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최은영 전 한진해운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이 짧은 외마디만 남긴채 검찰 청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며느리 경영'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한 때 해운업계 '대모'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최 전 회장은 그간 공식 석상에서 '성공한' 여성 경영인으로서의 이미지를 뽐냈지만, 검찰 청사 앞에 선 그의 모습에선 예전의 당당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최은영 전 회장은 8일 오전 9시 46분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검은색 '에쿠스'차량을 타고 도착했다. 변호사와 함께 기자들이 모여 있는 청사 입구까지 20여m를 걸어 들어온 최 전 사장은 수십여대의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날 눈에 띈건 최 전 회장의 옷차림이었다. 최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한진해운 경영권을 손에 쥔 이후 7년여 동안 해운업계 대표 여성경영인으로 활동했을 때에도, 이후 유수홀딩스를 설립해 지난해 서울 여의도에서 음식점업과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이후 최근까지도 공식 석상에서 세련된 옷차림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하얀색 가디건과 검은색 바지를 입은 최 전 회장은 평소와 달리 뿔테안경을 쓰고 수수한 차림으로 청사에 나타났다.
'먹튀 논란'이 불거진지 한 달여 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온 최 전 회장에 대한 첫 검찰 조사였던 만큼 '혐의를 인정하는가' '자율협약 신청 사실을 주식 매각 전에 알고 있었나' 등 이번 논란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짧은 답변만 남긴 채 서둘러 조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 전 회장이 검찰 청사에 도착해 건물 입구로 들어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2분도 채 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최은영 전 회장의 사무실과 자택, 삼일회계법인 사무실 등 7~8곳을 압수수색 했다. 이어 같은 달 23일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등을 담당하는 주채권은행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내 류희경 수석부행장 사무실과 삼일회계법인 간부 등 2명의 사무실과 자택 등에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 전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검찰은 이날 소환 조사에서 최 전 회장이 주식 매각을 결정할 때 사전에 한진해운 자율협약과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전달 받았는지 등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은영 전 회장과 두 딸인 조유경, 조유홍 자매는 지난 4월 8일부터 같은 달 22일까지 한진해운 보유 주식(최 전 회장 37만569주, 조유경, 조유홍 각각 29만8679주) 전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억 원가량의 손실을 회피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전 회장은 주식 매각 목적에 대해 "대출금을 갚기 위해 주식을 매각한 것"이라며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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