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로 기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명언을 남긴 김우중(81)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창업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대우'라는 이름으로 묵묵히 자신을 믿고 따라주고 있는 전 임직원들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우중 전 회장은 22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우창업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전 대우그룹 임직원 450여 명과 함께한 김 전 회장은 "대우를 떠나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헤어진 것이 무엇보다 가슴에 사무친다"며 "저를 믿고 뜻을 모아 세계를 무대로 함께 뛰어주신 여러분의 노고에 보답하지 못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룹 해체 이후 18년 동안 마음에 담아뒀던 속내를 털어놨다.
지난 1967년 김우중 전 회장이 설립한 대우그룹은 41개 계열사, 396개 해외법인에 자산총액 7조7000억 원에 달하며 199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보냈다. 지난 1999년 국내 재계서열 2위까지 성장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달콤했던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 세계경영 전략을 채택하며 글로벌 우량기업으로 발돋움하는가 싶었지만, 무리한 사업확장과 외환위기가 맞물리면서 자금난을 겪은 끝에 1999년 10월 워크아웃에 돌입한 뒤 그룹 해체를 맞았다.
이후 대우의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저마다 자립 혹은 새로운 기업의 인수를 통해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룹은 해체됐지만, '돈'보단 '도전'을 쫓으며 남이 결코 걸었던 길이 아닌 자신이 개척했던 김우중 전 회장의 '대우정신'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09년 대우그룹 전 임직원이 비영리단체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를 설립해 '대우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사업(GYBM), 국내 중소기업 및 국내외 회원사업 경영활동 지원, 학술세미나 및 세계경영아카데미를 개최하며 후배 양성은 물론 국내 경제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김우중 전 회장은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후배들을 바라보며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베트남, 미얀마 등을 방문하며 '대우세계경연연구회'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세계경영의 완성을 확신했다. 철저한 현지화를 위해 지역본사제도를 구성하고 중역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함께 해외로 나가자고 제안할 수 있었다"는 김우중 전 회장은 "갑작스러운 외환위기로 그 과업을 완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가 품었던 꿈과 열정, 우리가 실현한 노력, 우리가 이룩한 성과들은 반드시 평가받는 날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우 시절 유독 해외 시장에 주력했던 김우중 전 회장이었다. 그리고 지난 2010년 창립기념일에 전 임직원들과 함께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청년들을 '해외사업가'로 양성하는데 뜻을 모았다. 그렇게 대우정신의 산물이자 모든 대우인의 자부심이라고 표현한 'GYBM 사업'이 진행됐다.
GYBM은 새로운 시장 개척과 세계경영을 꿈꿨던 '대우정신'의 시작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트남·미얀마·인도네시아·태국 등 4개국에 개설돼 한국 청년들의 현지 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학교인 셈이다. 현재까지 500여 명이 GYBM을 졸업해 현지 기업에 취직해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김우중 전 회장이 자신을 믿고 따라와준 후배들의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에 눈시울을 붉히며 18년 만에 속내를 꺼낸 이유다.
한편 이날 '대우창업 50주년' 기념식 마지막에는 '옛 대우맨'들이 '대우가족의 노래'를 불렀다. 그룹은 해체됐고 각자도생하고 있지만 끈끈한 대우맨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김우중 전 회장의 표정에는 지난 50년의 세월이 묻어나는 오묘함이 엿보였다.
영상=권오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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