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미디어 기업 간 인수합병의 조건 세미나 개최
[더팩트│황원영 기자] KT가 17일 오전 한국방송학회 주관으로 열린 ‘미디어 기업 간 인수합병의 조건’ 세미나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KT경제경영연구소 김희수 부소장은 “SK텔레콤은 과거 신세기통신 합병 때와 유사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당시 이동통신 시장의 국제경쟁력 강화, 질적 경쟁 유발,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 등을 내세워 합병 당위성을 주장했지만 이후 과반수 가입자를 손쉽게 획득해 시장고착화와 초과이윤 독점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합병이 글로벌 M&A 트렌드라는 SK텔레콤의 주장에 대해서도 “국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합병 심사 지침은 경쟁제한적 M&A 허용의 예외 조건”이라며 “합병에 특유한 효율성 제고효과가 큰 경우와 피합병 법인이 회생 불가능한 경우만을 인정하며 산업이나 경제의 침체 상황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김 부소장은 미국 AT&T와 T-Mobile 등 사례를 고려하면 해외에서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이 불허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실제 이동전화 사업자간 수평결합인 경우 점유율이 15% 내외에 불과한 미국 스프린트(Sprint)와 T-Mobile의 합병이 불허된 바 있다.
그는 “해외에서는 방송통신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사업자끼리 M&A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최근 뉴욕타임즈와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즈 등 해외 유수 언론 기관을 예로 들고 과도한 시장집중화를 초래하는 M&A의 심사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제시한 2013년 이후 미국, 스페인, 독일, 포루투갈에서 진행된 M&A사례 6개에 대해서도 “자기망을 갖고 IPTV를 제공하던 통신사업자와 케이블TV사업자 합병 사례는 없고, 모두 위성과의 M&A”라고 말했다.
방송산업 발전을 위해 M&A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KT에 따르면 국내 케이블 TV가 부실화된 이유는 1차적으로 지역 면허로 출발한 정책, 2차적으로는 SK텔레콤의 이동 다회선 결합시 방송을 덤으로 주는 결합판매 정책에 기인했다.
따라서 합병은 SK텔레콤이 주도하는 결합경쟁 확대로 방송상품 저가경쟁을 더욱 부추길 것이므로 케이블 활성화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KT는 “합병을 불허하고 케이블 TV활성화 정책 추진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해외에서도 합병주체들은 M&A를 통한 투자확대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규제기관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실제 유럽 통신사들이 사업자 수가 많아 투자 수익 확보가 어렵다며 M&A를 통한 대형화에 관대한 기준 적용을 요구했으나 EU 경쟁당국 수장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KT는 “SK텔레콤은 합병법인이 매년 1조씩, 5년 동안 5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기존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유선설비 및 콘텐츠 등 기존 투자액을 단순 합산한 것과 같아 합병으로 인한 투자 확대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연평균 유선설비 투자는 8593억 원, CJ헬로비전의 콘텐츠 투자액은 1577억 원으로 둘을 더하면 약 1조 원이 된다.
또한 김 부소장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이 필요하다는 SK텔레콤의 주장에 “사업자로서는 시장을 방어하고 싶겠지만 경쟁과 이용자 측면에서는 넷플릭스(Netflix) 등 외국 기업의 국내 시장 진입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으며 통합이 아니라 다수 사업자간 치열한 경쟁이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 유료방송의 저렴한 요금과 한류 콘텐츠 우위를 고려하면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시장 잠식 위협은 상당히 과장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부소장은 “충분한 검토 없는 M&A 승인은 통합방송법 취지를 훼손한다”며 “미래 방송시장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M&A 사안을 조급히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방송의 공익성은 경쟁관계를 떠나 사회적으로도 파급력이 큰 만큼 이점을 충분히 감안한 규제 당국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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