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특별검사팀의 '최순실 게이트'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 수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혐의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지면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정·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를 넘어 '위증죄' 적용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의혹의 범위와 강도도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고 있지만, 삼성에서도 K스포츠재단 지원은 대가성없는 스포츠 지원사업임을 줄곧 주장중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존재를 사전에 몰랐다는 견해다.
◆ 삼성, 박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사주'받았나
특검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초점이 사실상 청와대와 삼성의 유착 협의 입증으로 좁혀져가는 국면이다.
특검의 첫 소환, 압수수색 등 모든 수사 시발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최순실·정유라 지원 등 '삼성 특혜 의혹'에 맞춰지면서 그룹 최고 결정권자에 대한 직접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2일 JTBC의 신년토론 특집 '2017년 한국사회'에 패널로 출연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금까지 (삼성의) 불법 정황만 놓고 보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형사처벌은 불가피하다"며 날 선 지적에 나섰고, 유승민 개혁보수신당 의원도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던진 '찬성표'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며 '대가성'에 대한 특검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안팎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쏠린 의혹의 시선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자금 지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사전에 최순실에 대한 존재를 인지했는지 여부다.
최근까지 사정 당국과 특검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나온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이 최순실 씨가 독일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비덱스포츠'와 정유라 씨를 포함한 승마선수를 지원하는 200억 원의 후원계약을 체결하고, 35억 원의 자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비선'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 독대 이후 이 부회장이 긴급회의를 소집,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을 불러들여 서둘러 승마지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특검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박상진 사장이 이 부회장에게 '승마협회를 통해 정유라 씨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와 독대 당시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 "승마 지원이 왜 늦어지느냐"고 질책한 정황 등이 이 같은 주장의 근거다.
반면, 삼성측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정유라의 존재를 사전에 알고 있지 못했다"는 견해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승마협회에 대한 지원을 요구받은 것은 맞지만, 비선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독대 이후 진행된 자금 지원은 최순실 모녀에 대한 '실탄' 지원이 아닌, 단순한 스포츠 후원 요구로 인지했다는 게 삼성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유라에 대한 지원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바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특검 수사 중인 사안이라라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 부담스럽지만, 지난 2015년 7월 (이 부회장과 박 근혜 대통령 간) 면담에서 삼성물산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었고, 2014년 9월 승마협회 회장사 인수를 요청받을 당시에도 최순실에 대한 (청와대의) 지원 요청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선 지원 선물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석연찮은 시선도 적지 않다. 전날 진행된 TV토론회에서도 양사 합병의 정당성을 두고 패널 간 격론이 벌어졌다. 이재명 시장과 유승민 의원, 유시민 작가 등은 국민연금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서둘러 찬성표를 던진 일련의 과정이 청와대를 비롯한 '윗선'의 개입이 작용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물론 반대 견해도 있다. 이들과 함께 패널로 출연한 전원책 변호사의 경우 "양사 합병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전에 이뤄진 만큼 '대가성'이 있었다고 속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도 드러났듯이 '통합 삼성물산' 출범과 관련한 논란의 핵심은 '대가성' 여부다. 특검에서는 최순실에 대한 삼성의 전방위적 지원이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가피한 양사 합병에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져 준 것에 대한 '대가'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검이 국민연금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왼쪽)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 등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역시 '청와대→최순실→삼성'으로 이어지는 부정한 청탁의 연결고리를 파악하기 위한 수순으로 관측된다.
특히, 최근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독대 당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말씀자료(발언 참고자료)'에 '현 정부에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착' 의혹은 증폭됐다.
삼성 측은 특검 수사와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간접적으로는 '근거 없는 추측'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에서 걱정하는 것은 '근거 없는' 추측과 의혹"이라며 "특검 수사와 관련한 내용 다수가 불특정 익명의 '00에 따르면, 종합해보면'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으로 이뤄져 있어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의 독대 과정에서 그룹 경영 승계와 관련한 얘기는 일절 언급된 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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