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명진 인턴기자] 지난 2013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4년째인 개문 냉방 단속이 올해도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개문 냉방에 대한 단속이 진행되는데도 명동에서 폐문 냉방 가게를 보기 힘든 것은 에너지 낭비에 대한 인식 부족과 실효성없는 단속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개문개방 단속시 부과되는 벌금 수위를 높여 단속의 효과를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개문 냉방 단속 벌써 4년째 '여전히 찬바람 쌩쌩'
<더팩트> 취재진은 18일 오후 1시 개문 냉방의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명동을 방문했다. 이날 명동은 관광객과 커플들로 발디딜 틈 없을 정도였다. 관광객의 천국인 명동답게 이곳에는 수많은 가게들이 즐비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상점이 개문 냉방을 한 상태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문 냉방 단속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사용 제한에 관한 공고'에 따라 피크시간대(오전 10~12시, 오후 2~5시) 에너지 사용제한 지도·단속이다. 전력 수요량이 가장 많은 낮 시간에 전기 사용량을 자제해 여름철 전력난을 극복하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매장에는 실내 냉방 온도를 28℃ 이상, 피크시간대 실내온도는 26℃로 유지 해야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뷰티 전문점 N사 명동점은 입구 자동문은 닫히지 않게 고정해 놓았으며 입구 바로 앞 천장형 냉방기는 쉴새 없이 냉기를 뿜고 있었다. 반대편 입구도 열려 있음에도 들어가기 전부터 실내의 냉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냉방이었다.
대부분 뷰티케어 전문점은 이와 같이 개문 냉방을 하고 고객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화장품 전문 기업 A사의 브랜드 i는 한발 더 나아가 출입문이 없고 입구 쪽에 냉방기 두 대를 설치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A사의 뷰티 체인점은 명동에만 6곳이 있다. 한 매장의 직원은 개문 냉방 단속에 대해 들어 본적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 처음 들어봤다"고 말하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맞은편 의류 브랜드 G 명동점 역시 입구에서 부터 냉기가 느껴졌다. 구청의 개문냉방 단속 여부에 대한 질문에 점원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후 심각한 표정으로 다른 점원에게 귓속말을 하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뷰티, 의류, 악세사리 심지어 팬시점 A사와 애플기기 판매점 F사까지 개문 냉방을 영업 중이었다. 심지어 F사는 가동중인 스탠드형 냉방기가 입구를 향해 있었다.
개문 냉방으로 인한 전력낭비는 대로변이나 메인 명동거리의 대형 매장들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좁은 골목 내부 규모가 가게들도 문을 열고 손님을 맞고 있으며 한적한 식당은 손님 대신 냉기가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냉방기를 끄거나 문을 닫을 수 없는 이유는 매출이다. 개문 냉방이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거나 시선을 끌어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 커플은 "더운 여름에는 구매 할 생각이 없어도 시원해 보이면 들어가기도 한다"고 말했고 여성은 "쇼핑 할 때 들어가지 않아도 걸으면서 안을 볼 수 있는게 편해 가게 문이 열려 있는 것이 좋다"고 대답했다.
◆ 개문 냉방 단속 실효성 논란 '유명무실'
개문 냉방 단속은 지난 2013년 7월부터 시행됐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의 낮은 벌금과 개문 냉방이 상점의 수익과 직결되는 탓이다.
실제 문을 열고 냉방기를 가동하면서 문을 열고 영업을 하다 적발될 시 해당 매장은 과태료 300만 원 부과 대상이다. 그러나 300만 원의 벌금조차 제대로 부과되지 않고 있다. 자본이 충분한 대기업 체인점을 제외한 영세 상인들에게 벌금 300만 원을 부과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는 논란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단속에 적발된 영업점에 벌금 부과 보다는 지도와 경고 차원에서 끝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단속 시행에 대해 실효성 측면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구청 단속이 낮 시간만 이뤄지기 때문에 피크시간대가 끝나는 저녁이 되면 다시 영업점들의 개문 냉방이 시작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개문 냉방 단속의 효과를 높히기 위해서는 단속 시간의 조정과 가게 규모에 따라 처벌에 차별을 두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더운 여름 내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개문 냉방도 좋지만 과도한 전력 낭비가 초래하는 전력난의 심각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개문 냉방 단속이 올해도 유명무실하게 끝난다면 또 한번 논란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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