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의 '계열사 중심의 자율경영 체제'가 막을 올렸지만, 수십여 년 동안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공유해 온 60개 계열사에서 '달라질 삼성'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온도 차가 커지는 분위기다.
2일 재계와 삼성에 따르면 그간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맡아 온 그룹 전반의 경영 전략과 기획, 인사, 홍보 등 주요 업무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3개 계열사로 이관되고 각 계열사는 각사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주요 현안을 자발적이고 주관적으로 처리한다.
삼성의 계열사는 크게 전자와 중공업·건설, 금융, 서비스 등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전자·전기 파트를, 삼성물산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호텔신라, 제일기획, 삼성바이오로직스, 에스원 등 중공업·건설과 서비스 파트를,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등 금융파트에서 '파트장'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28일 삼성이 발표한 경영 쇄신안에도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각사는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 경영을 하고, 그룹 차원의 사장단 회의도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삼성그룹 측에서도 "삼성전자와 생명, 물산 등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미전실 기능이) 이관되고, 각 계열사 독립 경영체제 형태로 재편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 브랜드 소개는 물론 고 이병철 창업주의 업적에서부터 경영철학, 인재채용, 브랜드 관련 뉴스 등 그룹 전반의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홍보해 온 삼성그룹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은 모두 폐지된다.
삼성의 해체 선언 이후 각 계열사는 표면적으로는 "관망하고 있는 상태"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미전실 해체로 역할과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일부 주력 계열사를 제외한 그 외 다수 계열사에서는 '하루아침에 둥지 밖으로 떨어지게 된 아기새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삼성계열사 관계자는 "'삼성'이라고 다 같은 '삼성맨'이 아니다"라며 "그룹 해체설이 나오기 전에도 홍보마케팅 비용은 물론 각종 직원복지 부분이나 근무 환경의 차이는 계열사 규모에 따라 차이가 상당했다. 이번 쇄신안 시행으로 이 같은 계열사 간 간극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계열사 관계자는 "이번 계열사 자립프로젝트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갑작스러운 자율경영 체제 도입에 따른 시행착오와 계열사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로 상호 간 '삼성인'이라는 소속감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삼성그룹은 지난달 28일 오후 ▲미래전략실 해체 ▲각사 대표이사 및 이사회 중심 자율 경영, 그룹 사장단 회의 폐지 ▲대관업무 조직 해제 ▲외부 출연금, 기부금 일정기준 이상 이사회 또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 승인 후 집행 ▲박상진 승마협회장 사임 및 승마협회 파견 임직원 소속사 복귀 등의 내용을 담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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