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할 기업인은?
2015년 국정감사가 추석연휴를 피해 다음 달 10~23일, 10월1~8일에 진행키로 결정됐다. 일정이 발표되자 세간의 관심은 거물급 재벌 총수들의 소환여부에 쏠리고 있다. 경제가 그만큼 국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데다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어서 잘잘못을 짚어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문제있는' 재벌 총수들을 국감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당인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이번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있는 재벌총수는 국감장에 서게 될 것"이라며 "문제가 있는 기업은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상대적으로 기업 친화적인 여당 원내대표부터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올해 국감은 '재벌 총수'들에게 한층 껄끄러울 것으로 관측된다.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 가장 유력한 재벌 총수로는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손꼽힌다. 롯데가의 이른바 '형제의 난'은 올해 국감의 최대 핫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돤 투명성, 오너 경영인 및 그룹 문화의 정체성 등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킨 사건이 적지 않은 만큼 신동빈 회장의 국감 증인채택은 불가피하다는 게 국회 안팎의 전망이다. 물론 증인 채택과 증인출석은 또 다른 사안이지만 롯데의 경우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 문제 등도 쉽게 간과할수 없어 신동빈 회장의 증인 출석에 대한 압박은 어느 해보다 강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 외에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삼성서울병원의 지휘라인 경영인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등도 그동안 자주 뉴스의 인물로 오르내려 국감 증인 채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전방위 압박 받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재계 일각에선 신동빈 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이 롯데의 대홍기획과 롯데리아의 세무조사를 한 만큼 여야 정치권에서도 국감 때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 구조는 물론이고 순환출자 및 베일에 싸인 롯데의 핵심 지주사 L투자회사 등에 대한 문제를 추궁할 계획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7월 한일 양국 롯데그룹의 '원 리더' 자리를 두고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한치 양보없는 경영권 분쟁을 했다. 이로 인해 롯데그룹 내의 폐쇄적인 지배 구조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으며 지분 구조에 대한 의혹까지 증폭됐다. '롯데는 일본기업이다'라는 때아닌 국적 논란으로 국민적 반감도 함께 고조됐다.
재계에서 '로비의 롯데'로 평가받을 만큼 대외 네트워크가 강한 롯데그룹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회장님'의 국감 출석을 막을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26일자 전 신문에 '롯데가 새로운 각오로 거듭나겠습니다'한 광고를 게재하며 물량공세를 펴고 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이미 경영권 분쟁이 일본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으며 앞서 지난 11일 신 회장이 대국민 사과 성명에서도 호텔롯데 상장과 416개 순환출자 고리 80% 연내 해소라는 지배구조 개혁 구상을 밝혔기 때문에 신 회장이 증인으로 꼭 채택될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롯데 '형제의 난'이 단순한 경영권 다툼을 넘어 그룹의 정체성을 놓고 국민적 관심과 반감이 증폭된 상황이고 '제2롯데월드'건립이슈등과 맞물리면서 신 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럴 경우, 신동빈 회장의 어눌한 한국어 실력도 재차 논란의 일단을 제공할 소지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서툰 한국어 실력이 도마 위에 올라 뭇매를 맞은 만큼 국감장에서 벌어질 의원들의 추궁에 신동빈 회장의 어눌한 한국어 구사가 재연된다면 엉뚱한 후폭풍이 일면서 롯데 및 신동빈 회장 이미지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주위의 우려 목소리도 높다.
또 올해 연말에 진행될 면세점 사업 재승인건도 뜨거운 감자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말로 허가가 끝나는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에 대한 재허가를 백지상태에서 검토키로 했다. 이에 따라 각각 연매출 2조 원과 4800조 원 규모의 면세점에 대한 재허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외에 롯데쇼핑의 갑질 횡포와 골목 상권 침해 등 롯데그룹 전반에 깔렸던 논란거리들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 가능성도 롯데가 염려하는 부분으로 꼽힌다.
정계 안팎에서의 전방위 압박이 거세지자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혁 구상을 더욱 구체화해 다음 달 초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가 궁금해할 사안을 미리 발표해 국감 출석 필요성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신동빈 회장의 국감증인 채택 및 출석여부가 올해 재계 국감의 최대 주목거리다.
◆ '땅콩회항' 조현아·'청와대 유착' 박용성·'포스코' 권오준·'메르스' 삼성서울병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은 국토교통위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조 전 부사장과 그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소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 삼성서울병원 책임자의 증인 출석 가능성도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본다.
메르스 2차 확산의 근원지로 지목된 삼성서울병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공익재단이 지배하는 곳으로 메르스 발발 이후 병원 폐쇄 등에 대해 미적거리는 태도를 보여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메르스 사태에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대국민 사과가 있었던 만큼 국감 출석엔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들이 채택될 공산이 크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은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중앙대학교에 각종 특혜를 주는 대신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 사건으로 청와대와 재벌 일가의 소유 대학이 유착 의혹이 제기됐던 터라 박용성 전 회장에 대한 의혹 규명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5개월째 수사를 받고 있는 포스코 최고 경영진과 방산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 경영진도 국감 증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 '잠수함 비리'로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재벌 총수 및 주요 그룹 최고 경영인들의 국감 증인 채택작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재벌 총수 증인 채택 무용론도 나온다. 여야가 합의로 기업인을 소환한다 하더라도 이들의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10월 국감 당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신동빈 회장등 몇몇 재벌 총수들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대부분 '이런 저런'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더팩트| 김아름 기자 beautifu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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