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유전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가운데 장녀 이경후 씨가 상무대우로 승진하며 임원을 달았다. 이 회장의 공식 복귀를 앞두고 3세 경영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으로 이 회장은 늦어도 올해 상반기 내 경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 이재현 회장 딸·사위 동반 승진, 3세 경영 본격화
CJ그룹은 6일 부사장대우 7명, 상무 25명, 상무대우(신규임원) 38명 등 총 70명을 승진시키고 49명의 임원을 이동시키는 대규모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부장이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 팀장(상무대우)로 승진했다. 이경후 상무대우의 남편인 정종환 미국지역본부 공동본부장도 상무대우로 동반 승진했다.
이경후 상무대우는 미국 컬럼비아대 석사 졸업 후 2011년 CJ주식회사 기획팀 대리로 입사해 사업관리와 기획 업무를 익히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후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방송기획팀을 거쳤고, CJ 미국지역본부 등에서 주로 신시장 확대와 글로벌 마케팅을 맡아 왔다. 임원 승진은 지난 2015년 3월 부장 승진 이후 2년 만이다.
이경후 상무대우의 남현인 정종환 상무대우는 컬럼비아대 석사, 중국 칭화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에서 일하다 2008년 8월 이경후 상무대우와 결혼했다. 2년 뒤인 2010년 8월 CJ 미국지역본부에 입사했다.
이경후 상무대우는 현재 CJ올리브네트웍스(6.91%), CJ주식회사(0.13%), CJ E&M(0.27%), CJ제일제당(0.15%) 등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동생인 이선호 씨와 CJ그룹의 후계자로 손꼽히고 있다.
이선호 씨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서 재무파트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선호 과장은 지분 17.97%를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의 2대 주주이다. 그는 CJ올리브네트웍스 외에 CJ E&M 지분 0.68%를 보유하고 있다.
CJ그룹 지주회사인 CJ 지분은 거의 갖고 있지 않지만 향후 비상장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로 후계 승계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CJ올리브네트웍스를 상장하거나 CJ와 CJ올리브네트웍스를 합병하는 방안 등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는 이번 인사로 CJ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경영 승계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재현 회장이 사원부터 시작해 대리, 과장, 차장 등 모든 직급을 거친 만큼 차차 두 자녀가 그룹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 이 회장 철학 반영한 대규모 인사, 상반기 중 복귀 가능성
이 회장은 현재 샤르콧마리투스(CMT)라는 신경근육계 유전병 치료를 위해 미국에 체류 중이다. 치료를 마치고 돌아와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올해 상반기 내에 경영에 복귀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오는 15일 열리는 CJ온리원페어 행사에 참석해 경영복귀를 공식화할 것으로 점쳤으나 CJ가 “이 회장은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혀 없던 일이 됐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수감 된 이후 약 3년만인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자유의 몸이 됐다. 하지만 건강 악화로 경영 일선에 나서지는 못했다. 업계는 약 3년간 공백기를 가진 만큼 이 회장이 경영 참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J그룹 내에서도 각종 투자, 인수합병(M&A) 등이 가로막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위기감이 팽배하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언제 귀국할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건강이 호전 되는대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이 회장의 경영 복귀에 포인트를 맞춰 그가 평소 강조해온 △인재제일 △젊고 능력 있는 인재 발탁 △철저한 성과주의의 인사 철학이 반영됐다.
특히 글로벌 사업 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CJ대한통운 윤도선 중국본부장이 상무에서 부사장대우로 승진했으며, CJ E&M 서현동 글로벌 사업담당, CJ푸드빌 곽규도 중국법인장, CJ오쇼핑 엄주환 SCJ법인장 등이 각각 상무대우에서 상무로 승진하는 등 상무이상 승진자 32명 가운데 12명이 해외지역본부 등 글로벌사업부문에서 배출됐다.
CJ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사업 부문 인재를 대거 승진시켰고, 조직개편에도 이를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선정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 H&B사업부장, 윤효정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신선식품센터장, 김철연 CJ E&M 미디어 사업전략담당 등 여성 임원도 나왔다.
CJ는 이 회장 복귀에 맞춰 오너 시스템도 강화했다. 총수 부재로 비대해진 지주사 조직을 줄이고 소속 임직원을 계열사로 분배해 오너 경영 체제를 공고히 한 것이다. CJ 관계자는 “지주사 인력 규모를 20% 가량 축소해 사업 현장에 배치했다”면서 “향후 지주사는 핵심 기획 기능 위주로 최소화하여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J 관계자는 “미뤄왔던 인사 및 조직개편이 이뤄짐으로써 분위기 쇄신을 통해 지난 수년간 정체되어온 그룹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경영정상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향후 직접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그룹 비전인 ‘2020 그레이트 CJ’의 목표 달성을 강조하는 설명회 자리도 마련한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10년 “2020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 글로벌 매출 비중 70%를 넘어서는 ‘그레이트 CJ’를 완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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