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진희 기자] 증시 불황 속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로 인해 CEO 임기가 단명으로 끝나는 시대가 지나고 증권업계에 10년 이상 대표직을 맡은 장수 CEO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조직 장악력까지 갖춘 CEO들이 최근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면서 증권업계에서도 장수 CEO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24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2015회계연도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유상호(56) 현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이로써 유 사장은 9연임을 확정지으며 최장수 CEO 타이틀을 또 한번 갈아치우게 됐다.
2007년 당시 47살의 나이로 증권가 최연소 CEO로 취임한 유 사장은 이번 임기를 채우면 재임기간이 무려 10년으로 증권업계에서는 최초로 10년 장수 CEO에 오른다. 대부분의 증권사 사장이 임기 3년을 겨우 채우고 자리를 떠나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유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을 지난 2011년 이후 해마다 순이익 1위에 올려놨다. 한국투자증권이 2014년 올린 순이익(연결기준)은 약 23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0% 넘게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순이익으로 2948억 원을 벌어들여 8년 만에 최대 성적을 냈다. 이는 유 사장이 조성한 브로커리지뿐 아니라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 등 고른 수익구조가 원천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특히 유 사장은 증권가 불황으로 대부분의 증권사가 구조조정에 나서며 직원 수 줄이기에 급급할 때도 단 한 번의 구조조정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깊은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준(59) 교보증권 사장은 유상호 사장에 이어 장수 CEO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1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4연임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지난 2008년부터 오는 2018년까지 교보증권 대표를 맡으며 임기를 딱 10년 채우게 된다.
김 사장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장수 CEO로 거듭났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789억 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이며 사상최대치 이익을 경신했다. 이는 상반기 증권업황 호조뿐만 아니라 프로젝트금융(PF)과 구조화금융(SF) 등 특히 기업금융(IB) 분야의 수익 성장이 큰 역할을 했다. 김 사장은 IB본부장을 지내는 등 IB부문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교보증권은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지난해 3~4분기에도 실적 호조가 이어졌다.
유진투자증권의 유창수(53) 부회장은 지난 18일 대표이사직에 재선임됐다. 유 부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유진투자증권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오는 2019년까지 유진투자증권을 이끌게 된다. 3년 동안의 임기를 마치고 나면 무려 12년 동안 CEO를 지내게 된다.
유 부회장은 2007년 5월부터 대표이사직을 맡아 오너십 경영을 이행하고 있어 보다 더 자신감 있게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2011년까지 부실 문제를 털어낸 이후 지난해 2000년대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경영성과를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5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4.6% 늘었다. 매출액은 5801억 원, 당기순이익은 493억 원으로 각각 38.1%, 704%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본점영업부문은 전년대비 두 배가 넘는 이익을 시현했고, 리테일 부문도 6년 만에 흑자구조로 전환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증권업계는 불황 속에서 CEO들의 임기가 단명에 그쳐왔지만, 올해 재선임에 성공하면서 10년 이상 장수 CEO 시대가 열렸다”면서 “이들은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과 동시에 특유의 강점을 살린 리더십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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