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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허창수 전경련 회장, GS그룹 경영은 '이율배반'

  • 경제 | 2015-08-25 12:03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GS그룹의 일감몰아주기, 미성년자 '편법 증여' 논란 등과 관련한 문제 제기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 더팩트 DB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GS그룹의 일감몰아주기, 미성년자 '편법 증여' 논란 등과 관련한 문제 제기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 더팩트 DB

"우수한 벤처기업을 폭넓게 지원해 청년들을 위한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

지난달 24일 박근혜 대통령과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전담지원 대기업 총수 17명이 한자리에 모인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에서 기업인 대표로서 마이크를 잡은 허창수 GS그룹 회장 겸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은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한 포부를 밝혔다.

국내 10대 그룹 대기업 총수이자 재계 맏형 격인 경제단체 전경련의 수장으로서 정부가 국가 경제 성장드라이브로 꼽은 고용 확대안에 대해 힘을 싣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의문부호를 붙일 이유는 없겠지만, GS그룹의 경영 실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이 조금은 달라진다.

지난 23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0대 그룹 계열사 중 전년과 비교 가능한 253곳의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GS그룹의 지난해 채용 규모(정규직 -74명, 계약직 -186명)는 전년 대비 뒷걸음질 쳤다. '청년 고용 창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경제단체장이 수장으로 있는 그룹의 채용 성적표라고 하기엔 다소 아쉬운 결과다.

GS그룹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내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식 경영 행태' 역시 경제단체장에 대한 신뢰 회복에 제동을 건다. 지난 2월 공정거래법 개정 시행으로 GS그룹 내 내부거래 규제 심사 대상에 포함된 계열사는 ㈜GS, GS네오텍, 옥산유통, GS ITM 등 수는 무려 18개로 주요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다.

특히,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대표의 장남인 허서홍 씨(22.7%),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아들 허선홍 씨(12.7%),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상무(8.4%),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아들 허준홍(7.1%) 등 '허 씨 일가' 4세들이 전체 지분의 49.1%를 보유한 GS ITM의 경우 수년째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GS칼텍스와 GS리테일, GS홈쇼핑, GS텔레서비스, GS건설 등 그룹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이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GS그룹 측은 계열사 업무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내부거래를 줄이기 위해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3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GS ITM의 특수관계자 대상 거래 규모는 전년 1301억 2631만 원에서 지난해 1198억 9282만 원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에서 특수관계자가 차지하는 매출규모는 전체의 47.6%로 절반에 달한다. 특히, GS홈쇼핑과 ㈜GS, GS건설 등 주력 계열사를 통한 내부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오히려 더 늘었다.

어디 그뿐인가. 미성년자 '주식 갑부' 순위에서도 GS그룹은 늘 상위권에 총수 일가 어린 자녀들의 이름을 명단에 올려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허창수 회장과 사촌 간인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의 차남의 경우 11세의 나이에 무려 166억2000만 원의 주식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대규모기업집단 기준을 늘려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 시행의 필요성을 직간접적으로 강조해 온 허 회장이 정작 자신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기업에 대한 문제 제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기업 지배구조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세간의 비판이 이어지자, 고개 숙여 사과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GS그룹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대해서 지금까지 허창수 회장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명확한 해명 또는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을 내세워 전경련 수장으로서 허 회장이 그간 내뱉은 모든 발언을 '허언'으로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에 '금수저' 물리기까지 GS그룹의 이 같은 경영 행태는 결국 최근 롯데 사태로 불거진 반재벌·대기업 정서에 불을 지피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의든 타의든 국내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의 회장에 올랐다면 책임 있는 말과 행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건전한 기업문화를 만들고 경기 부양에 앞장서겠다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그간 발언이 GS그룹의 건전한 경영문화 정립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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