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권오철 기자]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대가성 청탁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한화그룹이 청와대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60·구속)씨에게 김승연(64) 회장의 집행유예·석방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화그룹은 이 같은 주장을 둘러싼 모든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24일 중앙일보는 김 회장의 부인 서영민(55)씨와 그룹 경영진이 지난 2013년 말부터 김 회장의 횡령·배임사건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최 씨에게 김 회장의 집행유예·석방 민원을 넣었다는 전 한화그룹 핵심관계자 A씨의 증언을 보도했다. A씨에 따르면 최 씨를 통한 김 회장의 집행유예 석방을 추진한 인물은 김충범(60) 전 회장 비서실장(당시 부사장)이다.
당초 한화 측은 서 씨가 만나고 싶어한다는 뜻을 최 씨 측에 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최 씨의 딸 정유라(20)씨와 승마 국가대표 활동으로 안면이 있는 김 회장의 3남 김동선(27)씨가 최 씨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최 씨는 "어디 어린 X이 나를 만느려 하느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이후 최 씨와 친분이 있는 한화그룹 임원 B씨가 나섰고 최 씨는 B씨를 통해서만 한화 측과 접촉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최 씨는 B씨를 통한 한화 측의 거듭된 요청에 '알아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로 최 씨가 법원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후 재판 상황은 김 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렀다. 대법원은 2013년 9월 '김 회장의 배임 혐의가 중복 적용됐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 선고 한 달 전 검찰은 배임액 34억 원을 줄이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어 김 회장은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났다.
A씨에 따르면 한화 측이 김 회장의 집행유예 선고 하루 전날인 2014년 2월 10일 '김 회장이 집행유예로 구속 피고인 신분에서 풀려날 것'이라는 전갈을 받았다. A씨는 "최씨는 판결이 나온 뒤 '당장 보답할 필요는 없고 나중에 정부 차원에서 좋은 일을 하게 되면 도와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두 재단에 25억 원을 출연했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이 석방되고 두 달이 지난 2014년 4월 맡고 있던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직을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승마협회 회장사직은 지난해 2월 삼성그룹으로 넘어갔다. 또한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으로부터 2014년 11월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등 4개 방위산업·화학 계열사를 인수했다.
한화그룹 측은 최 씨와 얽힌 모든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A씨가 누군지 파악 중에 있다"면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말한 구체적인 접촉의 사실관계가 확인이 안 된다"면서 "최순실이 법원에 얘기를 해서 석방을 해줬다면 거기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 직후 한화는 승마협회를 탈퇴해 정유라에게 지원해 준 바도 없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업 체급에 안 맞게 돈을 더 낸 부분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화가 삼성 계열사를 인수한 것에 대해서는 "삼성이 필요해서 물건을 판 것이고 저희도 필요해서 물건을 산 것인데 거기에 최순실이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면서 "독과점에 걸리면 문제가 되겠지만 거기에 해당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또한 "최순실이 행정부에 입김을 넣었을 수는 있겠지만 대법원에 압력을 넣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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