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인용되면서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그간 삼성과 특검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두고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는 주장과 '경영 승계를 위한 유착'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워왔지만, 뇌물을 '받은 쪽'으로 지목돼 온 박 대통령의 방어벽이 사실상 허물어지면서 팽팽했던 양측의 균형이 깨지게 된 것.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10일 오전 11시 국회 법사위가 청구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 선고공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반하고, 기업 경영권과 경영 자유를 침해하는 등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했다"라며 재판관 8명 전원 찬성으로 탄핵 청구를 인용했다.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하면서 긴장감 속에 결과를 기다리던 삼성은 겉으로는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공식적으로 할 얘기는 없다"라며 차분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앞으로 전개될 이 부회장의 재판과 관련해 유불리 계산에 나서는 분위기다.
우선 헌재의 결정이 이 부회장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무죄 입증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헌재가 최 씨의 국정개입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권한남용을 탁핵 사유에 명확하게 명시한 만큼 삼성이 주장해온 '피해자 프레임'에 설득력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헌재는 박 대통령의 탄핵 인용 사유와 관련해 "최순실이 설립한 미르·K스포츠재단의 사업 추진, 자금 집행 등 재단운영에 대한 전반의 의사결정은 박 대통령과 최 씨 두 사람이 전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대기업은 무관하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비선 최순실이 직접 관여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대기업으로부터 자금 출연을 요구하는 등 비선의 이익을 위해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행위를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간 '최순실 게이트' 사태와 관련해 연루 의혹이 불거진 대기업들이 주장한 내용과 그 맥을 같이한다. 현대자동차, SK, LG, 롯데그룹 등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지원한 대기업들은 사정 당국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종일관 "청와대와 최순실의 압력과 강요 때문에 재단 출연금을 지원한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해 왔다.
삼성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 측은 전날(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이 부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어떠한 부정청탁도 없었다"라면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의 경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배분한 대로 낸 것이며, 최씨 일가에 대한 승마 지원은 박 대통령과 최 씨의 압력으로 불가피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특검의 공소내용 전부를 부인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직 (이 부회장에 대한) 정식 재판이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 결정만으로 유불리를 단정할 수는 없다"라면서 "다만, 이날 헌재가 현대자동차, 롯데, KT 등 특정 대기업의 이름을 명시하면서 박 대통령과 최 씨의 기업 경영 침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나열한 것은 지금까지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이 주장해 온 '피해자 프레임'과 상당 부분 일맥상통하는 만큼 삼성 재판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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