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자사 비판기사에 대해 거액의 소송으로 응대하던 오리온그룹의 '언론 재갈물리기'에 제동이 걸렸다. 오너 관련 비판기사에 대해 제기한 6억원의 민사소송이 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부장판사 이광영)는 오리온이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인터넷 대중종합지 <더팩트>를 상대로 6억 원의 거액을 배상하라고 낸 민사 소송에서 피고의 보도 내용은 대부분 진실에 부합하는 걸로 판단해 원고 패소를 선고했다. 오리온 측은 2주의 항소 기간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아 법원 결정은 최종 확정됐다.
오리온은 지난 5월 20일자 '[TF직격] '선글라스' 담철곤 오리온 회장, '황제 배당'에 묵묵부답', '오리온 담철곤·이화경 부부 업무용 차량, 가격만 14억', '낡은 오리온 본사와 마이바흐, 담철곤 회장의 생각은?' 등의 <더팩트> 기사에 대해 허위 사실 적시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작성 기자와 회사를 상대로 총 6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기업인 원고가 회장 일가에게 지급하거나 제공하는 배당금, 보수, 업무용 차량 등에 대한 내용으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보기 충분하며 대부분 진실에 부합한다고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대주주 등에게 부여하는 혜택 등은 언론사들의 자유로운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되어 왔다"며 "피고가 회장 일가에 과다한 혜택을 부여한 것이 아닌지 문제제기를 할 의도였을 뿐,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로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더팩트>는 지난 5월 오리온그룹의 '황제 배당' 논란 등에 관한 취재를 한 뒤 기사화했다. 오리온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실적에 대해 일관되게 158억원을 배당해왔다. 그러나 2014년부터 배당금이 315억9000만 원으로 두 배 높아졌다. 총 배당금의 3분의 1인 100억 원가량이 담 회장 일가 몫으로 돌아갔다. 오리온의 2013년 국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922억 원, 475억 원으로 2012년과 비교해 각각 3.47%, 23.36% 줄었다. 지난해 역시 매출이 7517억 원으로 전년보다 404억 원가량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47억 원으로 28억 원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국내 순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배당금을 높인 것에 대해 오너 일가가 현금 마련을 위한 창구로 배당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은 "주주 가치 제고와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배당을 늘렸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한다는 측면이 큰 배당금을 경영진이 대부분 가져간다는 사회적 비난이 있었다. 이에 대해 <더팩트> 취재진은 논란이 되었던 오리온 배당에 대한 담 회장의 생각을 직접 듣기 위해 '직격인터뷰'를 시도했다. 담 회장의 입을 통해서 답변은 들을 수 없었고 회사 측으로부터 "배당이 특정 대주주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대답만 얻었다. <더팩트>는 해당 기사를 통해 내수 진작과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정부의 배당 정책이 오너일가의 호주머니를 채우고 있음을 지적했다.
오리온의 언론사 상대 소송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한 인터넷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리온은 담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를 지속해서 내보냈다는 이유를 들며 언론사와 소송전을 벌였다. 오리온이 언론에 집중포화를 받은 건 지난 2011년 담 회장의 횡령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면서부터다. 당시 검찰은 담 회장 등 오너일가가 회사 돈으로 구입한 수억 원대 고급 수입차와 슈퍼스포츠카 등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법인자금으로 산 거액의 미술품을 자택에 걸어둔 것도 드러났다. 담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고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렸다.
지난 2012년에도 오리온은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계열사인 스포츠토토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아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사장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만기출소한 조 전 사장은 지난 8월 "담철곤·이화경 회장 부부의 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담 회장 부부가 지분 상승분을 주기로 약속했다며 1500억 원이 자신의 몫이라며 일단 200억 원대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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