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이 22일 창립 79주년을 맞이했지만, 총수의 부재와 사실상 '그룹' 해체에 접어든 상황에서 별도의 기념행사 없이 조용하게 넘어가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계열사별로 창립기념일이 각각 다른 만큼 그룹 차원의 거창한 행사를 진행해 오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올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가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집안 행사'보다 앞으로 전개될 재판 대응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판단에서다.
3월 22일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988년 3월 '제2의 창업'을 선언한 날이자 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의 창립일로 삼성은 매년 이날을 그룹의 창립기념일로 정하고 삼성물산에서 기념행사를 진행해왔다.
삼성은 계열사별로 창립기념일이 다른 점을 고려해 예년에도 그룹 차원의 행사를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사내방송과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할인행사, 기념 영상 제작 등 나름의 '자축행사'는 꾸준히 이뤄져 왔다.
실제로 창립 75주년을 맞았던 지난 2013년에는 같은 해 3월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2부작으로 구성된 삼성그룹 창립 75주년 기념 영상 '프라이드 인 삼성'을 각각 방영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날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과 서울 서초 사옥에 근무하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계열사 임직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근무했다.
한 삼성 관계자는 "삼성은 올해뿐만 아니라 수년째 그룹 차원의 특별한 창립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라며 "3월 22일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그룹 창립기념일'인데 사실상 미래전략실 해체를 기점으로 '그룹'의 개념이 사라진 상황에서 별도의 기념행사를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애초부터 별도의 창립행사는 없었다'는 게 삼성이 밝힌 표면적인 이유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 이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의 핵심 인력 다수가 재판을 받고 있는 삼성의 내부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더욱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와 직결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정 당국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삼성은 그 어느 때보다 향후 전개될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전날(21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11일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20시간이 넘는 마라톤 조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수백억 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은 '뇌물죄' 혐의와 다수 대기업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부회장의 재판에도 박 전 대통령의 진술이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를 상대로 한 어떠한 부정청탁도 없었고, 최씨 일가에 대한 승마 지원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압력으로 불가피하게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사실관계를 부인함에 따라 제2의 '진실 공방'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삼성은 앞으로 전개될 이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의 재판에서 무죄 입증을 위해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 이후 '삼성 재판'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는 회사 측의 견해는 변함이 없고, 중요한 것은 재판에서 모든 사실을 규명해 (이 부회장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2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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