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페이스북 안 한다며! 진짜 '헐'이다."
지난 2012년 5월 8일 필자의 페이스북에 첫 댓글이 달렸다. 친구의 타박(?)으로 시작된 소셜미디어, 당시를 돌이켜보면 "이런 걸 왜 하느냐"라는 말을 자주 했던 것 같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거나 다소 뜬금없이, 소셜미디어 속 생활에 첫걸음을 뗐다.
'내가 왜 페이스북을 시작했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페이스북을 늦게 시작한 터라 가입 자체만으로도 여러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이후 페이스북은 어린 시절 일기장이나 사진첩과 같은 기록의 한 페이지가 됐다.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친구의 일상생활에 댓글을 남기고 '좋아요'를 누르면서 공감하고 소통했다.
비록 온라인 공간이었지만, 그 안은 꽤 사람 냄새가 났다. 인간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었고, 새로운 인연과 친해지는 도구가 됐다. 어느 시점이 되자 페이스북은 일종의 놀이처럼 익숙해졌다. 아마도 소통 채널로써 페이스북이 주는 매력에 푹 빠졌던 것 같다.
이상하게도 지금은 이 모든 게 번잡스럽게 느껴진다. 2013년까지만 해도 가끔 올리던 사진과 글은 점점 줄어들었고, 지금은 기사를 읽거나 공유할 때만 사용한다. 최근엔 일상생활과 관련된 정보를 거의 남기지 않는다.
페이스북 사용 5년 차, 필자만 그런 걸까. 스마트폰 속 공간에 염증을 느끼는 사이 페이스북이란 기업의 가치는 점점 올라갔다. 28일에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페이스북의 월간이용자수(MAU)는 16억5000만 명(3월 말 기준)으로, 1년 전보다 약 2억 명이 늘어났다.
이 정도면 필자의 경험으로만 '페이스북의 위기'를 말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필자 역시 '예전보다 재미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페이스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눈팅(주로 SNS 콘텐츠를 읽기만 하는)'을 하기 위해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다. 무서운 중독성이다.
다만 분명한 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페이스북 측은 "사생활을 전혀 공유하지 않는 등 실제로 많은 이들이 과거보다 위축된 서비스 이용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꼽았다. 이용자들은 스팸메시지가 난무하는 공간에서의 개인적 소통을 꺼리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측 분석을 달리 생각하면 16억 5000만 명이라는 이용자 수도 일정 부분은 '착시'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각종 동영상, 실시간 방송 콘텐츠 등으로 이용자를 오랜 시간 붙잡아두는 데 성공했지만, 친밀감을 바탕으로 한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이라는 느낌은 서서히 지워지고 있다.
이런 변화를 페이스북이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페이스북은 최근 '모두를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을 '향후 10년 계획'으로 내세웠다. 신기술이 집약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의미다. 이런 행보가 소극적으로 변한 이용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미래를 비관하는 건 아니다. 왓츠앱, 인스타그램으로 통하는 페이스북은 전세계 소셜미디어 공간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다만 '관계망'으로서의 기능이 약화되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소통에 흥미를 잃어가는 페이스북 이용자, 어쩌면 이거야말로 '보이지 않는 위기'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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