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계 상위 10대 그룹에 조기 인사 바람이 불고 있어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기업 인사는 12월에 진행되는데, 올해는 다른 듯한데요. 실제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사 시기를 앞당겼고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그룹 등도 조기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굴지의 대기업들이 이런 소문에 오르내린다는 건 그만큼 국내 경제가 어렵다는 거겠죠.
지난 한 주는 재계의 '조기 인사설'을 비롯해 현대차 '신형 그랜저'의 출시 준비, 애플의 '아이폰7' 출시, 신한·KB금융 등 주요 금융사 실적 발표 등 다양한 경제 이슈가 쏟아졌습니다.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권오철·이성노·이성락·서민지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했던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서민지Ⅱ 기자] 국내 기업을 둘러싼 '조기 인사설'이 급속히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상위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이러한 소문이 나오고 있는데요. 경기 불황 속 제품 결함 이슈, 신흥 국가의 세력 확장 등이 국내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 기업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옷 벗을 사람은 벗을 수도 있겠죠" 인사 앞둔 재계 긴장 '고조'
-최근 사장급 인사를 조기에 단행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대기업 임원은 군대로 말하면 '별'이나 마찬가지 신분인데 가을 바람과 함께 떨고 있는 별들이 많겠습니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대기업 정기 인사는 매년 12월에 단행되는 것이 일종의 관례처럼 여겨졌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확실히 바뀐 것 같습니다. 특히, 재계 상위 10대 그룹에서도 예상에 없던 조기 인사 바람이 불고 있죠.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예년보다 20일에서 한 달가량 사장단 인사 시기를 앞당겨 진행했고, 삼성과 현대자동차, SK그룹 등 굵직한 대기업들도 업계 안팎에서 조기 인사설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의 원인은 국내 재계에 불어닥친 위기감이 한몫하고 있습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조선 3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잇따른 제품결함 이슈, 여기에 신흥 국가들의 빠른 '세 확장'에 이르기까지 악재가 이어지면서 기업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에 공감하고 있는 거죠.
-샐러리맨들에게 인사는 '양날의 칼'일 수밖에 없을 텐데, 재계 분위기는 어떤가요?
-사실 분위기가 좋지는 않습니다. 그룹 총수를 비롯한 권력 최고층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다는 것은 그만큼 '물갈이 인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일 테니까요. 특히 일부 대기업의 경우 제품 결함 등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기업 이미지 실추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책임론'이 불거진 고위급 인사에 대한 '문책인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죠.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옷 벗을 사람은 옷을 벗겠죠. 아마 벌써 일부 부서의 경우 내부적으로 인수인계 작업을 진행 중인 곳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라며 냉랭한 사내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겠네요. 특별히 더 긴장하고 있는 곳이 있을까요?
-최근 신제품에서 중대 결함이 발생해 논란이 불거진 기업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한데요. 사장급 인사는 물론 관련 사업부서 임원진의 교체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밑에 직원들까지도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해당 기업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이슈가 불거진 이후 사무실에서 웃음소리가 아예 사라졌다"라면서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지만, 그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어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죠.
◆현대차, 구세주 '신형 그랜저' '결함률 0%' 사활
-재계에 '조기 인사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여기에 거론된 기업 중 한 곳이죠. 현대자동차(현대차)가 6년여 만에 내놓는 '신형 그랜저'에 대한 관심이 출시 전부터 뜨겁습니다. 최근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어 회사 측에서 거는 기대도 매우 클 것 같은데요?
-네, 현대차의 대표적인 볼륨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준대형 세단 '그랜저'의 6세대 모델이 다음 달 출시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개월째 국내외 모두 판매량이 뒷걸음질 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자사 시그니처 모델로 자리매김한 '그랜저'의 새 모델은 말 그대로 '구세주' 역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 측에서도 이번 새 모델의 출시를 앞두고 신차 발표회 방식 및 각종 마케팅 전략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이번 신차에 대한 막바지 품질 점검이 한창이라고요?
-최근 미국발 '세타엔진 결함' 이슈 이후 국내에서도 'GDI 엔진' 관련 결함 의혹이 제기되는 등 '품질 경영' 논란이 불거진 터라 업계 일각에서는 "'신형 그랜저'에서 예기치 못한 결함이 발견되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죠.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신형 그랜저'에) 빗물이라도 새는 날엔 정말 날 샌다"라는 걱정 섞인 농담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최근 재계 1위 삼성의 최신형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의 결함 사태 이후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고요. 사실 완성차 업계에서 제품 결함은 동력장치와 관련한 중대 결함을 제외하고는 이례적인 이슈는 아닙니다. 제조사 측에서 일부 모델에 결함을 발견해 자체적으로 리콜을 시행하는 경우도 많죠.
-현대차의 경우 '신형 제네시스(현 'G80')' 출시 이후 제네시스 브랜드 최상위 모델인 'EQ900'의 품질테스트를 '녹색 지옥'으로 불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시행하는 등 품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아마 이번 '신형 그랜저' 역시 럭셔리브랜드 플래그십 모델에 상응하는 수준의 철저한 품질 점검에 나서지 않을까요.
