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조선·해운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초읽기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와 같은 회생안 성사의 열쇠를 쥔 채권단과 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기업 총수 및 대주주의 사재출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실을 털어낼 구체적인 자구노력 없이는 자율협약이 이뤄질 수 없고, 부실 경영의 책임이 있는 최고경영진의 사재 출연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인데 여기에 최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손실 회피'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기업 수뇌부의 책임 경영이 업계 구조조정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회사 측이 전날 제출한 자율협약 신청서에 대해 유동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등을 제시하라며 보완을 요구했다.
한진해운은 전날인 25일 산업은행에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용선료 조정, 공모회사채 상환유예 등 4112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한진해운의 런던 사옥 매각(666억9000만 원) 상표권, 벌크선, H-Line 지분 등 자산매각 계획도 포함됐다.
그러나 채권단 측은 '구체적이지 않다'며 회사 측의 자율협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실탄' 확보와 직결된 용선료 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이 없었다는 게 채권단 측의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조양호 한진해운 회장과 최은영 전 회장의 사재출연에 대한 간접적인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신청 계획을 발표했을 때부터 채권단 일각에서는 조양호 회장과 최은영 전 회장 등 전현직 최고 경영진의 사재 출연을 요구하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이번 자율협약 신청서에 조 회장의 사재 출연 방안이 포함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최은영 회장의 '손실 회피' 논란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한진해운 자율협약을 앞둔 시점에서 회사 주식 37만569주 전량을 매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분위기"라며 "금융 당국에서까지 조사에 착수하는 등 논란이 커진 것이 채권단의 심기를 건드렸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측은 "자구안 내용에서 부족하다고 지적된 용선료 협상 부분에 대해 더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세우겠다"는 견해를 밝히면서도 채권단의 분위기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둔 현대중공업 역시 노조를 중심으로 대주주의 사재출연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같은 날 현대중공업 노조는 울산 시청에서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구조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회사 경영진과 대주주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특히, 노조 측은 "회사 경영 개선을 위해 정몽준 대주주가 사재를 출연하는 등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회사의 자구노력의 전제 조건으로 경영진과 대주주의 책임 경영을 주문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현대중공업 주식 771만7769주(10.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일각에서는 정몽준 이사장이 이미 오래전부터 경영 일선에 참여해 오지 않은 만큼 그에게 부실 경영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견해도 나오지만, 3000여 명 규모에 달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설이 수면에 오르자 노조 측이 인력 감축에 반대하는 쟁의행위를 예고하는 등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측이 압박에 나선만큼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몽준 이사장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오너 경영 체제 구축을 위해서라도 (정 이사장이) 사재출연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주주의 사재출연 여부에 대해서는 회사 측에서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회사가 최악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자산 매각, 경영진 급여 반납, 조직 통폐합 등 각고의 자구노력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측도 사장 초유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회사의 생존을 위한 위기극복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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