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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의 세상토크] 최저임금위 '공전', 노사대표들 제 역할 다했나

  • 경제 | 2016-07-15 06:17

경실련이 12일 오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도 최저임금 최소 13%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저임금위 노사위원들은 최저임금 수정안을 단 한차례도 제시하지 않아 결국 타협과 합의를 통한 최저임금수준을 도출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때문에 최저임금위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임세준 인턴 기자
경실련이 12일 오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도 최저임금 최소 13%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저임금위 노사위원들은 최저임금 수정안을 단 한차례도 제시하지 않아 결국 타협과 합의를 통한 최저임금수준을 도출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때문에 최저임금위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임세준 인턴 기자

[더팩트ㅣ명재곤 기자]“토론은 치열하게 하되, 신뢰를 기반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서 상호 배려한다면 내실 있는 최저임금 신의와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지난 4월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 제1차 전원회의 때 박준성 위원장의 발언 일부다.

경영학과 교수인 박 위원장은 노사위원들이 역지사지 생각을 가지고 법정기한 내 최저임금 수준을 합의형식을 통해 원만하게 이끌어내기를 기대한 듯 싶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 위원장 인식은 냉엄한 현실과 거리가 멀었고 특정 계층(위원)의 잘·잘못을 떠나 내년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10대 최저임금위원회'의 활동상은 노사 양측에서 좋은 평가를 얻기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도 '설득'과 '협상' '합의'가 없는 최저임금위가 왜 필요하느냐는 점에서 그렇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을 넘긴 것은 연례 행사로 치더라도 노사위원 중 어느 진영도 단 한 차례의 최저임금 수정안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대목에서는 최저임금위의 존재가치를 부정하게까지 한다. 위원회가 소통과 타협의 결과물로 최저임금 수준을 제시해야 하는데 자기 계층 목소리만 키우다보니 오히려 갈등의 분화구 역할을 하지 않았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일(16일) 최저임금위가 어느 수준의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의결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최저임금위 역할에 대해서는 되돌아 볼 부문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일침을 가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오죽하면 최저임금위가 합의로 최저임금 결정을 하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를 내포한 구조라면 차라리 심의 및 의결권을 국회로 넘기자는 의견까지 나오는지를 위원들은 짚어봐야 한다.

최저임금위의 목적은 근로자에 대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질적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위원간 최대한 합의가 바탕에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올해 유독 최저임금위 무용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그간 회의 과정에서 보인 노사위원들의 '올 오 낫씽(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의 협상태도가 주요 원인이 아닌가 싶다.

지난달 23일 제6차 전원회의에서 노사는 2017년 적용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냈다. 노측은 ‘시간급 1만 원, 월 환산액 209만원’을, 사측은 ‘시간급 6030원, 동결’을 제시했다. 이후 법정심의 만료일인 같은 달 28일 제7차 전원회의에서 노사양측은 각각의 제안설명후 지금까지 상호 한 발짝 물러섬이 없이 최초안만 고집하고 있다.

단 한 차례의 최저임금 수정안을 내놓지 않고 ‘이기느냐, 지느냐’의 극단적 대치만 거듭하면서 여론전과 선전전에만 몰두했다.

알바노조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며 12일 서울 오전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위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이새롬 기자
알바노조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며 12일 서울 오전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위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이새롬 기자

하루는 사용자 단체가 '최저임금 동결'을 외치면 다음날은 근로자(시민) 단체가 '1만원 절대 고수'의 머리띠를 두른다. 급기야 얼마전에는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위에 올라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근로자와 사용자측 대표로서 최저임금위에서 전략과 전술적 태도를 견지하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노사양측이 단 한차례의 최저임금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은 협상과 합의의 정신이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양측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대립과 갈등 국면에서 협상이 이뤄질 턱이 없다.

협상은 상호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고 자신의 요구를 피력하면서 거듭된 절충속에서 접점을 찾아 가는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수준은 노사양측 이해의 간극이 크기에 인내심있는 협상이 요구된다.

결국 내년에 적용되는 시간당 최저임금(최저시급)은 또 공익위원이 결정하는 모양새이다. 공익위원은 임금 인상범위인 심의구간(안)을 지난12일 제12차 전원회의에서 제시했다. ‘6253원(3.7%)~6838원(13.4%)’의 상·하한 구간(안)을 내놨다.

대체로 여론은 구간 중간 값 정도인 6500원 대에서 최저시급이 절충점을 찾을 것을 예상들 한다. 하지만 공익구간이 지난해(6.5~9.7%)보다 편차가 커 의결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노동계는 공익구간의 상한선 쪽을, 경영계는 반대로 하한선에 최저임금을 이끌려고 하기 때문이다. 공익위원의 “구간(안)에서 협상의 지혜를 모아달라”는 요청이 노사의 귀에 들어올리는 만무하다.

고용노동부 소속기관인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은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 심의구간(안)을 '하한 6253원, 상한 6838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위는 16일 최저시급을 의결할 에정이다.  /더팩트DB
고용노동부 소속기관인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은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 심의구간(안)을 '하한 6253원, 상한 6838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위는 16일 최저시급을 의결할 에정이다. /더팩트DB

결국 협상 막바지까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다가 지난해처럼 노사중 어느 한쪽이 퇴장한 상태에서 공익위원들의 중재안을 표결에 부쳐 최종 의결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타협의 정신은 다시 한번 망가진다.

최저임금 결정과정은 진통을 피할 수는 없을 게다.

그렇지만 이해 절대 당사자인 노사 위원들이 스스로 합의를 통해 적정 최저임금 수준을 찾지 못하고 막판에 제3자격인 권익위원의 손을 빌리는 것은 우리 사회에 아직도 합리적이고 온건한 협상문화가 없다는 걸 단정적으로 보여줘 씁쓸하다.

더불어 최저임금위에 부문별 대표로 참석하는 위원들의 각성도 요구된다.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현안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합리적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그들이 딱 한마디 '동결'과 '1만원'만 외치고 있는 모습은 결코 선진형 노사는 아니다.

혹시 최저임금 후폭풍이 하반기 노사갈등의 뇌관으로 작동한다면 공적인 기구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한 노사위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는지 자못 궁금하다.

sunmoon419@tf.co.kr

고용노동부 소속기관인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은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 심의구간(안)을 '하한 6253원, 상한 6838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위는 16일 최저시급을 의결할 에정이다.  /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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