아무쪼록 수십 년 동안 현대차를 넘어 국내 완성차 시장을 대표하는 준대형 세단이라는 명성을 이어 온 '그랜저' 브랜드가 다시 한 번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애플 '아이폰7' 국내 시장 무혈입성…뜨거운 출시 첫날 분위기
-이번엔 IT업계 이야기를 나눠보죠.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단종으로 관심이 온통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7'에 쏠리고 있는데요. 21일 '아이폰7'이 국내 출시에 들어갔는데, 출시 행사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날이 채 밝지 않은 이른 시각부터 KT의 '아이폰7' 출시 행사가 열린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앞에는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오전 8시에 본격적인 '아이폰7' 판매가 시작되자 고객들의 환호가 터지는 등 행사장은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행사 사진을 봤는데, 대기 인파가 정말 놀랍더군요. 1호 개통자는 누구였나요?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1호 개통자는 가방 사업을 하는 유병문(25)씨로 결정됐는데요. 유 씨는 지난 18일 오후 5시부터 KT스퀘어 앞을 지켰다고 합니다. 유 씨는 LTE 데이터선택 65.8요금제를 1년 동안 지원받게 됐고, '아이패드 프로 9.7', '애플워치 시리즈2' 제품을 경품으로 받았습니다.
-왜 그렇게 오래 기다리나 했는데, 혜택이 대단하네요. 다른 통신사는 어떤 혜택을 준비했나요?
-KT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은 1호 개통자에게 200만 원 상당의 여행상품권을, LG유플러스는 '아이팟' 교환권과 '애플워치 2 나이키 플러스'를 제공했다고 하네요. 이동통신 3사가 경쟁적으로 '아이폰7'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고객이 보인 반응은 어땠나요? '아이폰7'이 좋은 성적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반응은 '아이폰6S' 출시 때와 비슷했습니다. 다만 블랙 계통 색상이 추가돼 해당 모델에 대한 인기가 하늘을 찔렀는데요. 취재 결과 KT 1~6호 개통 고객 모두 매트블랙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아이폰7'의 사전 예약 판매량은 이미 전작인 '아이폰6S'의 2배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아이폰' 마니아층과 '갤럭시노트7' 교환 고객까지 몰리면 '아이폰6S'를 뛰어넘는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아이폰7'이 출시된 21일 전체 시장의 번호이동 건수는 3만6987건에 달했습니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장 과열의 기준으로 삼는 2만4000건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갤럭시노트7' 부재 등으로 '아이폰7'이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이네요.
-네,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니 더욱 그렇습니다. 단, 중국과 호주에서 '아이폰7'이 폭발했다는 주장이 나왔는데요.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애플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애플이 폭발 사고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하니 '아이폰7'과 관련된 폭발 이슈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리딩뱅크'에 다가선 KB금융, 윤종규 '비은행 강화' 통했나
-금융권에서는 주요 금융사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금융권이 저금리·저성장으로 인한 불황 속에도 호실적을 기록해 놀라게 했죠. 특히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면서요?
-주요 금융사들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시현했습니다. 업계 1위인 신한금융지주(신한금융)는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분기보다 3.6% 증가한 7079억 원,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10.2% 늘어난 2조1627억 원을 기록했는데요. 3분기 누적 순익이 2조 원을 넘은 것은 4년 만의 일입니다. '리딩뱅크'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거죠.
-하지만 업계 2위인 KB금융지주(KB금융)가 무섭게 뒤쫓고 있어 주목됩니다. KB금융의 경우 3분기 누적 순익은 전년보다 25.1%나 증가한 1조689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3분기 순익은 5644억 원으로 전분기보다 2.8% 감소했는데, 지난 분기 현대증권 자사주 취득에 따라 약 1005억 원의 염가매수차익이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실적을 낸 거죠.
-금융업계 1·2위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네요. 아직 신한금융이 KB금융을 훨씬 앞서는 듯한데,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이들의 실적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신한금융과 KB금융의 3분기 순익을 비교했을 때, 2013년 966억 원이었던 격차는 2014년 1758억 원, 지난해 2645억 원까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적 격차가 1435억 원으로 다시 좁혀졌는데요.
특히 KB금융의 경우 실적 개선 폭이 커 성장세도 빠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대증권 인수에 따라 실적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올해 현대증권 인수를 마무리하면 내년부터 지배구조가 안정화되는 것은 물론 현대증권의 실적 반영이 본격화되면서 실적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죠. 특히나 올해만 해도 4분기에 현대증권 지분 인수에 따른 염가매수차익 1조 원가량이 발생해 연도 총수익에서는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앞지를 전망입니다.
-신한금융이 8년째 이어온 독주 체제가 깨질 수 있다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겠네요. 경쟁으로 인한 금융 산업의 성장도 기대되고요. 업계에서는 이들의 경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KB금융이 '리딩뱅크' 타이틀을 다시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한 은행권 관계자가 "현대증권 인수 시너지를 무시할 수 없다. 내년부터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한 반면 다른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실적에서 은행이 70% 정도를 차지하는데 신한은행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은행에서는 신한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예상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B금융의 경우 비은행 부문을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 윤종규 회장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했고,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이 눈에 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앞으로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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