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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소주는 녹색·맥주는 갈색, 병 색깔 바뀔 수 있을까?

  • 경제 | 2017-03-22 11:52
5000만 국민의 애환의 달래주는 소주와 맥주는 대부분 각각 녹색과 갈색병에 담겨져 있다. /롯데주류 제공
5000만 국민의 애환의 달래주는 소주와 맥주는 대부분 각각 녹색과 갈색병에 담겨져 있다. /롯데주류 제공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우리와 함께한 이가 있다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이것'일 것이다. 경조사에 빠지지 않은 것이 바로 '술'이다. 소주와 맥주는 5000만 국민과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심코 마셨던 술이지만, '왜' 소주는 녹색병이 담겨 있고, 맥주병은 갈색일까.

현재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주와 맥주는 대부분 각각 녹색과 갈색병에 담겨있다. 소주는 과거 투명한 병에 담겨져 소비자에게 다가갔지만, 어느 새부터는 모두 녹색병으로 판매되고 있다. 맥주는 종종 투명한 유리병에 판매되는 걸 볼 수 있지만, 대부분 갈색병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소주는 신선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녹색병에 출시되고 있다. /무학,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제공
소주는 신선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녹색병에 출시되고 있다. /무학,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제공

◆ 소주, 신선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녹색'

소주병이 녹색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지난 1994년 두산주류에서 내놓은 '그린 소주'의 파급력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소주는 옅은 하늘색이나 투명한 병에 판매되었는데 '그린 소주'는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녹색병 소주를 출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999년 당시 소주 시장 부동의 선두를 달리던 '진로'를 따돌리고 단일 브랜드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한 것이다.

이후로 다른 경쟁사들도 앞다퉈 깨끗한 이미지의 초록색 병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소주'하면 '녹색병'이란 이미지가 굳어지게 됐다. 증류수인 소주는 빛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병색에 구애받지 않는다.

유리병은 제조과정에서 철분 함유량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착색제를 추가로 투입해 다양한 색의 유리병을 구현할 수 있는데 색상을 입히거나 빼는 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푸른 빛을 띠게 된다.

맥주는 주성분인 홉이 빛에 취약하기 때문에 어두운 갈색병에 담겨져 판매되고 있다. /롯데주류,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제공
맥주는 주성분인 홉이 빛에 취약하기 때문에 어두운 갈색병에 담겨져 판매되고 있다. /롯데주류,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제공

◆ 맥주, 주성분 홉이 빛에 약하기 때문에 어두운 '갈색'

반면, 맥주의 갈색병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담겨져 있다. 발효주인 맥주는 빛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맥주의 주성분인 홉(HOF)이 햇빛에 노출되면 일부 성분이 응고 및 산화돼 맛과 냄새가 변하게 된다. 때문에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서 어두운 갈색병을 택하게 된 것이다.

간혹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맥주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맥주병에는 자외선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거나 햇빛 투과율을 낮추는 특수한 병을 사용한다.

소주, 맥주병 모두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제조사 모두 공용화병을 사용하고 있어 새로운 병 제작에 위험 부담을 느끼고 있다. /더팩트 DB
소주, 맥주병 모두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제조사 모두 공용화병을 사용하고 있어 새로운 병 제작에 위험 부담을 느끼고 있다. /더팩트 DB

◆ 다양한 색깔의 주류병을 보기 힘든 이유

그렇다면, 병 색깔에 구애받지 않은 소주병 같은 경우, 왜 20년이 넘게 오직 녹색병을 고집하고 있는 걸까.

가장 큰 요인은 '돈'이다. 주류사들이 다른 색깔로 병을 제조하게 되면 원가가 올라가고, 소비자가격 역시 함께 상승할 수밖에 없다. '서민술'로 자리 잡은 소주 가격이 조금이라도 올라간다면 소비자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업에선 굳이 '소주병은 녹색'이란 고정관념을 깨뜨리면서 '모험'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현재 주류 제조업체들은 소주, 맥주병 모두 공병 공용화 협약을 맺으며 공용병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 맥주병 재사용 횟수는 평균 7회로 독일 50회, 일본 28회, 캐나다 20회에 크게 못 미친다. 환경부는 맥주와 소주병의 공용화로 자원순환형 사회 구축 및 녹색성장 실천사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병과 맥주병 모두 공용병을 사용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병을 출시하게 된다면 비용과 판매 가격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면서 "병 색깔은 바꾸지 못하지만, 기존 디자인과 차별성을 위해 다양한 시즌별 에디션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최근 주류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 주류 제조사 모두 다양한 색의 병을 만들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면서 "당분간 다양한 색의 소주, 맥주병은 보기 힘들 것이다"고 덧붙였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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