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진희 기자] ‘2전3기’ 끝에 인수합병(M&A)에 성공한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고가에 매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KB금융이 현대증권 매각 입찰에서 써낸 가격이 애초 시장 추정가를 크게 웃도는 1조2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증권 시가총액의 3배에 달하는 액수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달 31일 열린 현대증권 본입찰에서 1조2500억 원을 제시했다. 2014년 농협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의 가격 1조700억 원보다 더 높은 금액이다.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 필승을 위해 큰 금액을 적어냈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금액이 지나치게 고가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본입찰 당시 현대증권의 종가가 6870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KB금융이 제시한 인수금액이 시총의 3배가 넘는 금액이라는 점 때문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현대증권의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반영해 해당 지분 인수가격을 5000억~7000억 원대로 바라봤다. 당시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가격으로 7000억~7500억 원 사이를 써낸 것으로 전망했고, 80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제시한 후보가 현대증권을 품에 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시장의 전망과 달리 KB금융은 1조 원을 훌쩍 넘긴 가격을 제시한 것.
특히 2014년에 있었던 우리투자증권 인수전 당시와 금액을 비교하는 시각이 많다. 단순 비교지만 농협금융은 지난 2014년 우리투자증권의 지분 37.85%를 최종 인수하면서 1조700억 원을 지불했다. KB금융은 현대증권 지분 22.56%을 인수하면서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또 우선협상자로 농협이 결정된 2013년 말 당시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4670억 원으로, 대우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었다. 하지만 현재 현대증권은 업계 6위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이번 주부터 시작될 정밀실사 과정에서 현대증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한 우발 채무가 드러날 경우 최종 인수 가격이 다소 삭감될 여지는 남아 있다. KB금융은 현대증권과 본입찰에서 현대그룹 측이 제시한 ‘가격조정한도 1%안’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기업 인수합병 거래에서 가격조정한도는 3~5% 수준에서 설정되는 가운데 KB금융 측은 1% 내에서 조정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현대증권은 해외 부동산 PF 투자 등으로 약 2조7000억 원에 달하는 우발 채무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향후 KB금융의 재무적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KB금융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증권 지분에 대한 인수를 승인할 예정이다. 이어 KB금융은 이번주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확인 실사를 통한 가격 조정을 거쳐 올해 상반기 이전에 인수 절차를 모두 완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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