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삼성 서초사옥을 중심으로 우성1~3차 5000가구 이상의 재건축을 통해 '래미안타운'을 조성하려는 삼성의 청사진이 일부 조합원 반발과 행정소송이라는 암초에 걸려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공사 선정자체가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것은 아니냐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이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급격한 위상 하락과 결부 시키는 시각도 제기된다.
<더팩트>는 25일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서초동 우성1차를 찾아 재건축 사업의 갈등을 짚어봤다. 이미 재건축 첫 삽을 뜬 서초 우성2~3차와 달리 서초 우성1차는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자격 박탈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삼성물산 반대파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다음 달 30일 2차 변론기일이 잡혀 있는 등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조합원들도 삼성물산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찬성파는 기존 안대로 현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사업을 진행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반대파는 경쟁 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재선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앞서 서초우성1차아파트 주택건축정비사업조합 임모 씨와 김모 씨 등 2명은 지난해 5월 서초구청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시공사 신고수리 처분 무효 소송과 함께 본안 종료 시점까지 추진 중인 모든 재건축 사업에 대한 집행정지신청을 제기했다. 애초 시공사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서초구청과 삼성물산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002년 서초우성1차아파트 주민총회에서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공사로 선정됐고, 2003년 8월 서초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며 "일부 조합원이 반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조합원은 래미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청도 "해당 건과 관련해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수의견이라는 삼성물산의 설명과 달리 반대파의 반발은 점점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취재진이 만난 우성1차 입주민은 "초기에는 몰라도 무지개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이후 반대파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징후는 지난 23일 포착됐다. 반대파는 토요일이었던 지난 23일 우성1차 아파트 곳곳에 재건축 관련 이슈가 담긴 홍보물을 부착하며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대파는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반발하고 있다. ▲장수명 주택 건 ▲시공사 소송 건 ▲명품아파트 특화 건이 그것이다. 먼저 장수명 주택과 관련해 "조합과 정비업체, 비호 건축사무소가 고의로 장수명제도를 누락시킨 심의안으로 이사회, 대의원회를 통과시켜 건축심의 접수를 했다"며 "이로써 47세대의 분양수입금 약 691억 원이 감소하게 됐다. 세대별로 평균 5000만~1억 원 상당이다"고 밝혔다. 장수명 주택은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수명 100년을 목표로 유지보수가 용이하도록 시행하고 있는 '장수명 주택 인증제도'로 2013년 12월24일 입법 예고해 2014년 12월24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두번째로 시공사 소송 건에 대해 반대파는 선정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2003년 8월12일 서초구청으로부터 시공사로 승인을 받았다. 반대파는 "삼성물산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사실상 과반수 찬성에 미달돼 추가로 12장의 서면결의서를 제출했다"면서 "이는 명백한 시공사 선정의 적법성을 위반한 것으로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초구청은 12장의 서면결의서 등 원본서류 일체를 찾아 법원에 제출했지만 현 조합장은 이 사실을 알고도 법원 증언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법원 판결도 지연되고 있고, 재건축 사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삼성물산이 내건 명품아파트 특화 건에 대해 "무지개 재건축안은 인근 부동산에서 호평을 받아 과거 우성아파트대비 약 4000~5000만원 낮은 매매가를 보였지만 현재 역전했다"면서 "무지개의 주요 특화 포인트는 층고 2.5m, 층간 두께 25cm, 광폭주자 2.5m(세대당 2대)며 그 밖에도 건물 수를 한 동 줄여 쾌적한 공간활용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지개는 조합장을 교체해 경쟁입찰을 통한 조합원 이익을 최고로 끌어 올렸다"며 "특화 포인트는 아파트 가격 결정에 주요 요인이고 공사가 시작되면 더 이상 변경할 수 없는 만큼 공사 전에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반대파의 이 같은 반발은 지난해 12월 서초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시공사로 GS건설이 선정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초무지개아파트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해 12월19일 열린 시공사 선정 조합원 임시총회에서 GS건설에 전체 1132표(무효 5표) 중 725표를 몰아주며 무려 323표라는 압도적 차이로 402표에 그친 삼성물산에 패배를 안겼다.
GS건설은 3.3㎡당 공사비로 삼성물산보다 50만원 많은 469만원을 제시해 가격 경쟁력 면에서 다소 불리했지만, 입주민을 위한 다양한 특화설계와 디자인을 내세워 조합원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GS건설은 조합원이 제시한 가구 수인 1481가구보다 6가구 추가해 일반분양 수입을 늘려 조합원의 부담을 줄였고, 단지 내 주차 대수도 조합이 제안한 2076대보다 898대 늘린 2974대 규모로 조성한다.
또 조합 설계안보다 2배 넓은 커뮤니티 시설에 수영장, 골프 연습장, 스파, 피트니스, 게스트하우스 등을 배치한다. 여기에 녹지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10개동을 제안한 조합 안과 달리 1개 동을 줄이고 그 자리에 2만㎡ 규모의 그랑파크(GRAN park)중앙공원을 조성한다.
GS건설의 파격적인 제안에 답보 상태에 빠진 서초 우성1차 조합은 시공사 삼성물산 찬성파와 반대파 간 파열음을 냈다. 삼성물산을 고수하는 찬성파와 GS건설 수준의 혁신적인 제안이 없는 한 시공사 선정은 재검토 돼야 한다고 반대파가 맞서고 있다. 동시에 조합장 연임을 두고도 엇갈리고 있다. 앞서 무지개아파트재건축사업조합은 조합장 교체 후 기존안을 뒤집고 경쟁입찰을 통한 시공사 선정으로 돌아섰다. 이런 여파로 우성1차 입주민 사이에서 오는 6월4일 임기가 만료되는 현 조합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우성1차 아파트 단지 내에는 '조합장 연임 불가! 경쟁입찰로 재산 수호!!'라는 현수막이 걸려있기도 했다.
이 같은 현수막에 조합은 "조만간 조합원 소식지를 통해 해당 내용에 대한 조합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 같은 반발에 "이미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지금까지 시공사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다"며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문제가 되는 현 상황은 재건축 과정에서 있는 갈등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래미안의 장점에 무지개 사업자 선정 당시 GS가 제안한 장점까지 더해달라는 게 요구지만 문제는 가격이다"며 "회사는 적절한 가격에, 조합은 적당한 가격에 재건축이 진행되길 바라는 시각 차이에서 갈등이 빚어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현재 이주작업을 추진 중이며 시공비 분담 등을 결정할 주민총회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초 우성1차 재건축 사업은 용적률 299.99%에 지하 3층~지상 35층 12개동, 모두 1276가구로 재건축된다. 조합원과 일반분양 물량이 1108가구, 재건축 소형 임대주택이 168가구다. 전용면적별로는 59㎡형 297가구, 74㎡형 74가구, 83㎡형 116가구, 84㎡형 429가구, 114㎡형 276가구, 135㎡형 62가구, 178㎡형 22가구 등이 공급된다.
당초 서초 우성1차 재건축 사업은 오는 6월 착공해 2020년 6월 준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면서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될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단 공사 착공 이전 입주민들의 이주가 선행돼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빨라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삼성물산에 대한 조합원들의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래미안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인식이 그 출발점이다. 삼성물산 측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주택사업(래미안)의 매각설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입주민은 "삼성이라는 브랜드로 집값을 올려주는 래미안 매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래전에 시공사로 선정됐기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만일 시공사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는 걸로 드러나면 다시 선정해야 하지 않겠냐"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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