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변동진 기자] 서울 가정법원은 오늘(25일)오후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과 관한 심문을 열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번 심문에서 신 총괄회장이 정신감정을 받기위해 서울대 병원에 입원했다가 사흘만인 19일 돌연 퇴원한 것에 대한 경위를 청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은 성년후견인 지정의 거의 절대적 절차이고 이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사실상 마지막 변수인 까닭에 재계는 정신감정 결과를 주시했다. 그런데 입원 사흘 만인 19일 신 총괄회장이 정신감정의 절차를 밟지않고 갑작스럽게 퇴원해 그 배경에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신 총괄회장측은 병원과 협의하에 퇴원한 것인지, 사흘만에 퇴원을 한 게 롯데 경영권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등을 놓고 롯데안팎에서는 갖가지 관측이 나온다.
그의 장남 신동주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이끄는 SJD코퍼레이션 측은 신 총괄회장의 퇴원과 관련, “신 총괄회장의 강력한 거부의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의료진과의 협의를 거쳐 퇴원을 결정하게 됐다”며 “법원의 결정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하는 입장이나, 당사자의 자유의사를 도외시할 수 없는 상황에 따라 추가 심문기일 지정 등을 통해 법원과의 협의 하에 대안을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과 롯데그룹, 그리고 병원 측을 의견을 종합하면 ‘협의’라는 신동주 회장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법원과 롯데그룹은 ‘어떠한 협의도 없는 무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의료진은 입원을 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감정은 단순한 건강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신동주·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이후 신동주 회장 측은 줄곧 신 총괄회장이 유일한 후계자로 자신을 지목했다. 즉,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 결과에 따라 신동주 회장이 주장한 경영 지시서를 비롯한 동영상 등은 완전히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이에 <더팩트>는 지난 19일 ‘신 총괄회장 돌연 퇴원’의 궁금한 대목들을 팩트체크로 풀었다.
√FACT 체크 1=병원과 협의? 알고보니 무단 퇴원
병원, 그러니깐 의료진과 협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퇴원 후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에 “의료진은 퇴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진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이 무슨 통제기관도 아니고 환자가 가겠다면 어쩔 수 없다”면서도 “당연히 의료진은 가지 말라고 말렸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측의 이 같은 주장은 SDJ코퍼레이션 측이 주장한 ‘협의 퇴원’과 일맥상통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 사실상 통보에 가까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서울가정법원 공보관의 답변을 보면 알 수 있다.
서울가정법원 공보관은 “서울대병원에 확인한 결과 신 총괄회장이 무단으로 퇴원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법원의 허가나 사전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FACT 체크 2=SDJ 신격호 “건강하다”며 롯데그룹 출입 통제 이유는?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신격호 총괄회장이 머물고 있는 소공동 롯데호텔 집무실은 SDJ코퍼레이션 측이 점거, 그룹 측 인사들의 모든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때문에 업무보고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 건강하다면서 집무실을 통제하고 모든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현재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정신건강 감정 절차를 거부한 것인지, 아니면 신동주 부회장 측이 퇴원을 권유한 것인지 아직 확인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영활동 가능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하진 않고 있다.
다만 롯데그룹 내부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총수의 상태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피붙이인 여동생 신정숙 씨가 직접 나서 ‘성년후견인 지정’을 요구한 점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어려운 상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외부 노출이다”며 “그간 신 총괄회장은 절대 외부에 노출된 바 없다. 하지만 신동주 회장이 나타나면서 빈번히 노출되고 있다. 신동주 회장이 잃어버린 경영권 회복하기 위해 고령의 아버지를 이용하는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또 “신정숙 씨도 자신의 오빠가 희화화되는 게 싫어서 성년후견인 지정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지분도 없는 그가 이번 소송으로 얻을 수 있는 물리적인 무언가는 없다. 그저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FACT 체크 3=SDJ, 신격호 무단 퇴원 속내는?
재계 관계자들은 SDJ코퍼레이션 측이 유리한 검진 결과를 받기 위해 전략적으로 퇴원시켰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법원에서 결정한 2주간의 입원 절차를 무시하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알면서도 신격호 총괄회장의 퇴원을 막지 않은 것은 입원 후 정신건강이 급격히 악화됐을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성년후견인 신청자인 신정숙 씨 법률대리인 이현곤 변호사는 “치매의 경우 짧아도 2주일 정도는 입원 감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사흘 만에 퇴원했다면 정상적 조사가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정신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어진 만큼, 성년후견인 지정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줄곧 소공동 롯데호텔 집무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갑자기 주거 환경이 바뀌면서 정신건강이 악화됐을 수도 있다”며 “신 총괄회장의 급격한 정신건강 악화로 SDJ코퍼레이션 측에 불리한 검진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퇴원을 강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신격호 총괄회장이 검사를 거부할 만큼 퇴원을 원했다면 롯데그룹, 또는 서울가정법원에 통보라도 하지 않았겠냐”며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략적 차원의 퇴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김성우 판사)는 25 오후 4시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개시 여부 관련 심문을 열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신 총괄회장 측에 무단 퇴원에 대한 경위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신정숙 씨 측과 SDJ코퍼레이션 측의 날선 공방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승기의 9할은 이미 신동빈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SDJ코퍼레이션 측이 반전 카드를 꺼낼지 재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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