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은 왜 세습 경영에 집착하는 것인가."
10일 일본 중도보수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롯데가(家) 일족을 예로 들어 한국재벌의 세습 경영에 대한 국내외 싸늘한 시선에 대해 전했다.
신문은 국내 한 대기업 임원의 말을 빌려 "한국에서는 오너 경영자가 아니면 신뢰받기 힘들다"며 "리더의 신속하고 대담한 의사결정과 책임감 등이 한국을 최빈국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낼 수 있게 한 강력한 원동력이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소득격차가 점차 확대되면서 재벌과 창업일가에 부가 집중되는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법을 준수하는 준법정신과 펀드 등 투자가들의 감시도 엄격해지고 있는 가운데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재벌은 롯데 뿐만은 아니다.
롯데그룹의 형제싸움이 표면화된 것을 계기로 한국재벌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축으로서의 긍정적인 역할은 사라지고 세습 경영으로 인해 기업가치를 저하시키는 부정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주주와 사원, 거래처 등 이해관계자들을 내버려두고 창업가 일족으로만 이뤄지는 경영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재벌들의 승계 분쟁이 한국에서 특히 빈번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형태로 드러났다며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 내용을 소개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 역시 지난 3일 재벌가의 경영권 다툼이 한국에선 익숙한 일이라며. 이번 롯데그룹의 사례가 온 국민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SK 최태원 회장, CJ 이재현 회장 등 한국 재벌그룹 경영자들이 하나같이 검은 돈과 관련된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 세습 경영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다수 재벌들이 창업 2세에서 3세로의 세대교체기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화의 가속화에 따라 경영 규모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다.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금액은 선대가 사업을 물려받을 때보다 막대하다.
예를 들면 한국 최대재벌 삼성의 중심에 있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건희 회장의 주식 3%를 상속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계산해도 3조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사업계승 단계에서 얼마나 부담을 줄일 수 있는지가 창업가 일족의 최대 관심사다. 후계자가 출자하는 회사에 그룹의 사업을 집중시켜 기업가치를 높인 뒤 상장하는 등 각종 재무 테크닉을 구사하는 이유다. 그만큼 범죄의 영역에 발을 디딜 위험성도 높아진다.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격렬하게 반대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합병은 창업가 일족의 사업계승을 추진하기 위함이다"라고 비판했다.
재벌의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가운데 롯데는 여전히 창업자가 현역으로 뛰고 있는 마지막 대기업이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있는 창업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집무실은 현재 업무보고 이외에는 한국 롯데 간부가 출입하기 어려운 상태다. 신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지지하는 친족들이 차남 신동빈 측에 가까운 임원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가(家) 분쟁은 이미 '형제 싸움'의 차원을 넘어 한국사회 전반을 흔드는 문제로 발전했다. 최대 쟁점은 곧있을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다.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해임과 신 총괄회장의 대표이사 복귀를 요구하는 신동주 전 부회장과 현 경영진의 지지를 호소하는 신동빈 회장이 정면승부에 나선다.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의결권의 3%를 쥐고 있는 사원주주회다. 의결권행사는 사원주주회가 이사회를 열어 결정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최측근은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우리의 과제는 '사원주주회가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가'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사장단은 지난 4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롯데홀딩스도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이 신동빈 회장 지지의사를 표명하면서 한일 양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장악한 상태다.
[더팩트 | 김민수 기자 hispiri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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