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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취재기]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재개관', 역사와 현대의 만남

  • 경제 | 2015-12-16 10:22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이 약 3개월 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15일 재개관했다. /서민지 기자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이 약 3개월 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15일 재개관했다. /서민지 기자

디지털화되고 있는 화폐박물관

[더팩트ㅣ남대문로=서민지Ⅱ 기자]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네."

화폐박물관을 관람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그동안 '화폐'는 경제와 연결돼 어렵고 딱딱한 것으로 생각됐지만, 화폐박물관에 직접 방문해보니 그간의 편견이 깨졌다. 화폐박물관에는 화폐의 역사뿐만 아니라 '위조지폐 감별법', '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실생활과 연관된 이야기가 다채롭게 담겨 있었다. 특히 곳곳에 비치된 기기들이 이해를 도왔다.

15일 낮 12시께 재개관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을 찾았다. 한국은행은 올해 9월부터 보수공사를 실시, 지난 14일 보수공사를 마치고 이날 재개관했다.

재개관 소식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화폐박물관 안을 채우고 있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한창 일을 하고 있을 시간인 만큼 청소년들이 많았고, 곳곳에 아이의 손을 잡고 방문한 엄마들도 눈에 띄었다.

화폐박물관이 재개관하면서 새롭게 키오스크 기기를 설치해 박물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화폐박물관이 재개관하면서 새롭게 키오스크 기기를 설치해 박물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 재개관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요?" 안내 직원에게 질문하자 "전반적으로 보수공사가 이뤄졌고, 키오스크가 들어온 게 가장 특징이에요"라고 답했다.

재개관된 화폐박물관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내·외부 관람 환경이 조성되고, 전시물품 등이 확대됐다. 특히 안내 직원의 설명처럼 IT 기술을 적용한 키오스크가 시범 운영돼 박물관 정보를 한눈에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키오스크는 터치스크린과 사운드, 그래픽, 통신카드 등 첨단 멀티미디어 기기를 활용해 음성서비스, 동영상 구현 등 이용자에게 효율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이다.

한국은행은 재개관을 홍보할 때부터 IT 시설을 갖춘 키오스크 기기를 강조했다. 최근 금융권에 불고 있는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핀테크' 바람이 화폐박물관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박물관 1층 입구 쪽에 위치한 키오스크 기기에 다가갔다. 키오스크 기기에는 '우리 화폐 20선'이라는 주제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화폐가 보기 좋게 나열돼 있었다. 건원중보, 소은병, 상평통보, 대동은전부터 그동안의 지폐 및 주화까지 역사별로 정리됐다.

가장 많이 들어본 '상평통보'를 눌렀더니 큰 사진과 함께 간단한 설명이 나왔다. '확대 보기'를 누르니 더 큰 사진으로 자세하게 볼 수 있었고, '전시위치 확인하기'를 누르니 박물관 내 상평통보가 전시된 위치가 나와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팸플릿으로 정보를 찾을 때와 달리 번거로움은 줄고 원하는 정보는 그대로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키오스크가 아직 시범운영 단계인 만큼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아 아쉽기도 했다. 키오스크로 이용할 수 있는 정보를 확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면 관람객들의 이용 편의가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화폐박물관에는 화폐의 역사뿐만 아니라 위조지폐 감별법 등 실생활과 연관된 주제도 담겨 있다.
화폐박물관에는 화폐의 역사뿐만 아니라 위조지폐 감별법 등 실생활과 연관된 주제도 담겨 있다.

키오스크 이용을 마친 뒤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층 내부에 들어서니 화폐의 역사부터 통화정책 등 경제 전반에 대한 설명, 상평통보 갤러리 등이 마련돼 있었다. '돈과 나라 경제'라는 구역에 가니 다양한 체험 활동이 마련돼 있었다.

이중 위조지폐 감별법이 호기심을 끌었다. 우리나라 은행권 곳곳에 생각보다 많은 위조 방지장치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폐 속에는 숨은그림부터 돌출은화, 숨은은선, 홀로그램, 앞뒷면맞춤, 요판잠삼, 색변환잉크, 입체형 부분노출은선 등 조그마한 지폐 속에 상당히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다. 지폐를 빛에 비쳐 보면 상단 글씨 왼쪽에 있는 원 속의 무늬 앞·뒷면의 이미지가 합쳐져 태극무늬가 완성됐다. 처음 알게 된 사실에 신기한 마음이 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것저것 비교해봤다.

이처럼 화폐박물관 곳곳에 기기가 비치돼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었다. 옆으로 자리를 옮기니 기준금리에 따라 통화신용정책 파급경로를 볼 수 있는 기기도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화폐박물관 곳곳에 기기가 비치돼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화폐박물관 곳곳에 기기가 비치돼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버튼을 누르니 단기시장 금리부터 장기시장 금리, 은행 예금 및 대출금리 상황과 이로 인한 기업투자와 가계소비 등의 변화가 순서에 따라 화려한 불빛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설명보다 상승·하락으로 흐름을 보여주니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화폐가치 계산하기', '경제게임' 등 경제에 관한 지식도 몇 번의 클릭과 게임 형식으로 알 수 있었다. 요즘 청소년들이 디지털화에 익숙해져 있는 만큼 기기를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상당히 효과적으로 작용될 것 같다.

화폐박물관을 방문하고 나니 새삼 '기술의 발전'을 느끼게 됐다. 박물관은 단순히 역사적인 전시품과 글로 내용을 소개하는 곳을 벗어나 모니터를 통해 영상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실제로 관람객들 대부분은 일반 전시품보다 기기에 다가가 정보를 확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박물관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시물보다는 기기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손때가 묻은 예전 자료집이나 동전과 지폐를 눈으로 직접 보기보다 이를 찍은 사진을 모니터로 확인하는 것은 박물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가능한 일이 아닌가.

박물관이 기기를 늘려가는 것은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관람객들이 편식하지 않고 모든 전시품을 구경하고, 전시품이 모두 각자의 역사와 매력을 내기 위해 기기와 전시품 간의 조화가 잘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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