 연기와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 우여곡절을 겪은 두산밥캣 역시 전년 대비 7.4% 증가한 414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엔진 역시 각각 7912억 원, 4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5년 각각 273억 원, 638억 원의 영업손실을 생각한다면 '환골탈태'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같은 실적 개선에 대해 "자회사들의 선제적 구조조정 효과에 따른 수익성 개선과 함께 두산중공업과 두산밥캣 등의 성장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은 강화된 재무구조와 자회사들의 실적 성장세를 바탕으로 올해 매출 19조1000억 원, 영업이익 1조2000억 원을 달성해 본격적으로 재도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현장에서 앞으로 100년의 답을 찾다!
박정원 회장은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현장'을 최우선에 두고 현업에서 기회가 보이면 곧바로 실행에 옮길 줄 아는 현장 중심 기업문화를 강조했다.
박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두산중공업을 시작으로 두산인프라코어, ㈜두산, ㈜두산 증평 사업장과 군산 두산인프라코어 사업장 그리고 중국 옌타이 생산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현장의 판단과 빠른 대응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경영 철학을 실천에 옮겼다. 이후에도 국내 각 사업장은 물론 미국, 베트남 등 해외 현장까지 분주히 찾아다녔다.
비단 사업장뿐 아니었다.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야구단 두산 베어스 전지훈련장 역시 빼놓지 않고 방문했다. 박 회장은 지난 2월, 두산 베어스 스프링캠프지를 찾아 선수단을 격려했다. 이번 캠프 방문 역시 현장 경영의 일환으로 선수단, 특히, 신예들을 격려하는데 의의를 뒀다. 박 회장은 "항상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올해도 매 게임 최선을 다해서 베어스다운 야구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지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룹이 재무구조 강화에 성과를 거두었고, 신규 사업들이 차질 없이 진척되고 있다"며 "현장은 기업 활동의 핵심이며 현장의 성과가 곧 그룹의 성과”라며 현장 중시 기업문화를 재차 강조했다.
◆ 미래 먹거리 사업은 '숙제'
취임 1년 만에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작성한 박정원 회장이지만, '과제' 역시 분명한 365일이었다. 미래먹거리 사업은 취임 2년 차를 맞이한 박 회장에겐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 1년 동안 내실 다지기에 성공했다면, 이젠 신사업으로 지목한 연료전지와 면세점 사업의 성과가 필요하다. 박 회장은 지난 2014년 연료전지 시장에 진출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 두산 연료전지 부문 매출액은 1871억 원이었지만, 10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가장 아쉬웠던 사업은 '면세점'이다. 박 회장은 취임 당시 "면세점 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포부를 다졌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야심 차게 오픈한 두타면세점은 목표 매출 5000억 원대의 5분의 1 수준인 1110억 원에 머물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까지 눈에 띄게 감소하며 올해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 기반 다졌던 지난 1년, 올해는 '재도약의 원년'
박정원 회장은 취임 1년 동안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실적을 안정화시키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장 경영을 중심으로 전 직원들과 소통에 힘쓰며 많은 노력을 했다. 그리고 전 계열사 흑자 경영에 성공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제 올해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재도약의 원년'을 만들고자 한다.
두산 관계자는 "박정원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현장 경영을 강조하면서 직원들과 소통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며 "지난해 재무구조 실적이 안정화를 찾았고, 올해는 고무적인 분위기다. 지난 1년 동안 여러 기반을 다졌고, 내부적으로 올해는 턴어라운드의 본격화를 만드는 1년을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강하다"며 그룹 내부 분위기를 설명했다.
두산은 올해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꾸준히 해나가면서 실적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주요계열사인 두산중공업, 두산밥캣, 두산인프라코어 등은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계획이다.
우려의 시각이 팽배한 두타면세점 같은 경우는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좀 더 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2월엔 평균 일매출 10억 원을 넘기며 작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두기도했다. 신사업으로 꼽히는 연료전지 사업은 지난해까지 수주 누적 1조 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1조1000억 원을 목표로 계속해서 사업을 키워나갈 예정이다. 각 계열사는 지난해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한 것에 그치지 않고. 수익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사업성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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