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9일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국 경제에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가 대선 기간 동안 무역정책에서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내걸었고,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미국 차기 행정부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들고나올 경우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대미 수출에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유세 당시 한·미 FTA에 대해 "미국 내 일자리를 좀먹는 협상"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대통령에게 무역구제 조치에 폭넓은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트럼프가 서면으로 협정 해지를 통보하면 180일 후에 한·미 FTA는 자동으로 종료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디지털 TV·반도체 등 한국 정보기술(IT) 수출품에 직격타가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값싼 수입품 때문에 미국의 제조업이 죽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며 중국·멕시코 등 다른 나라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붙이겠다고 공언해왔다. 이 때문에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IT 기업은 '관세 폭탄'으로 수출 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미국에 완성차를 수출하는 우리나라로선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이날 미국 현지 학계, 업계 전문가, 국내 진출기업 등과 인터뷰를 통해 작성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정책 방향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 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전망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갖춰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05년 미국 앨라배마에 연간 6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준공해 가동 중이다. 문제는 기아자동차가 지난 9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멕시코 공장이다. 미국과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해 멕시코에서 수입한 완성차에 관세를 물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공약대로 미국이 NAFTA에서 탈퇴하면 기아차 멕시코 공장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는 현재로써는 어떤 것도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시각이다. 다만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수출 피해는 일정 부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기간 유가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에선 환경규제 폐지와 화석연료 산업 부양을 내걸어 반사이익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우 트럼프가 '사기'라고 표현하며 공공연히 반감을 드러낸 만큼 기업에 제공되고 있는 세제 혜택 축소 등이 예상된다.
트럼프가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경제계는 굳건한 한·미 '동맹'과 '공조'를 강조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트럼프 당선 확정 직후 공식코멘트를 통해 "성장이 정체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뉴노멀 시대에 세계 경제 재도약을 위한 미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다"며 "한국과의 경제협력은 물론 안보동맹 역시 굳건하게 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발표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리더십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전통적인 한·미 동맹이 지속되길 기대하며, 한·미 양국 간의 긴밀한 공조가 새로운 행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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