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병문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회사원 이모 씨(여. 39)는 지난 4월 28일 독일 BMW 자동차 판매점인 코오롱모터스 강남 전시장에서 'BMW 3 GT 엑스드라이브'를 계약하고 들뜬 마음으로 인수하는 날을 기다렸다. 차량 가격이 5000만 원을 훌쩍 넘었지만 현금으로 완납했다.
그런데 이 씨는 차를 인수하기 하루 전날 자신의 차가 될 'BMW 3 GT 엑스드라이브'가 제작된 지 10개월 된 사실을 알고 인수를 거부했다. 차를 판 딜러나 딜러사는 "재고차 아닌 신차"라며 인수를 요구했으며, 이 씨는 출고된지 10개월이 넘은 차량을 신차로 보고 인수할수 없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딜러사가 환불을 거부해 결국 '소송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해당 차량은 코오롱글로벌 대리점측이 보관중이다.
"출고된 지 10개월 됐으니 재고차" vs "2년 넘지 않아 신차"
이 씨는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에서 기자와 만나 'BMW 3 GT 엑스드라이브' 구매하려다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 사연을 설명했다.
이 씨는 "차를 인수 하기 하루 전날 딜러 A 씨가 급하게 차를 팔려고 했던 모습이 찜찜해 차대번호를 조회했다"며 "그런데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내게 배정된 'BMW 3 GT 엑스드라이브'가 지난해 7월 31일 제조돼 9월 11일 입항한 차량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곧바로 딜러에게 전화 걸어 인수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씨는 "계약 당시 재고차가 아니냐고 3차례 물어봤을 땐 '아니다'라고 하더니 생산된 지 10개월이 지난 차를 배정해 주면 어떡하냐"고 따졌다. 하지만 "A 씨로부터 '영업사원은 차량의 제조일자를 미리 알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차량 인수를 요구받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딜러사와 A 씨가 저를 '체리피커(자신의 실속 차리기에만 관심을 두는 소비자)'로 취급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 차량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했지만, '이미 등록된 차량이라 환불을 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심각한 이 씨와는 달리 코오롱글로벌 측은 별문제 아니라는 입장이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차량의 제조일자를 고객에게 고지할 의무는 없다"면서 "영업사원이 모든 고객의 차량 출고일은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출고된 지 2년을 넘지 않고 차량 성능에 문제가 없으면 재고차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제조된 지 10개월 된 차를 재고차로 봤지만, 딜러사는 2년을 넘지 않았고 성능에도 문제가 없어 재고차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씨가 몇 차례나 차량 제조일자와 관련된 질문에 했을 때 딜러사가 명확하게 답변을 주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결국, 이 씨는 지난달 7일 코오롱글로벌과 딜러 A 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A 씨는 이 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 씨는 수천만 원을 지불하고도 수입차를 소유한 기분을 만끽하기는커녕 속앓이만 하는 중이다. 이 씨는 "소송에 져도 문제지만, 승소한다고 해도 변호사 비용을 포함해 600만 원가량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재고차 기준, 왜 명확하지 않은가?
수입차 딜러사들이 생산된 지 오래된 차를 마치 엊그제 출고한 차로 파는 경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명 '악성 재고차'를 비롯해 전시차, 사고차 등이 신차로 둔갑하여 팔린 사례도 많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수입물량은 32만6700대이며 이 중 24만3900대가 판매된 것으로 기록됐다. 작년에 팔지 못하고 올해로 넘어온 차는 8만3000대에 달한다. 소비자는 지난해 팔리지 않은 8만여 대의 차량을 재고차로 보겠지만, 딜러사는 그렇지 않다. 재고차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달라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딜러사가 차량의 제조일자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영업 활동을 한다면 이 씨와 같은 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장에서는 제작된 지 오래된 차는 더 많은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씨는 "인터넷을 통해 알아본 결과 평균적인 할인을 받았다"며 "재고에 따른 할인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코오롱글러벌 측은 "BMW 차량은 독일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최소 2달이 걸린다. 만약 본사 일정에 문제가 있거나 기상 상황이 안 좋으면 이보다 더 걸릴 수도 있다. 이렇게 입항한 차들은 판매되기까지 몇 달이 더 걸릴 수 있는데 이러한 차들을 재고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 측은 재고차의 기준을 만들어진 지 2년 이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생산된 지 오래된 차를 구입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라며 "제조사들이 재고차에 대한 기준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고지해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바로 출고된 차량을 받으려면?
이 씨와 같은 일을 겪지 않으려면 반드시 임시번호판을 단 상태로 차량을 인수해야 한다. 대부분의 딜러는 등록 후 차량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견적서에 등록비를 포함한 가격을 제시한다.
이대로 계약을 하게 되면 차량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지 못하고 차의 주인이 된다. 등록된 차량을 인계받으면 차량에 이상이 발견돼도 문제를 제기할 폭이 좁아지게 된다. 인계받기 전 차량을 꼼꼼하게 살펴본 뒤 문제가 없으면 인수증에 도장을 찍으면 된다.
등록비를 포함한 계약서에 사인하고 계약금을 보냈더라도 보험 서류를 넘겨주지 않으면 딜러가 차량을 등록할 수 없다. 보험 서류가 없는 차량은 차량등록소에서 등록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IT 업종에서 종사하지만 이번 일로 '자동차 구매 전문가'가 다 됐다. 그는 "계약 완료 전 차대번호로 제조일자를 확인할 수 있으니 반드시 살펴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또 "현금으로 완납할 경우 차량 등록을 제3자가 할 수 있기 때문에 차량 인수증에 서명하기 전까지 절대 완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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