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박대웅 기자] '면세점 전쟁'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시내면세점 경쟁에 뛰어든 롯데, 신세계, SK, 두산은 한목소리로 '상생'과 '사회공헌'을 외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각각 100억 원의 사재를, 신세계와 SK는 5년 간 각각 2700억 원과 2400억 원을 상생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롯데와 두산 모두 '상생 2020'과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등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한다. 불과 몇 해 전, '골목상권 침해', '단가 후려치기', '갑의 횡포' 등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경계하던 목소리가 연일 방송과 신문지상을 도배하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라는 말도 과하지 않다.
시내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국내 유통기업들이 경기 침체와 매출부진에 시달리는 반면 시내면세점은 매년 수천억원씩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면세 사업은 속된 말로 현금 장사다. 여기에 국외 진출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면세점을 통해 꾸준히 증가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브랜드를 체험하게 하고, 이후 국외 진출 과정에서 사업 정착에 주요한 마케팅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돈도 되고 브랜드도 알릴 수 있는 이석이조의 사업이 바로 면세점이다. 이런 이유로 기존 면세 사업권자인 롯데와 신세계, SK네트웍스를 비롯해 새롭게 면세점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두산까지 연일 강공과 언론전을 펼치며 '올인'에 가까운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먼저 2개의 특허(소공점과 월드타워점) 수성에 나선 롯데는 지난 35년간 면세사업권자로 쌓아온 노하우와 세계 유수의 면세점과 경쟁하기 위한 경쟁력을 강조했다. 롯데면세점은 세계 최초로 세계 3대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켰고, 한류스타를 면세점 모델로 활용하는가 하면, 인터넷 면세점과 통합물류센터를 업계 최초로 갖춰 변화에 적응했다. 경쟁력과 노하우에서 경쟁 업체보다 앞선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상생 역시 주요 전략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2일 인천 중구 운서동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사회공헌 혁신 5개년 계획인 '상생 2020'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5년간 15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상생 2020은 ▲중소·중견 기업과의 상생 ▲취약 계층 자립 지원 ▲관광 인프라 개선 ▲일자리 확대 등 네 가지 핵심 추진 과제를 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두산과 신세계의 면세점 사업 발표회가 있던 26일 '알짜' 스타트업(초기벤처기업)을 육성하는 투자법인 '롯데 엑셀러레이터'(가칭)를 설립하고 사재 100억 원을 포함한 모두 100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초기자본금 300억 원 중 신동빈 회장이 사재 100억원을 출연하고 주요 계열사를 통해 200억 원을 조성한다. 이후 외부 투자유치 등을 통해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다만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두 아들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은 걸림돌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송전 등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진흙탕 싸움에 여론이 싸늘한 반응을 보내고 있는 만큼 정부 역시 롯데를 면세 사업권자로 선정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세계 또한 롯데 못지 않게 유통업계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남대문 지역 개발과 CJ E&M과 제휴를 통한 관광 상품 개발 등 역시 주목 받고 있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은 2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시내면세점 사업계획 발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신세계 명동 본점 신관 맞은편 메사빌딩 3~7층과 10~11층 등에 연면적 3만3400㎡(약 1만100평) 규모의 시내 면세점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신세계는 앞으로 5년간 530억 원을 투자해 남대문 일대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남대문 시장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산타 카테리나'나 터키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 같은 세계적인 전통시장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신세계는 또 그동안 추진해온 '국산의 힘'(국산 제품 부흥) 프로젝트를 강화해 메사빌딩 내 7개층 1만200㎡(3080평)을 '국산의 힘 센터'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하고, 한류상품의 판로 확대를 도모해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본점 신관에 입주할 면세점 중 2개층(11~12층)은 중소기업 제품 전용층으로 꾸밀 예정이다. 성영목 사장은 "신세계면세점이 들어설 경우 5년간 10조원의 매출과 7조5000억원의 경제적 부가가치, 14만명의 고용창출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기존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중복 투자 논란에 휩싸인 점과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교통 혼잡 및 주차장 부지 문제에 대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워커힐 면세점 수성과 새롭게 동대문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SK네트웍스 역시 23년 간 이어온 면세사업 노하우가 강점이다. SK네트웍스는 27일 서울 중구 명동 SK네트웍스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경험을 강조하며 시내면세점 유치를 위한 계획을 밝혔다. 문종훈 대표는 "기존 워커힐 면세점 및 신규 동대문 면세점이 특허를 유치할 경우 2020년 워커힐과 동부권, 동대문을 잇는 '이스트 서울/이스트 코리아'(East Seoul/East Korea) 관광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종훈 대표는 "이를 통해 2020년 누적 매출 8조 7000억 원, 경제유발효과 7조 원, 고용창출효과 6만 7000명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8200억 원의 투자비 중 면세점 구축과 운영 자금을 제외한 2400억 원을 상생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쓰겠다"고 덧붙였다.
걸림돌은 동대문 면세사업장으로 거론된 동대문 케레스타 빌딩이 임대건물로 소유권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다는 점과 두산이 동대문의 '터줏대감'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문종훈 대표는 소유권 문제에 대해 "7월 해당 건물에 대해 30년 간 임대 계약을 맺었다"며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고 우려를 불식 시키기 위해 애썼다.
처음으로 면세 사업에 도전하는 두산은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26일 서울 중구 두산타워에서 열린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출범식에 참석해 재단 초기 재원으로 사재 100억 원과 두산그룹 100억 원 등 모두 200억 원을 출연해 동대문 상권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두산은 면세점 영업이익의 최소 10%를 사회 환원을 공약했다. 두산이 전망하는 영업이익은 앞으로 5년간 5000억 원으로 5년간 최소 5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두산 창업주 고 박승직 회장 때부터 동대문 일대에 자리잡은 만큼 상생과 지역발전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두산엔진 등 주력계열사가 올 상반기 손실을 기록하며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두산이 면세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편 관세청은 특별심사위원회를 다음 달 초 입찰 업체의 프레젠테이션을 심사한다. 최종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자는 올 연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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