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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의 경제in]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갈등 화법'과 은행 총파업

  • 경제 | 2016-09-22 11:44

금융 노조가 23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진행한다. 지난 20일에는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 1층에서 총파업 1차 결의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덕인 기자
금융 노조가 23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진행한다. 지난 20일에는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 1층에서 총파업 1차 결의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덕인 기자

[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고임금을 받는 은행원이 파업을 강행한다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 노조)의 23일 총파업을 앞두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같이 말했다. 업무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총파업을 철회하라는 취지에서 다소 강한 발언을 한 것이다.

현재 금융업계는 현실로 닥친 금융 노조의 총파업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금융 노조는 ▲성과연봉제 저지 ▲관치금융 철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개선 등을 파업 목표로 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성과연봉제 도입 움직임이 있었다. 금융 당국은 은행원들의 고임금 저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득했지만, 금융 노조는 과당경쟁과 단기실적주의 등으로 금융권의 안정성을 해칠 것이라며 반대했다. 결국 타협점이 나오지 않자 사측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노조 측이 물러서지 않으며 총파업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 위원장 입장에서는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성과연봉제를 올해 안으로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 노조가 총파업은 물론 성과연봉제 무산까지 무기한 파업을 진행한다고 하니 난감한 상황이다.

하지만 총파업 2일을 앞둔 시점에서 "고임금을 받는 은행원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파업을 강행할 경우 국민들이 외면할 것", "은행 산업의 경쟁력 저하와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 등 국민을 앞세운 발언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격이 됐다. '철밥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파업 철회를 위한 압박 의도겠지만 '설득'보다는 '자극'의 느낌이 강했다.

금융 노조가 지난 7일 서울 중구 다동 금융 노조 사무실에서 9.23 총파업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가진 가운데 김문호 금융 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인턴기자
금융 노조가 지난 7일 서울 중구 다동 금융 노조 사무실에서 9.23 총파업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가진 가운데 김문호 금융 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인턴기자

성과연봉제는 단순히 임금이 줄어드는 것 때문에 노조로부터 반대되는 것이 아니다. 성과연봉제로 인해 임금 격차가 벌어지고, 저성과자가 퇴출당하는 등 안정적인 일자리가 한순간에 위태롭게 바뀌기 때문이다. 과당 경쟁이 금융산업의 부실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권에서 경쟁으로 인한 폐해는 실제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되면서 은행업계의 경쟁은 치열했다. 이 때문에 ISA 가입자 수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1만 원 이하 계좌인 이른바 '깡통계좌'가 상당수여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임 위원장도 당시 "충분한 상담과 설명을 통해 고객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불완전판매 예방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을 요구하는 성과연봉제에서 이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해외와 달리 '공공성'을 강조한다. 외국처럼 점심시간에 문을 닫거나 쉬는 시간을 갖기 어려우며 마치 관공서처럼 여겨지곤 한다. 이런 배경에서 공기업처럼 공공성과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사기업과 같은 경쟁을 바라는 것은 모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금융 노조가 무조건적인 반대로 과민 반응을 보인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사측과 대화를 나누기보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무산하지 않으면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다"는 식의 입장이 노사 간의 견해차를 벌어지게 했다. 금융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등을 충분히 제시하고 좀 더 논리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

"금융 노조 파업은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킬 수 있다"

임 위원장의 말처럼 금융권은 '신뢰'가 중요한 곳이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밑바탕 돼야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 하지만 노조 파업보다 성과연봉제로 인한 부실위험이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장기적인 시각도 필요하다. 특히 "돈을 많이 버니 참아야지" 식은 금융권은 물론 어떤 분야에서도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jisseo@tf.co.kr

금융 노조가 지난 7일 서울 중구 다동 금융 노조 사무실에서 9.23 총파업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가진 가운데 김문호 금융 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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