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파주= 서재근 기자] 지난 수십여 년의 세월 동안 국내 완성차 업계의 기술력은 전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품질과 기술력에서 빠른 성장을 보여왔다. 세단에 편중된 세그먼트도 경차에서부터 밴, 해치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해졌지만, BMW의 'M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서브 브랜드 'AMG' 모델과 같은 '고성능 스포츠 세단' 분야는 아직도 불모지나 다름없다.
이 같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함일까. 제네시스가 브랜드 론칭 1년여 만에 '제대로 된' 스포츠 세단을 출시, 글로벌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수 메이커의 고성능 모델과 직접 경쟁을 하겠다며 작심하고 개발한 'G80 스포츠'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회사 측의 호기 넘치는 도전이 과연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이 같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파주 헤이리를 왕복하는 약 100km 구간을 달려봤다.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
지난 2012년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가수 싸이의 여섯 번째 정규앨범 타이틀 '강남스타일'의 한 소절이다. 자동차 시승기에 웬 노랫말이냐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현대자동차의 럭셔리브랜드 제네시스가 최초로 내놓은 프리미엄 스포츠세단 'G80 스포츠'의 특징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 듯싶다.
우선 디자인적 요소를 살펴보면, 사실 'G80 스포츠'의 내외관 디자인은 일반 세단형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 싶다. 매쉬 타입(그물 모양)의 라디에이터그릴과 범퍼 하단부의 대형 인테이크 그릴, 듀얼 트윈팁 머플러, 범퍼 하단부에 블랙 하이그로시 재질의 리어 디퓨저 등 차별화된 요소들이 적재적소에 적용돼 '스포츠' 모델의 차별성을 섬세하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G80 스포츠'의 경우 기본적으로 고급세단을 표방한 'G80' 본연의 이미지가 워낙 강한 탓일까, '역동적'이라는 느낌보다 '고급차' 이미지가 더 어울린다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다.
주행 상황별 빔패턴 변동 기능을 갖춘 어댑티브 풀 LED 헤드램프와 전자식 변속레버,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운전석만 잠금 해제되는 '세이프티 언락' 기능을 비롯한 다양한 편의사양과 보행자 인식 기능이 추가된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DAA)을 비롯한 차량에 적용된 첨단 기술력 역시 '프리미엄 고급 세단'의 품격에 눈높이를 맞췄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가 추구하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자율주행 기능은 매우 인상적이다. 차선이탈과 앞뒤 차간격을 스스로 맞춰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면 차량이 스스로 조향을 판단해 안전한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데 실제 시승과정에서 테스트해본 결과 해당 기능을 선택한 이후 12초가 지나면 경보음이 발생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대로라면 'G80 스포츠'의 정체성에 의문부호를 붙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G80 스포츠'는 국내 최초 럭셔리브랜드에서 작심하고 만든 '고성능' 모델이다. 시동버튼을 가볍게 누르고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는 순간, 얌전할 것만 같았던 첫인상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이 차량이 추구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바로 느낄 수 있다.
'G80 스포츠'에는 신규 '람다 3.3 V6 터보 GDi엔진'이 탑재,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 토크 52kgf.m의 강력한 성능을 뽐낸다. 수치상으로 단순비교하더라도 일반 세단형 최상위 트림 '3.8GDi'의 스펙(최대출력 311마력, 최대토크 40.5kg.m)보다 훨씬 앞선다.
초반 응답성부터 중저속, 고속 주행에 이르기까지 차량이 정지상태를 벗어나 있을 때를 제외하고 조금의 아쉬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가속력이다. 달리기 성능만큼은 말 그대로 '합격점'을 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공차중량 2t에 달하는 대형 세단이 날렵하게 치고 나간다. 낮은 rpm과 높은 rpm 사이에 발생 토크 차이가 없는 트윈터보 엔진의 장점도 실제 주행에서 여과 없이 발휘된다. 1300rpm부터 최대토크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몇 초만 밟고 있으면 계기판의 속도가 100km를 훌쩍 넘긴다.
제네시스 측이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 알려진 것은 4.8~5초대로 국산차 가운데 가장 빠르다. 실제 주행에서 체감한 속도도 큰 차이가 없었는데 직선구간에서 시속 180km까지 속력을 올리는 동안 차체 떨림은 물론 단 한 차례의 변속 충격과 튕김 현상도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G80 스포츠'의 제원상 복합연비는 ℓ당 8㎞다. 이날 실제로 측정한 연비는 이보다 다소 낮은 ℓ당 7.1km였다. 이날 고속 주행과 시내 운전을 병행하며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만족스러운 연비라고 하기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은 차량의 판매가격이다. 3.3 터보 단일 모델로 구성된 'G80 스포츠'의 판매가격은 6650만 원이다. 여기에 옵션을 모두 추가하면 '몸값'은 7700만 원까지 올라간다. 이는 BMW의 'bmw 528i xdrive'와 벤츠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E300'과 비슷한 수준이다. 성능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수입차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의 수요를 얼마만큼 뺏어올 수 있을지는 안갯속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 새 역사를 쓴 'G80 스포츠의 흥행 여부에 대한 업계 안팎의 관측은 다양하지만, 정답지를 완성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렸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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