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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중국 화웨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진출 '가시밭길' 왜?

  • 경제 | 2016-11-20 12:32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성락 기자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성락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자리를 위협할 제조사는 어딜까. 점유율 3위로 우뚝 선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아이폰 외 살아남을 수 있는 외산폰은 없다'고 평가받는 국내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미는 등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화웨이의 매서운 성장과 비교해 국내 시장에서의 성적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휴대전화 일선 유통점인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중심으로는 "판매에 한계가 있다"는 푸념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화웨이 제품의 판매가 지지부진한 원인으로는 "'중국산'이라는 편견 때문"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20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화웨이가 KT를 통해 9월 1일 출시한 '비와이(Be Y)폰'과 LG유플러스를 통해 9월 29일 출시한 '에이치(H)'가 시장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놓은 다른 중저가폰 라인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는 반응도 있지만, 두 제품의 판매량을 합쳐도 5만대가 넘지 않는다는 혹평도 나온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각각 '비와이폰'과 'H'를 출시했다. /이성락 기자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각각 '비와이폰'과 'H'를 출시했다. /이성락 기자

◆ 중국 제품이라는 딱지

최근 <더팩트>와 만난 이동통신 대리점 직원들은 화웨이의 제품에 대한 호응도가 낮은 이유는 '한가지뿐'이라고 말했다. 과거부터 이어진 '중국 제품은 저품질'이라는 누적된 불신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강남의 한 대리점 직원은 "한국 사람이라면 중국 제품을 꺼리는 심리는 누구나 갖고 있다"며 "보조배터리 등 특정 품목에는 그 선입견이 허물어졌지만, 아직 스마트폰에는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화웨이가 국내에 선보인 제품은 7만 원대 요금제를 선택하면 실구매가가 0원이 되는 사실상 공짜폰이다. 화웨이는 국내 시장의 높은 벽을 예상해 중저가폰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중저가폰을 상대적으로 많이 구매하는 중년층 이상 고객들은 '삼성전자'와 같은 특정 브랜드를 고집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이 전략이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KT 대리점 직원은 "중저가폰은 주로 나이가 있으신 고객들이 찾는데, 이 고객들에게 '비와이폰'을 추천하면 싫어하신다. 그냥 삼성전자 제품만 보여달라고 말하는 고객도 많다"며 "화웨이라는 브랜드도 낯선 상황에서 중국 제품이라고 하니 중장년층 고객 입장에서 이를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비와이폰'과 'H' 역시 '중국 제품'이라는 선입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페이스북 갈무리
화웨이의 '비와이폰'과 'H' 역시 '중국 제품'이라는 선입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페이스북 갈무리

◆ 실패? 결과가 아닌 과정

그렇다고 화웨이의 국내 시장 진출이 '실패'라고 단언할 순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중저가폰 시장 경쟁이 치열한 만큼 판매량 부진 현상은 화웨이 제품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현재 하반기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저가폰은 '갤럭시A8', '프리브', '루나S', 'U(유)', '비와이폰', 'H' 등이 있다.

실제로 화웨이의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LG유플러스 대리점 직원은 "'H'의 경우 업무용 스마트폰 등 '세컨폰'으로 구입하는 분들이 많다. 반응도 괜찮은 편"이라고 전했다. KT 대리점 직원은 "워낙 가성비가 좋다. '사용해보니 괜찮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고객도 있다"고 전했다.

이동통신 회사 측 역시 "판매량과 시장 반응에 대해 대체로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판매량을 공개할 수 없지만, 중저가폰 경쟁이 치열한 것을 고려한다면 (판매량이) 실패라고 말할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국내 다른 제조사의 중저가폰과 비슷한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의 한 KT 대리점에 전시된 '비와이폰'. /이성락 기자
서울 강남의 한 KT 대리점에 전시된 '비와이폰'. /이성락 기자

◆ 이번엔 프리미엄폰 시장 공략

최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올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결과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기반으로 무서운 속도로 애플을 추격하고 있다. 화웨이는 전년 대비 18% 늘어난 3249만대(시장점유율 8.7%)를 팔아치워 4300만대 판매, 시장점유율 11.5%인 애플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1위 삼성전자는 판매량 7173만대, 시장점유율 19.2%를 기록했다.

성장에 탄력을 받은 화웨이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문을 계속 두드릴 전망이다. 중국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성장했지만, 최근 중국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어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려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다음 달 중 중저가폰이 아닌 프리미엄 스마트폰 'P9' 시리즈를 들고 국내 시장에 재도전한다.

중저가폰 위주로 국내 틈새시장을 노렸던 화웨이가 프리미엄폰을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화웨이의 국내 입지는 중저가폰 시장보다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더욱 좁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프리미엄폰 시장은 중저가폰 시장과 비교했을 때 '삼성'과 '애플'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더 크게 작용하는 영역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제품이라는 선입견과 삼성·애플이라는 높은 산을 동시에 넘어야 된다는 점에서 화웨이가 국내 프리미엄폰 시장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며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쳐 일단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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