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2차 누출사고 사실 몰랐다. 왜 공지 안 했나?"
[더팩트 |군산=권오철 기자] OCI(사장 이우현) 군산공장 화학가스 누출사고에 대한 영향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주민설명회가 4일 군산시청에서 개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CI 군산공장 화학가스 사고의 여파는 사그라들지 않을 모양새다. OCI 및 행정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과 분노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기저기서 고성이 터져나왔으며 주민과 도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당국의 속 시원한 대답은 좀처럼 들을 수 없었다.
특히 이날 주민발표회에서는 OCI의 1차 누출사고 조사발표 내용보다 2차 누출사고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타올랐다. 그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의 주민들은 2차 누출사고 자체를 모르고 있었으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환경부는 2차 누출사고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지만 OCI 측은 2차 누출은 단순 수증기 누출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2차 누출사고에 대한 규명에 난항이 예상된다.
<더팩트>가 입수한 ([단독] OCI 공장 '염화수소가스' 2차 누출 가능성, 회사보고서도 적시) OCI측 내부문건에 따르면 2차 누출시 염화수소가스가 수증기와 함께 비산됐을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4일 군산시청에서 열린 OCI 군산공장 화학가스 누출사고 영향조사결과 주민설명회에서 피해주민 A씨는 "저는 7월 15일 OCI 2차 누출 때도 피해를 입었다"면서 "피해 직후 환경부, 새만금지방환경청, 익산방재센터, 군산시청 등에 신고했지만 신고접수조차 되지 않았고 피해사실에 대해 민원을 넣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상가 피해주민들에 대한 조사를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수차례 민원에도 불구 피해주민 10여 명에 대한 환경부 건강조사 없었다"
신석효 환경부 화학안전과 사무관은 "민원인(A씨)께서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제기하셔서 화학안전과는 전문가와 1차 현장 조사를 했습니다. 조사한 결과 화학사고로 단정지을 만한 근거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민원인께서 2차적으로 증거(OCI 내부문서·관련기사 참조)를 제시하셔서 그것에 대해 재조사 중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현장조사를 하셨다고 하는데 상가 피해자 12명에 대해 현장조사를 나왔습니까? 저희가 환경부 감사실에 피해자가 10명이 넘는다며 수차례 조사를 나와달라고 했잖아요. 피해자 누구를 조사했습니까? 며칠 전에 신석효 사무관님 저와 통화하셨잖아요. 감사실에서 보고 받은 게 없어서 조사를 안 했다고 둘러대셨잖아요. 왜 현장조사를 했다고 거짓말하세요?"라고 반문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A씨의 민원에 대해 지난 8월 26일 OCI에 대한 9시간에 걸친 현장조사를 진행했으며 그날 저녁 민원을 넣은 A씨를 만났다. 하지만 A씨는 지난 7월 15일 사고가 일어난 후 현재까지 10명이 넘는 피해주민들에 대한 건강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 간의 공방이 이어지자 조병옥 새만금지방환경청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확인해 보니까 현장조사를 했다는 것은 사고 현장에 갔다는 얘기 같고요. 건강검사를 위해서 민원인을 만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OCI 측과 상의해서 건강조사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고 말하며 정리했다.
◆ 2차 누출사고 재조사, 화학사고 판명되나
신 사무관과 조 청장의 말에 따르면 환경부는 OCI 내부문서 및 피해주민 건강상태를 근거로 OCI 2차 누출사고에 대해 재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명노일 새만금지방환경청 화학안전관리단장은 취재진에게 "(2차 누출사고에 대한) 민원이 제기돼 환경부가 사실관계 확인 중이다"면서 "조사결과에 따라 화학사고로 판명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OCI 군산공장 부공장장은 취재진에게 "7월 15일 건은 우리 기준에서 수증기 사고다"면서 "만약 환경부에서 화학사고로 판단할 경우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염화수소가 포함되었을 높은 가능성을 시사한 OCI 내부문서와 병원 진단서에 드러난 피해주민의 건강상태에도 불구하고 재조사에서 2차 누출사고가 화학사고로 결론이 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됐다.
조용성 화학물질안전원 연구관은 "현장조사에서 화학가스가 검출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스누출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화학사고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면서 피해자의 진단서 및 OCI 내부문서에 대해 "화학사고 여부를 증명하는 직접적인 근거로는 불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OCI가 스스로 화학가스 누출 정보를 밝히기 전에는 화학사고 여부를 증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 1차 누출 때도 OCI 측 "수증기" 주장 드러나
지난 6월 22일 1차 누출사고 때도 마찬가지였다. 환경부 조사 자료에 따르면 1차 누출사고 직후 OCI 측은 사고 신고를 하지 않았을 뿐더러 주민 신고로 출동한 소방대에도 누출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수증기 누출'로 보고했다. 익산합동방재센터가 주변 5개 지점에서 가스 측정을 한 결과 모두 '불검출'로 나왔다. 조사 당국으로서는 과학적으로 화학사고를 밝힐 근거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화학사고를 증명할 물증이 없었던 것.
벼가 검게 타 있고 주민들이 증상을 호소하자 그제야 OCI 측은 당국에 가스누출에 대한 정보를 밝혔다. 조 연구관은 "당시에도 OCI가 끝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으면 화학사고인지 밝힐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벼가 타거나 주민에게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화학가스 외에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조 연구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화학사고 여부는 OCI가 화학가스 누출을 스스로 자백하거나 환경부 등 조사당국이 화학가스 누출을 직접 측정할 때 판단할 수 있다. 환경부 등 조사 당국의 측정은 그 자체가 무의미하다. 조사 당국과 OCI 군산공장은 차로 50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당국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화학가스가 공중으로 휘발된 뒤다. 화학가스가 누출되더라도 당국의 조사 결과는 언제나 '불검출'로 나오게 되는 구조다.
◆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
그 결과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화학사고가 발생해도 화학사고를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는 조사 당국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사 당국의 '구멍'으로 OCI 군산공장 주변의 주민들은 화학사고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박재만 전북도의원은 "OCI 화학사고 발생, 환경부 가스조사 불검출, 피해자가 발생해도 수증기누출로 처리 등의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새만금지방환경청을 군산에 설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차 누출사고 이후 OCI 군산공장의 공장장 등 직원들이 피해자 A씨에게 수차례 찾아와 누출된 가스에 "염산을 취급하는 설비였다" "수증기에 염산을 섞였다" "(1차 누출 때와) 비슷한 물질이다"라고 설명했으며, 왜 최초에 수증기라고 설명했냐는 질문에는 "총무팀이 잘 몰라서 (수증기라고) 잘못 설명한 것이다"라고 하는가 하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회유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같은 OCI 측의 녹취록이 모두 확보된 상태다. 현재 OCI 측은 이 같은 발언들을 뒤로한 채 단순 수증기 누출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OCI는 1차 화학가스 누출사고에 대해 새만금지방환경청으로부터 즉시신고 의무 미이행으로 고발 조치, 사업장 밖 1억 원 이상 규모의 피해 발생으로 영업정지 1일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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