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 "반일감정, 민족주의, 국수주의 타파없인 한국 진출 및 투자 어려워"
일본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창업일가가 분쟁을 벌이고 있는 문제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데 대해 일본 진보 및 보수 언론들이 각각 다른 관점에서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진보 및 중도보수 매체들은 롯데그룹이 롯데호텔을 상장해 투명성 강화에 나섰다는 사실 전달에 집중한 반면, 산케이 신문 등 대표 보수 언론은 롯데가 '일본색 지우기'에 나섰다며 한국의 반일 감정을 집중조명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11일 신동빈 회장이 가족간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해 사죄하고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자본구조 개혁에 나섰다고 일제히 전했다.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의 최대주주격인 롯데호텔을 상장하고, 그룹 계열사가 순서대로 출자해, 창업가가 적은 주식(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순환출자' 구조를 중장기적으로 해소하겠다고 밝힌 점이 공통적으로 강조됐다.
중도보수매체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진보매체 아사히신문은 각각 '한국 롯데, 호텔 상장한다', '롯데호텔 상장된다…한국 측 중핵( 中核 지주회사 지배구조 핵심), 투명성 비판 휩싸여' 등의 제목을 달았다.
신동빈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회장의 대립을 계기로 경영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한국 롯데그룹이 일본 롯데 산하에 놓여 있는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높아진 사실을 설명했다.
이들은 "롯데 형제싸움을 계기로 재벌들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본어로 대답한 것이 한국 사람들의 반일감정을 자극해 '롯데는 일본기업인가'라는 논란까지 불렀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신동빈 회장은 "롯데는 우리나라(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하고 한국 롯데호텔을 지배하는 일본롯데홀딩스 등의 출자비율을 줄이고 가까운 시일 내 상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며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해석했다.
반면 보수언론 산케이뉴스는 11일 '차남, 한국 국민에 사과…'일본색' 지우는 개혁안으로 반일감정 진정에 기를 쓰다'라는 제목을 달고 신동빈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 발표로 한국내 높아진 반일감정을 잠재우기 위해 애를 썼다고 평가했다.
산케이뉴스는 "오너 일가의 '일본색'이 불만을 불러 일부에선 롯데상품의 불매운동도 일고 있다"며 이러한 비판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 신동빈 회장이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하고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얻은 수익을 한국에 투자하기 위해 한국 롯데그룹을 설립"한 사실을 힘주어 말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비즈 역시 11일 '롯데 비판은 재일동포 괴롭하기, 한국에 공헌한 기업도 반일 표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룹 매출의 95%를 차지하는 한국 롯데를 일본법인이 지배하는 자본구조와 창업일가의 '일본색'이 도마에 올라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반일' 의식을 불러일으켰다"고 평했다.
산케이비즈는 국내 언론 보도를 인용하기도 했다. 산케이비즈는 "롯데 제과 과자를 먹고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보고 동양 최대 테마파크인 롯데월드에서 휴일을 보내고 롯데백화점과 마트에서 쇼핑을 한 적이 없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조선일보 4일자 칼럼)", "직원 20만명의 생존이 걸려 있는 국내 재계 5위 기업의 운명이 동네 잡화점보다 볼썽사나운 봉건적 가족경영에 의해 좌우되는 치부를 드러냈다(중앙일보 4일자 칼럼)"을 들어 다른 대기업들보다 친밀한 관계를 쌓아온 롯데그룹의 이번 소동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배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 전 부회장에 대해 "한국에 인맥도 활동거점도 없어 사실상 일본인(조선일보 7월 31일자 칼럼)"이라고 지적한 것과, 신동빈 회장이 30대까지 일본국적을 보유하면서 병역 의무를 회피한 점, 아내가 일본 재벌가문의 자녀인 점, 아들이 일본국적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인 여성과 결혼한 점 등을 들어 "'일본색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내 언론들이 "(국민들의) 의심을 푸는 길은 한국과 일본 롯데를 분리하는 것", "정신도 한국에 두어야 한다"고 질책한 점에 대해서는 "국적으로 기업을 선별하려는 차별"이라며 "이렇게까지 한국경제에 공헌해 온 기업도 문제가 생기자마자 '반일' 표적이 된다면, 다른 일본기업들도 안심하고 한국에 투자 및 진출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소동은 재벌이 안고 있는 문제와 별개로 한국경제에 민족주의와 국수주의가 얼마나 뿌리깊에 스며들어 있는지 또렷히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재일동포 괴롭히기가 아니라 동지에게 칼을 꽂는 행위 아닌가", "이게 그 나라 문화인 것을. 어쩔 수 없다", "엄청난 쇄국 정책이네", "민족주의 문제보다 롯데그룹 내부 폐쇄적인 자본구조에 칼을 대야한다. 실제 이익구조도 파악할 수 없는 시스템이 제일 큰 문제. 한일 세무당국이 협력해서 대대적인 사찰을 실시하면 뭔가 나오겠지", "국적으로 사람과 기업을 판단하는 나라", "한국의 배타성을 상징하는 사건. 이런 나라에 투자하는 사람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등의 의견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역시 한일 롯데는 분리돼야한다. 한국에서는 일본기업이라 비난받고, 일본에서는 한국기업이라고 욕 먹는다. 이대로라면 일본에서 성실하게 과자를 만들고 있는 종업원들과 치바롯데마린즈 선수들이 불쌍하다", "잘 대처했으면 한일 양국에 다리가 될 수도 있었는데 이젠 힘들겠다" 등의 시각도 있었다.
이번 롯데가(家) 분쟁은 오는 17일에 열릴 일본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에서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임시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 측이 제시한 대표이사 해임 안건은 다뤄지지 않을 예정이며 안건 상장 접수는 이미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 선임 등 경영 투명성을 향상시키는 안건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일본롯데홀딩스는 신동빈 회장이 한국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11일, 창업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달 28일 경영권 분쟁으로 대표권을 잃게되면서 총괄회장직에서 내려와 명예회장직에 올랐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일본롯데홀딩스는 대표이사 회장이었던 신 총괄회장이 지난달 28일부로 대표권을 상실했다고 밝히고, 명예회장 취임은 임시주주총회 후에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더팩트 | 김민수 기자 hispiri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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